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혁신 선두에 선 지자체·대학…"경남, 기회의 땅으로 만든다"

경남 '지역혁신 플랫폼' 추진

"필요한 인재 경남에서 직접 키우자"
17개 대학·11개 기업·지역기관 참여
448억 투입해 매년 500명 인재 양성
경상남도는 지난달 18일 창원 LG전자 R&D센터에서 경남발 교육혁신의 본격 출범과 추진기관 간 상호 협력을 다지는 협약식을 열었다. 경상남도 제공
경상남도가 지역의 우수 인재를 지역공동체가 함께 길러내 지역 발전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는 ‘지역혁신 플랫폼’ 사업에 나선다.

경상남도는 10월부터 본격적인 사업 착수를 앞두고 지난 8월부터 사업계획서 최종 컨설팅을 거쳐 수정 작업을 완료했다. 사업 추진 중추기관인 ‘경상남도 지역혁신 플랫폼 총괄운영센터’를 구성했다.지역혁신 플랫폼 사업은 경상남도가 민선 7기 이후 집중적으로 추진한 제조업 혁신에 근간을 둔 경제혁신 전략에 발맞춰 경남에서 필요한 인재는 경남에서 직접 키워 경제·산업혁신을 가속화하자는 취지에서 경상남도의 끈질긴 노력 끝에 정부가 정책화한 사업이다. 지난 7월 교육부 공모사업에 선정됐다. 총 사업비 448억원(국비 300억원, 도비 128억원, 교육청 20억원) 규모의 단년도 시범사업으로 출발했지만, 경상남도는 지역 대학과 지역 산업 위기의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최소 5년의 장기 프로젝트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 사업은 다양한 지역공동체가 함께 만드는 프로젝트다. 경상남도와 도 교육청, 17개 도내 대학을 포함해 LG전자, 한국항공우주산업(KAI), NHN, 다쏘시스템코리아 등의 혁신기업, 그리고 경남테크노파크, 재료연구소,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의 지역 혁신기관 등 49개 기관이 참여해 지역 교육·산업·경제 전반에 영향력을 미치는 플랫폼으로 모습을 갖추고 있다.

경남은 지역경제 성장을 주도하는 기계 관련 제조업의 지역 청년 고용률이 25% 수준에 불과한 반면 경남 청년의 지역 외 유출은 8.5% 수준이다. 이에 경상남도는 지역혁신 플랫폼 사업을 통해 매년 혁신인재 500명을 양성하고, 지역 청년 고용률을 30%까지 끌어올리고, 청년의 지역 외 유출은 5%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역 혁신의 시작은 경남에서부터

김경수 경남지사
수도권 블랙홀 현상이 계속 심해지고 있다. 2019년 말 수도권 인구가 비수도권 인구를 넘어서면서 2030년 국토 면적의 12%에 불과한 수도권에 60%의 인구가 밀집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는 수도권 집중화에 따른 지역 소멸 위기와 대한민국 지속 성장에 크나큰 위협이 되고 있다.

경남의 산업·경제 지표는 10여 년 전부터 계속 악화돼 왔다. 제조업 성장률은 2012년부터 마이너스 추세에 있고, 지역총생산 규모는 경기, 서울 다음으로 3위를 유지하던 것이 2015년부터 충남에 추월당해 전국 4위로 하향세다. 경남은 2018년부터 스마트공장 보급·확산과 스마트 선도산단 프로젝트 등 제조업 혁신을 통해 지역 산업경제의 활력 회복 전략을 전개하고 있다.경남의 제조업 혁신 전략을 추진하는 데 큰 장애물 중 하나는 지역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를 확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역에 자리한 LG전자를 포함한 주요 기업은 연구개발(R&D)센터 등에 근무할 우수 고급인력이 수도권을 선호하는 성향이 높아 골머리를 앓고 있다.

대부분 지역산업 육성사업 또한 중앙부처 중심의 구조로 이뤄진 한계가 있다. 지역의 자율성과 창의성보다는 중앙에서 제시한 모델에 끼워 맞춘 사업계획에 국비를 지원하는 형식을 띤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경상남도는 김경수 지사 주도로 중앙부처를 끈질기게 설득한 끝에 교육부로부터 ‘지역 주도’ 사업을 이끌어냈다.

지역혁신 플랫폼 사업은 지역 주도로 지역 산업 발전·인재 양성 등의 혁신체제를 개편하는 첫 시도라고 할 수 있다. 대학사업으로 비칠 수 있지만, 지역공동체가 한곳에 모여 산업과 연계된 교육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점에서 종착점은 인재 양성에 그치지 않고 경남 발전의 선순환 체계까지 연결하는 것이다.

미래형 공유대학 만들어 인재·기업 유치

경상남도 지역혁신 플랫폼 사업의 가장 큰 특징은 미래형 공유대학 구축을 통해 인재와 기업이 지역에 정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미래형 공유대학은 ‘경남형 공유대학’, USG(University System of Gyeongnam)라고 불린다. 1, 2학년 과정에는 기초 공통교양교육 플랫폼을 이수하도록 하고 3, 4학년은 3개 중심대학인 경상대, 창원대, 경남대의 3대 핵심 분야별 교육혁신 학사과정을 거쳐 USG 인증을 통해 경쟁력 있는 우수한 인재를 양성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공통교양과정을 운영하거나 학점 공유가 이뤄진다고 해서 수도권 국내 유수대학과 경쟁하는 것은 쉽지 않다. 대학의 학사구조를 전면 개편하고, 교육과정·교육방법·교육 인프라 전반의 혁신을 할 수 있는 집중적인 투자를 통해 교육의 질을 드높이는 한편 혁신 인재의 수요 기관이라고 할 수 있는 혁신기업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이에 따라 경상남도는 LG전자, KAI, NHN, 다쏘시스템코리아, 지멘스 등 주요 기술기업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특히 LG전자는 채용연계형 직무실습(인턴십) 과정을 지역혁신 플랫폼 사업과 연계해 추진하고 있다. 경남 주요 대학 우수인력을 추천받고 인·적성검사, 서류심사 및 두 차례의 면접심사 등을 거쳐 최종 20명을 선발한 다음 9월 초부터 연말까지 15주간 LG전자 창원R&D센터에서 장기 실습을 통해 정규직원으로 채용할 예정이다.

또 NHN은 HDC현대산업개발의 투자를 유치해 지난 6월 김해시 일원에 ‘클라우드 데이터 센터 및 R&D 센터’를 건립하기로 경상남도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향후 NHN 데이터센터에 근무할 연구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자체 인력양성 프로그램인 토스트 아카데미(Toast Academy)를 경남 지역혁신 플랫폼 사업과 연계 추진하려고 협의하고 있다.

지방 소멸에 대응하는 지역혁신 플랫폼

지역혁신 플랫폼 사업은 2020년 경남도정의 3대 핵심 과제 중 하나인 ‘교육인재특별도’의 발판이 되는 사업이다. 지역대학을 넘어 지방자치단체, 기업, 혁신기관 등이 함께 힘을 모아 경남지역 혁신 플랫폼을 통해 지역 인재가 지역 기업에 취업하고 정주함으로써 지역 발전을 이끌어낼 수 있다.

4차 산업혁명 핵심 기술의 발전에 따라 지역의 전통적 산업과 정보기술(IT)산업 간 융합이 빠른 속도로 전개되고 있다. 하지만 IT 분야 전문인력 수급이 중요한 상황에서 IT·SW 기업의 76.5%가 수도권에 편중돼 지역의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다. 경남 지역혁신 플랫폼 사업은 3대 핵심 분야를 경남의 강점인 제조업과 정보통신기술을 융합하는 데 초점을 둬 추진함으로써 경남의 산업·경제 혁신과 유기적으로 연계돼 효과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김경수 경남지사는 “대한민국이 수도권에 집중되는 일극체제 문제는 지방의 소멸을 넘어 대한민국 소멸 위기로 갈 수 있다”며 “경상남도가 기업과 청년에게 ‘기회의 땅’이 될 수 있고, 수도권과 경쟁할 수 있는 교육인재특별도 경남을 만드는 데 지역의 역량을 한데 모아 풀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창원=김해연 기자 ha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