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우승 10년 걸린 안송이, 10개월 만에 2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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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텀클래식 10언더파 정상27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2020 팬텀클래식이 열린 전남 영암 사우스링스영암CC(파72·6454야드). 14번홀(파3)에 들어온 안송이(30)는 티잉에어리어에서 어드레스한 뒤 30초가량 움직임이 없었다. 13번홀(파4)에서 범한 3퍼트 때문에 단독 선두에서 2위로 내려앉은 기억을 없앨 시간이 필요했던 것일까. 투어 11년차 베테랑의 아이언이 빛을 발하는 순간 볼은 핀 1m 옆에 붙었다. 이 홀에서 ‘바운스 백 버디’로 분위기를 추스른 안송이는 공격 골프를 내내 구사하며 쟁쟁한 후배들의 추격을 따돌렸다.
최종일 2타차 뒤집고 역전
"캐디가 끝까지 선두 아니라고 해
마지막까지 공격적 플레이했죠
메이저우승이 올 시즌 남은 목표"
1·2R 선두 이소미 7언더 공동 10위
10년 만에 우승 후 빨라진 우승 시계
안송이는 이날 열린 대회 최종 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기 1개를 묶어 3언더파 69타를 적어냈다. 최종합계 10언더파 206타를 기록한 그는 장수연(26), 장하나(28), 박채윤(26), 허다빈(22), 김우정(22) 등을 1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상금 1억2000만원을 챙겼다. 237번의 대회 출전 끝에 지난해 데뷔 10년 만에 첫 승을 올린 안송이는 통산 2승을 10개 대회, 10개월 만에 거뒀다. 안송이는 “10년 만에 첫 승을 올렸을 때는 눈물이 많이 났는데 이번에는 눈물이 안 난다”며 “그때는 몸이 반응했다면 이번에는 이성이 작동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부터 전성기라고 생각하고 앞으로 10승은 채우고 은퇴하겠다”고 다짐했다.‘백전노장’ 안송이의 샷은 거침이 없었다. 최종 라운드를 선두에 2타 뒤진 채 출발한 것이 오히려 마음을 편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됐다. 거센 바람에 다른 선수들이 티잉에어리어에서 우드를 잡을 때도 여지없이 드라이버를 잡았다. 공격적인 플레이에도 티샷은 똑바로 갔다. 페어웨이 적중률 78.5%의 드라이버 샷을 믿었고, 과감한 롱홀 공략이 먹혔다. 안송이는 4개의 파5홀에서 버디 3개를 낚으며 챔피언조에 있던 2년차 후배들을 압박했다. 후배들은 후반으로 갈수록 흔들렸다.메이저 우승, 통산 10승이 목표
안송이는 경기 초반 5번홀(피3)까지 파 행진을 벌이다 6번홀(파5)에서 첫 버디를 잡아내 추격에 시동을 걸었다. 이어 8번홀(파5)과 10번홀(파5)에서 버디를 추가해 단독 선두로 앞서 나갔다. 13번홀(파4)에서 그린 밖에서 친 버디 퍼트가 홀을 지나쳤고, 약 1.5m 거리의 파 퍼트가 빗나가 1타를 잃었다. 하지만 까다로운 15번홀(파5)부터 4연속 파 세이브에 성공하며 우승을 확정했다. 안송이는 “캐디가 마지막까지 선두가 아니라고 해 편안하게 끝까지 공격적으로 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며 “메이저대회이자 메인 스폰서가 주최하는 KB금융스타챔피언십에서 우승하는 것이 이번 시즌 남은 목표”라고 했다. 안송이는 마지막 홀 파 퍼트를 넣은 뒤 주변에서 ‘우승’이라고 말해주자 기쁨의 미소를 지었다.1, 2라운드에서 선두로 치고 나간 ‘완도 소녀’ 이소미(21)는 또다시 첫 승 문턱에서 분루를 삼켰다. 고향인 전남 완도와 가까운 영암에서 ‘3전 4기’의 우승을 꿈꾸며 선두를 후반까지 1타 차로 추격했지만, 최종 라운드의 압박감을 이기지 못했다. 이소미는 1오버파 73타를 쳐 공동 10위(7언더파 208타)에 머물렀다. 임희정(20)이 8언더파를 쳐 공동 7위를 기록했고, 7언더파를 친 최혜진(21)은 이번 시즌 참가한 10개 대회에서 아홉 번째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