똘똘한 한 벌에 꽂힌 '영 포티' 골퍼

골프의류도 '가심비' 중시
고가 기능성 제품에 지갑 열어
상반기 의류매출 10% 이상↑
직장인 김성태 씨(43)는 최근 바람막이를 구입했다. 40만원이 넘는 비싼 가격에 망설이기도 했지만 최근 라운드에서 느낀 불편함에 지갑을 열었다. 그는 “기존 바람막이가 백스윙 때 어깨가 걸리는 등 불편했던 차였다”며 “골프복도 정장처럼 한 벌쯤은 좋은 걸로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샀다”고 말했다.

골프웨어 시장에 불이 붙었다. ‘가심비’를 중시하는 젊은 골퍼들의 지출이 늘어난 데다 해외 골프족을 국내로 불러들인 코로나19 특수까지 겹쳤다.27일 타이틀리스트 어패럴에 따르면 이 회사 1~8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3.2% 늘어났다. 특히 고가 제품 비중이 높아졌다. 회사 관계자는 “기능성을 강조한 하이퍼포먼스 라인인 ‘투어핏’ 매출이 급격히 늘었다”며 “바지와 셔츠, 재킷까지 풀 세트를 사가는 고객도 늘고 있어 이와 관련한 제품 라인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아쿠쉬네트는 지난해 260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그중 의류가 차지한 비중이 약 3분의 1인 750억원. 올해는 퍼포먼스 라인 확장과 ‘동생 브랜드’ 풋조이 골프웨어의 성장이 더해지면서 처음으로 의류 관련 매출만 800억원이 넘어설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추석 대목을 고려한다면 사상 첫 1000억원 돌파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골프웨어 시장 급팽창을 주도하는 세대는 ‘영 포티(youg forty)’. 영 포티는 자신만의 개성과 심리적 만족을 중시하는 40대를 일컫는 신조어로, 가격은 조금 더 비싸더라도 기능성과 디자인을 모두 따지는 특징이 있다.타이틀리스트 어패럴 관계자는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화려한 색상 등을 앞세운 ‘디자인 위주’ 골프복은 스스로를 나타내는 액세서리 정도로 여겨졌다”며 “고기능성 퍼포먼스를 처음 시장에 내놨을 때 내부에서 의견이 분분했지만, 영 포티가 시장의 중심으로 진입한 지금은 전체 매출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효자 사업군이 됐다”고 전했다.

다른 골프웨어 브랜드도 퍼포먼스 라인업 확장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크리스크리스F&C의 골프웨어 브랜드 마스터바니에디션은 올해 상반기(1~6월) 92억8958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 같은 기간(46억8160만원)보다 98.4% 늘어난 수치다.

크리스F&C 관계자는 “프로골퍼 위주의 마케팅과 유튜브 크리에이터를 통한 홍보가 큰 성과를 거뒀다”며 “젊은 층의 브랜드로 인식되는 파리게이츠 등의 매출도 크게 늘고 있다”고 했다.PXG어패럴도 상반기 퍼포먼스 라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했다. 구매층 전체의 70%가량을 차지하는 20~40대 소비층이 급격히 늘면서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