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가 망한 건 복지확대 탓 아니다"는 이재명

李 "베네수엘라 채무비율 20%
과도한 석유의존이 화 부른 것"

"재원 마련돼야 지속가능한 복지
유리한 팩트만 끌고와 오도" 지적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경기지사(사진)는 27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경제 위기를 맞아 전 세계가 하는 재정 지출 확대와 국채 발행을 두고도 베네수엘라를 소환한다”며 “베네수엘라는 복지 때문에 망한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 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베네수엘라의 국채(국가채무) 비율은 지금도 20%대에 불과하며 국채 때문에 망했다는 주장은 완전한 가짜뉴스”라고 밝혔다. 이 지사의 이런 주장은 홍준표 무소속 의원이 지난 23일 SNS에 “이재명식 국정 운영은 베네수엘라 급행열차”라고 비판한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이 지사는 “베네수엘라는 복지 때문에 망한 것이 아니라 석유에 의존한 단순 취약 경제체제, 부정부패, 저유가, 사회주의 경제에 대한 미국의 경제 제재 때문에 경제가 악화된 것”이라며 “복지를 늘린 북유럽은 왜 흥했을까”라고 했다.

이 지사 주장처럼 베네수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23%(2017년 기준)다. 베네수엘라처럼 자원이 풍부한 나라는 국채 비율이 낮은 편이다. 빚을 내지 않아도 재원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나이지리아(13.2%), 러시아(28%) 등도 낮은 국채 비율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다. 또한 경제가 폐쇄적일수록 국채 비율은 낮은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이런 베네수엘라조차 한때 국가채무 비율이 70%를 넘어서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 지사가 일부 유리한 팩트만 끌고 와서 전체를 오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세재정연구원장을 지낸 박형수 연세대 객원교수는 “남미의 포퓰리즘은 빚을 내는 방식이 아니다”며 “유가가 높을 때 일시적으로 벌어들이는 수입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복지 지출을 늘렸다는 게 핵심”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일각에서 베네수엘라 사례를 드는 것은 지속 가능한 복지 확대를 위해 재원 마련 방안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얘기”라며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키는데 손가락만 본다”고 비판했다.이 지사는 복지를 늘린 북유럽을 거론하며 복지 확대가 국가 부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도 주장했다. 하지만 북유럽 국가인 덴마크(45.9%)와 스웨덴(34.3%), 핀란드(31.2%)의 조세부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최고 수준이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