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처음엔 피살 공무원 구조하려다 돌연 사살"

총살부터 시신훼손까지…6시간 지켜만 본 軍
소극대응 비판 일자 뒤늦게 해명 나서
24일 오전 공무원 A씨(47)가 탑승한 어업지도선(무궁화10호, 499톤)이 소연평도 남방 5마일 해상에 떠 있다. 사진=뉴스1
북한이 우리나라 공무원을 사살한 사건과 관련 우리 군은 이런 장면을 관측장비로 확인하고 6시간 가량이나 지켜봤지만 별다른 대응은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 관련해 국방부는 "당초에는 북한이 공무원을 구조하려다 돌연 사살했다. 갑작스런 상황이라 대응에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국방부 핵심 관계자는 28일 "지난 21일 (공무원)A씨가 서해 소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실종된 이후 이튿날 북한 해역인 황해남도 등산곶 앞바다에서 북한 선박에 의해 최초 발견됐다"며 "당시 북측이 A씨를 구조하려 했던 정황을 우리 군 당국이 포착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22일 오후 3시 30분께 첩보를 수집하는 말단 실무자가 (A씨가 북한 선박에 의해 발견된 것을) 최초 인지했다"며 "2시간 뒤 북한이 실종자의 신원을 확인하는 정황을 인지했다"고 했다.

이어 "이후에 북한이 상당한 시간 동안 구조과정으로 보이는 행동을 했다"며 "그러나 나중에 상황이 급반전돼 (우리군) 대응에 제한이 있었다"고 말했다.최초 인지 이후 우리 군이 즉각 대응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첩보가 신빙성 있는 정황으로 확인이 돼 내용을 분석하고, 군 수뇌부까지 보고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다"며 "첩보는 눈으로 보이는 것이 아니며, 첩보의 조각조각들을 재구성해야 한다. 첩보의 정당화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고 부연했다.

북측이 지난 25일 통일전선부 명의 통지문을 통해 밝힌 사건의 정황이 우리 군이 발표한 것과 상당 부분 차이점을 보인 것에 대해서는 "우리 정보를 객관적으로 다시 들여다 볼 예정"이라며 "제 3자의 입장에서 다시 관련 자료를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우리 군 당국은 지난 24일 A씨가 자진월북 의사를 북측에 표명했다고 밝혔지만, 이튿날 통일전선부 통지문에는 관련 내용이 없었다. 북측이 A씨 시신을 불에 태웠다는 군 당국의 설명도 북한 통지문 설명과는 달랐다.또 국방부 설명과는 달리 북한은 A씨를 최초 발견한 후 6시간 동안 바다 위에 방치했다. 국회 국방위에 따르면 북한은 A씨를 발견한 후 대화를 하다 배에 태우지 않고 밧줄로 묶어서 끌고 갔다. 도중 밧줄이 끊어지면서 북측이 A씨를 수색하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