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추석엔 못 타요"…코로나에 자취 감춘 대학가 '귀향버스'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 서울 주요 대학서 운행 중단
"같은 학교 학생들끼리 타고 가니까 편해서 올해도 이용하려고 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운영하지 않는다니 아쉬워요. "
매년 명절마다 고향에 간다는 고려대생 김모(26)씨는 올해 학교에서 '귀향버스'를 운행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뒤늦게 고속버스표를 예매했다.

귀향버스 사업은 명절에 고향에 가는 지방 출신 학생들이 저렴한 가격에 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대학 총학생회 차원에서 버스를 임차해 제공하는 학생복지 사업 중 하나다.

그러나 올 추석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서울시내 주요 대학에서 귀향버스 사업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28일 대학가에 따르면 서울대는 귀향버스 사업을 올해는 하지 않기로 했다.

서울대 총학생회 관계자는 "거의 매년 운영해 왔지만, 올해는 정부 지침을 고려해 운영하지 않는다"며 "문의해오는 학생들에게 따로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올해는 코로나 사태 때문에 고향을 방문하는 분들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따로 수요 조사를 하지 않았다"며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예년처럼 이용자는 꽤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고려대는 지난달 초 학생들을 상대로 수요조사까지 마쳤으나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및 2.5단계 시행, 학교 주변 코로나19 확산 증가 등 이유로 사업 진행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해 결국 취소했다.

고려대 학생복지위원회 관계자는 "귀향버스는 오랜 기간 운영해 온 대표적인 사업"이라며 "매년 명절 때마다 300명 정도의 학생들이 이용해왔다"고 전했다.

고려대는 지난해 추석 버스 15대를 임차해 13개 노선을 운영했다. 작년 추석 수요조사에서는 200여명이 버스 이용을 신청했고 실제로는 300명 가까운 학생들이 이 버스를 타고 고향에 갔다.

올해 수요조사에서는 지난해보다 배 이상 많은 470여명이 신청했다.

학생복지위 관계자는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귀향버스 수요가 없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훨씬 많은 수가 신청했다"고 전했다.

1년간 월세 계약이 돼 있는 자취방에서 줄곧 머물던 학생들이 명절을 맞아 오랜만에 고향 집에 내려가려던 것으로 보인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다른 대학도 사정은 비슷하다.

연세대와 성균관대, 이화여대, 서강대, 한양대 등도 코로나19 사태를 고려해 귀향버스 사업을 하지 않기로 했다.

동국대도 사업을 추진하던 중 이달 초 코로나19 확산 추세가 진정되지 않자 결국 사업을 철회했다. 동국대 총학생회는 "학교 측과 계속 논의를 이어 왔으나 단체 집합으로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이유로 학교 측이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며 "방역당국도 추석 고향 방문 자제를 거듭 권고함에 따라 최종적으로 귀향버스를 운행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