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이후 한도 줄고, 금리 뛰고…"신용대출 빨리 받아야 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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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지난달 1억원의 중도금을 입주 한달 전인 다음달 중순 지급하는 조건으로 전세계약을 맺었다. 그는 “신용대출 한도가 축소되고, 금리가 크게 뛸 수 있다는 얘기를 주변에서 들어 불안했다”며 “미리미리 대출받는 게 이자를 몇만원 더 내는 것보다 나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은행 신용대출의 한도가 축소되고 금리가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지는 가운데, 하루라도 빨리 대출을 내려는 금융소비자의 발길이 은행을 향하고 있다. A씨 처럼 연내 목돈 쓸 일이 있다면 빨리 대출을 받는 게 유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채 금리 오르면 신용대출 금리에 영향
신용대출 금리는 최소 올 연말까지는 올라갈 게 확실시된다. 신용대출 금리는 금융채(은행채) 3개월~12개월물과 연동된 기본금리에 은행의 마진과 각종 우대금리(마이너스분)를 포함한 가산금리로 구성된다.올들어 기본금리는 꾸준히 내렸다. 한국은행이 올해 기준금리를 두 차례에 걸쳐 연 0.5%까지 낮춘 여파다. 은행 신용대출 최저 금리가 최근 두달 새 연 1%대 후반으로 떨어진 것도 기본금리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8월 이후 금융채 금리가 상승하기 시작하면서 신용대출 금리도 일제히 오르기 시작했다. 지난달과 최근을 비교하면 5대 은행의 주요 신용대출 금리는 0.1~0.2%포인트 가량 높아졌다.
앞으로도 신용대출 기본금리는 올라갈 전망이다. 코로나19로 많은 대출을 집행한 은행들의 자금 사정이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민정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만기가 도래하는 은행채는 69조원으로 상반기에 비해 10조원 이상 많고, 특히 9월에서 11월 사이 차환 부담이 집중될 것”이라며 “코로나19 대출용 자금 수요가 겹치면 조달비용은 더 올라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대금리 축소 움직임 시작됐다
기본금리가 올라 신용대출 금리가 높아지는 건 금융소비자도 어쩔 수 없다. 소비자 대부분은 고정금리 신용대출보다 최대 1%포인트 가량 금리가 낮은 변동금리 신용대출을 선호한다. 만약 3개월마다 금리를 새로 매기는 변동금리 신용대출을 받았다면 금융채 금리 상승 시 기본금리가 새로 매겨지고, 3개월 후 내야할 이자도 늘어난다. 그런데 새로 신용대출을 내는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향후 받을 대출금리는 기본금리 인상분보다 더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올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당장 시중은행 중 처음으로 우리은행이 ‘우대금리 축소’ 방침을 발표했다. 다음달 6일부터 신용대출 상품 2종의 우대금리를 1.0%포인트에서 0.6%포인트로 낮출 예정이다.
카카오뱅크도 25일을 기해 일제히 0.2%의 금리를 높였다. 역시 기본금리가 아닌 가산금리다. 가산금리가 올라가면 은행 마진도 그만큼 올라간다. 다른 은행들도 신용대출 증가폭을 낮추기 위해선 가산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한도 마감 전 ‘빨리 내는 사람이 임자’
은행들은 지난 25일까지 금감원에 올 연말까지의 신용대출 총액 계획을 제출했다. 금감원은 직접적으로 ‘한도를 줄이라’고 요구하지 않았다. 하지만 기존에 제출했던 총액을 ‘다시 제출하라’고 한 건 사실상 ‘신용대출 총량을 줄이라’고 지시한 것과 마찬가지라는 게 은행들의 설명이다.은행들이 신용대출 총량을 줄이는 방법은 개별 신용대출의 한도 축소다. 국민은행이 이미 신용대출 8종의 한도를 33%에서 최대 50%까지 축소하겠다고 발표한 상태다. 연말까지 신용대출 한도는 점차 소진되면 은행들이 제시하는 신용대출 금리가 높아지고, 한도가 더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이 신용대출 총량을 관리하기 위해 내놓을 수 있는 카드는 가산금리 인상, 한도축소, 마케팅 자제 등 세 가지”라며 “어떻게 보더라도 금융소비자에겐 대출 조건이 나빠질 일 밖에 남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A씨와 같은 개인들은 가산금리 상승과 한도축소에 대비하려면 지금 당장 돈을 빌려야 한다. 총량을 맞추려면 조건이 점차 나빠질 것이고, 연말엔 신용대출을 중단하는 은행도 나올 가능성이 있다. 최근엔 대부분 은행들이 스마트폰 앱을 활용한 상품을 내놓고 있어 휴일에도 비대면 간편하게 돈을 빌릴 수 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