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없는 조정…저가매수·종목교체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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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제시 '조정장 대응전략'지난달에 이어 이달에도 코스피지수가 2400을 넘어선 직후부터 급락하며 2200대까지 떨어졌다. 이렇다 할 악재 없는 하락에 국내 주식 투자자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증권가에서도 대응전략을 두고 의견이 갈린다. 조정의 끝을 기다리라는 보유론자와 오히려 이번 기회에 저가 매수에 나서라는 매수론자가 대립하는 양상이다. 일각에서는 내년 증시를 주도할 수출업종으로 포트폴리오를 전면 교체하라는 주장도 등장했다.
개인, 2200대서 강한 매수세
"폭락 가능성 낮아" 보유 제시
반도체·자동차 관련주 저가 매수
수출주로 포트폴리오 교체 의견도
지표 개선세 뚜렷…폭락 공포 없다
이번 조정을 두고 증권가에서 큰 공포를 찾기 힘들다. 코스피지수가 단 4거래일 만에 2458에서 2270까지 급락했던 지난달과는 다소 다른 분위기다. 한 달 사이 국내 경제의 회복세가 완연하게 진행됐다는 평가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20일까지의 통관 기준 잠정 수출은 251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6% 증가했다. 올해 월간 수출은 코로나19 여파로 3월부터 6개월 연속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3분기 유가증권시장 영업이익 컨센서스도 지난 한 주 동안 0.3% 증가했다.올해 증시를 지탱해온 ‘동학개미’들을 향한 믿음도 여의도의 낙관론에 기여했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는 올해 유가증권시장 순매수액(45조5706억원) 가운데 26%인 12조원어치를 코스피지수 2200~2299 구간에서 매수했다. 개인들이 증시가 2200대로 내려앉으면 추가 매수에 나서온 만큼 지수 조정이 길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설명이다.
신진호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대표는 “증권사 및 연구기관들이 발표하는 투자지표뿐 아니라 기업 탐방 및 산업 현장에서 접하는 분위기도 긍정적”이라며 “이번 조정은 펀더멘털보다는 미국 대선 등 투자심리 불안으로 인한 조정으로,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조정도 멈추리라는 것이 시장의 분위기”라고 전했다.
현상 유지 vs 종목 교체
삼성증권은 지난 25일 발표한 4분기 주식시장 전략 보고서를 통해 현재의 주식 포트폴리오를 그대로 유지할 것을 권했다. 당분간은 중립 수준의 조정이 이어지더라도 2200선 아래로 떨어지기는 어려워 매도와 매수 모두 큰 매력이 없다는 설명이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 대선 경쟁 본격화와 미국 의회의 추가 경기부양 합의 파행 등 각종 정치 불확실성이 한국을 비롯한 신흥시장의 수급 악화를 불러왔다”며 “지금은 시장이 정치적 뉴스를 하나씩 받아들이면서 그동안의 급등을 소화하는 과정으로 투매보다는 보유가 중요한 시점”이라고 했다.이번 조정을 기회로 내년 실적 개선주를 확장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등장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20일 사이 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25.3%, 승용차는 38.8% 증가했다. 국내 경제의 주축을 이루는 수출산업이 반등하면서 이들의 중장기 주가 흐름도 긍정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7월부터 더딘 속도로 수출이 개선되고 있다”며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매력이 큰 코스피지수 2200대에서는 대미 수출을 주도하는 반도체와 자동차 업종을 중심으로 저가 매수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BBIG 비중 축소 의견도
증시 조정 와중에 큰 낙폭을 보인 BBIG(배터리·바이오·인터넷·게임) 등 기존 주도주 업종에 대해서는 주도주 교체론이 나온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의 향후 12개월 순이익 컨센서스는 전년 동기 대비 36.6% 개선될 전망이다. 이는 미국 나스닥시장(13.4%)의 3배 이상이다. 3월 이후 한국 증시가 나스닥 랠리와 동조하며 장기 성장주에 대한 프리미엄을 부여했다면 한국 경제의 중단기 반등 가능성이 높아진 지금은 회복을 이끌 수출업종에 대한 관심이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다.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시장의 이익 전망치가 높아지면서 BBIG로 대표되는 먼 미래보다는 가까운 미래와 현재에 대한 프리미엄이 높아지고 있다”며 “정보기술(IT)과 경기소비재, 지주회사 등 당장의 성장이 확실한 종목들이 시장의 주도주 지위를 되찾을 것”이라고 내다봤다.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