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고 실업급여는 로또?…4.5만원 내고 559만원 받는다

내년 시행 예정 '특수고용직 고용보험' 특혜 논란
내년부터 특수고용직 종사자의 고용보험 적용이 시작되면 이들은 낸 보험료보다 최대 125배 많은 실업급여를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7일 구직자들이 서울 장교동 서울고용노동청에 마련된 실업급여 설명회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한경DB
정부 목표대로 내년에 특수고용직(특고) 종사자의 고용보험 가입이 시작되면 이들이 낸 보험료 대비 실업급여 수령액은 최대 125배에 달할 것으로 분석됐다. 고용보험 임의 가입 대상인 1인 자영업자의 수급배율은 최대 20배다. 특고 종사자들의 가입 조건이 유리해 이들의 도덕적 해이를 조장하거나 임금 근로자 및 자영업자의 불만이 터져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고 고용보험료 정부가 80% 지원

한국경제신문이 27일 한국경영자총협회에 의뢰해 임금 근로자와 1인 자영업자, 특고 종사자의 ‘실업급여 보험료 대비 수급 가능액’을 추산해본 결과 특고 종사자가 1인 자영업자에 비해 최대 여섯 배 이상 많은 혜택을 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정부는 내년 시행을 목표로 특고 종사자 고용보험 적용을 위한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지난 11일 국회에 제출했다. 이들이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서는 이직일 전 24개월 동안 12개월 이상 보험료를 납입하고, 소득 감소를 이유로 일을 그만두는 경우도 실직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구체적인 보험료율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정부가 최근 입법예고한 예술인 고용보험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임금 근로자와 같은 0.8%로 정해질 가능성이 높다. 실업급여 수급기간은 근로자와 마찬가지로 120~270일이다.
예술인 고용보험법과 특고 종사자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종합해보면 월평균 약 233만원(금융·보험업 기준보수)을 버는 보험설계사 A씨가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서는 소득의 0.8%(1만8656원)를 12개월 동안 내야 한다. 총 보험료는 22만3869원이다. 정확히 1년을 일하고 일을 그만뒀다면 A씨는 120일 동안 하루 4만6600원(보험업 기준보수×60%)씩 총 559만원을 받게 된다. 낸 보험료 대비 수급액 배율은 25배에 달한다.

여기에 정부는 내년 예산에 월소득 220만원 이하 특고 종사자와 예술인에 대해 보험료의 80%를 지원하기로 했다. 특고 종사자 43만 명, 예술인 3만5000명이 지원 대상이다. 관련 예산으로 총 691억원이 편성됐다. 이렇게 되면 A씨가 12개월간 내는 보험료는 총 4만4774원에 불과하다. 낸 보험료 대비 받게 되는 실업급여 수급액 배율은 무려 125배에 이른다.

근로자 및 자영업자와의 형평성 논란

1인 자영업자(최저보수액 182만원 기준) B씨의 경우에는 실업급여 수급을 위해 12개월간 총 43만6800원(보험료율 2%)의 보험료를 내야 한다. 이럴 경우 B씨가 받을 수 있는 실업급여액은 4개월간 총 436만8000원이다. 보험료 대비 수급액 배율은 10배에 불과하다. 소상공인진흥공단의 보험료 지원(최대 50%)을 받는다고 해도 수급배율은 20배다.

임금 근로자는 급여에 따라 편차가 컸다. 근로자 고용보험료율은 노사 각각 0.8%다. 실업급여를 받기 위한 보험료 최소 납입기간은 180일(약 7개월)이다. 이 조건을 적용해보면 최저임금(월 179만5310원)을 받는 C씨는 보험료 10만538원을 내고 실업급여 721만4440원(하루 하한액 6만120원)을 받는다. 반면 평균 임금(월 345만원) 근로자는 19만3256원을 내고 792만원(하루 상한액 6만6000원)을 받게 된다. 월급여가 많을수록 수급배율은 떨어지는 구조다.

정부 계획대로 특고 종사자에 대한 고용보험제도가 내년 도입되면 임금 근로자 및 1인 자영업자와의 형평성 논란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기존에 근로자들이 부어놓은 실업급여 기금을 특고 종사자와 예술인들이 함께 쓰기로 하면서 “근로자들이 낸 보험료로 특고 종사자와 예술인 실업급여를 대준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자영업자는 고용보험료(자신이 선택한 보수액의 2%)를 전액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 데다 1인 자영업자의 경우 정부의 보험료 지원 수준도 낮다.경총 관계자는 “고용보험 적용 대상 특고 종사자가 총 70만 명 수준인데 이 중 절반 이상에게 보험료를 지원하면 무임승차와 같다”며 “도덕적 해이 조장은 물론 사회보험이 아니라 ‘로또’ 혹은 고수익 금융상품으로 인식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 시급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