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美 IPO '닷컴버블' 넘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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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까지 945억달러 규모올해 미국 증시에서 이뤄지는 기업공개(IPO) 규모가 인터넷 기업 상장 붐이 일었던 닷컴버블 시기(1999~2000년) 규모를 넘어설 전망이다.
에어비앤비 등 대어급 등판 남아
코로나로 기술기업 몸값 뛴 영향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금융정보업체 딜로직을 인용해 올 들어 지난 23일까지 미국 증시에서 진행된 IPO(공모금액 기준)가 945억달러(약 111조원)를 기록했다고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올해 들어 이달 23일까지 미 증시에선 235개 기업이 신규 상장했다. 앞으로도 공유숙박 플랫폼 업체인 에어비앤비와 9·11 테러를 주도한 오사마 빈 라덴의 은거지를 찾아내는 데 기여한 빅데이터 업체 팔란티어 등 대어급 기업의 IPO가 대기 중이다.
올해 미 증시에서 IPO 규모는 닷컴버블 이후 최대 호황기였던 2014년(공모금액 959억달러)을 추월하기 직전이다. 2014년은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가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입성한 해다. 월가에서는 닷컴버블이 최고조에 달했던 1999~2000년 세워진 기록도 올해 깨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딜로직에 따르면 1999년 미 증시의 IPO 규모는 1079억달러, 2000년에는 1065억달러였다. 미 증시의 연간 IPO 규모가 1000억달러를 넘겼던 시기는 이 두 해뿐이다. 당시 닷컴버블을 타고 수많은 인터넷 기업이 증시에 입성했다. 2000년 한 해만 해도 439개사가 신규 상장했다.월가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미 증시에서 기술기업의 몸값이 크게 높아지면서 올해 IPO가 급증했다고 보고 있다. 평소 공모주 투자를 꺼리던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이 투자해 화제를 모은 데이터하우징 기업 스노플레이크의 IPO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초저금리로 채권 등 기존 투자처의 기대수익률이 하락하면서 공모주 투자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WSJ는 이로 인해 신규 상장 기업들의 상장 첫날 주가가 공모가보다 평균적으로 20% 이상 뛰었다고 전했다.
우회상장 통로 역할을 하는 특수목적회사(SPC)인 스팩(SPAC)이 급증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다. 비상장사는 스팩과 역합병하는 방식으로 증시에 입성할 수 있다. 비상장 기업에 투자하는 자금이 코로나19 이후 줄어들면서 기업들이 IPO를 통한 자금 조달에 더 관심을 갖게 됐다는 분석도 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