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노조법 개정, 전공노 복직…노골화 하는 勞政연대

정부·여당의 일방적 ‘노조 편들기’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주말 30대 기업 인사·노무 책임자(CHO)들을 불러 모아 노동조합법 개정안의 정기국회 통과를 위해 양보하고 협조하라고 압박했다.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입법을 연내 완료키로 했으니 ‘알아서 처신하라’는 최후통첩처럼 느껴졌다고 한다.

참으로 염치없는 고용부 장관의 행보다. ILO 협약이 비준되면 “가뜩이나 기울어진 노사관계의 불균형이 뒤집어지고 말 것”이라며 재계가 수차례 탄원하고 재고를 호소한 것은 깡그리 무시되고 말았다. 그간 “경영계 우려를 잘 알고 있으며, 균형 잡힌 법 개정에 최선을 다하겠다”던 거듭된 언급은 면피용 레토릭에 불과했다는 게 분명해졌다.고용부는 ‘상생적 노사관계’와 ‘글로벌 스탠더드’를 강조하지만 정부안대로라면 한국은 ‘노조 천국, 기업 지옥’이 불가피하다. ‘산별 노조’ 체제인 유럽 국가들이 중심인 ILO 협약은 ‘기업별 노조’ 중심인 한국 노사관계의 특수성과는 적잖은 괴리가 존재한다. 미국 일본 등 비(非)유럽권 선진국이 한국처럼 총 8개 협약 중 절반 안팎만 비준한 것도 그 때문이다. 기업들은 ILO 협약 비준에 반대하지 않으며 대신 직장 점거 금지, 파업 시 대체근로 허용 등 사측의 방어권을 국제수준으로 보장해 달라는 당연한 요청을 했지만, 이 역시 무시되고 말았다. 미국 독일 프랑스 영국에선 직장 점거가 금지되고, 미국 일본 영국은 파업 시 대체근로가 허용된다.

거대 여당의 친(親)노조 행보는 삼권분립까지 위협할 태세다. ‘실세’를 포함한 10명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국공무원노조(전공노) 소속이었다가 불법파업으로 해고된 이들을 복직시키는 특별법을 발의했다. ‘해임은 정당하다’는 대법 판결을 특별법으로 부정하는 것은 법치국가라면 상상할 수 없는 행태다. 정부·여당이 친노조 행보를 노골화하다 보니 기업 현장에서는 30년도 더 지난 해고까지 무효소송이 들어오는 실정이다.

상식을 벗어난 여권의 무리수에서는 점점 노골화하는 ‘노정(勞政) 연대’의 검은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노조법 개정안뿐만이 아니다.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밀어붙이기, 직무급제 도입 백지화 등 거의 모든 노동정책에서 노동계의 심기를 살피는 듯한 양상이다. ‘노조공화국’을 만들어 가뜩이나 바닥 수준인 노사경쟁력을 더욱 추락시키면 과연 국가경쟁력이 유지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