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범위 10억→3억 확대 반대' 靑 청원 11만명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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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손자 주식까지 합산하는 과도한 규제"내년 4월부터 보유 주식 매매 차익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납부하는 대주주 범위가 종목당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확대된다. 올해 말 기준 종목별 주식 보유액이 3억원을 넘으면 내년 4월 이후 발생한 매매차익에 대해 최고 25%(3억원 이상 과세표준 기준)의 양도세가 부과된다.
2023년부터 어차피 모든 투자자 양도세 과세
연말 앞두고 개인 매물 쏟아질 수도
외국인은 지분율 25% 넘어야 양도세 부과
금융투자업계는 보유액 기준이 15억원이었던 지난해 양도세 납부 인원을 6000여 명으로 추정했다. 내년부터 보유액 기준이 3억원으로 낮아지면 그 10배인 6만여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본다.투자자들은 정부의 대주주 범위 확대 방침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대주주 양도세 확대 방안에 대해 재검토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28일 오후 2시 기준 11만명이 넘는 투자자들이 참여했다. 투자자들과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이 대주주 범위 확대를 반대하는 이유를 네 가지로 정리해봤다.
①과도한 특수관계인 범위
대주주 여부를 판가름하는 종목별 지분율(유가증권시장 1%, 코스닥시장 2%)과 연말 기준 보유액은 본인과 배우자, 자녀 등 직계 존비속을 포함한 특수관계인을 합해 산출된다. 그런데 직계 존비속의 범위가 조부모와 외조부모, 손자까지로 지나치게 넓다는 지적이 나온다.가령 자녀와 손자 수가 많은 투자자는 특수관계인이 10명을 훌쩍 넘기는 경우도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만약 이런 일가족이 나눠 가진 ‘국민주식’ 삼성전자 보유액이 3억원을 초과한다면 가족 전체가 대주주로 지정돼 그 중 한 명이라도 삼성전자 주식을 팔 때마다 양도세를 물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투자자 사이에서는 “이번 추석 때 가족회의를 소집해 각자 종목별 주식보유액을 일일이 확인해봐야겠다”는 말이 나온다.
②기본공제·손익통산·이월공제 불가
전문가들은 2023년 주식 양도세 전면 시행을 앞둔 상황에서 지금 무리해서 대주주 범위를 넓힐 경우 조세저항을 불러올 수 있다고 본다. 정부는 지난 7월 내놓은 세법개정안을 통해 2023년부터 모든 주주를 대상으로 양도세 과세를 시행하되 양도차익 5000만원까지는 기본 공제 구간으로 두고 과세하지 않기로 했다. 주식과 채권, 펀드 등 모든 금융투자상품에서 얻은 순이익에 세금을 매기는 손익통산과 5년 동안 발생한 손실을 이익에서 빼는 이월공제도 도입할 예정이다.그러나 내년 4월부터 새로 대주주가 되는 투자자들은 2022년까지 양도세를 납부하면서 이런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한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양도차익 전면과세 시행으로 손익통산 및 이월공제가 이뤄지기 전까지 대주주 요건은 현행대로 10억원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③연말 주식시장 변동성 확대 우려
대주주 범위 확대는 코로나19 영향으로 변동성이 높아진 증시에 커다란 악재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정부가 대주주 범위를 넓히기 시작한 2012년부터 주식시장에서는 연말을 앞두고 개인들이 보유 주식을 대거 매도하는 현상이 주기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대주주로 지정되는 걸 피하기 위해 미리 주식을 팔아치우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개인 순매도 규모는 4조8230억원에 달했다.전문가들은 개인들의 이런 거래 행태가 증시 전반에 불필요한 변동성을 초래하고 시장을 왜곡시킨다고 지적한다. 안소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는 (대주주 요건) 하향 조정폭이 크게 주식시장에 유입된 개인 자금 규모가 많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며 “그만큼 대주주 지정 회피를 위한 개인 자금의 움직임이 시장에 미치는 충격이 클 수 있다”고 설명했다.
④내국인 투자자 역차별 가능성도
이번 대주주 범위 확대에서 외국인은 예외다. 자국에 양도세를 내는 외국인은 이중과세방지 조약에 따라 한국에 대주주 양도세를 낼 의무가 없다. 한국과 이중과세방지 조약이 체결된 국가는 미국 일본 중국 영국 등 90여 개국이다.문제는 이중과세방지 조약이 체결되지 않았거나 한국 정부에 자국민에 대한 양도세 과세권을 준 경우다. 홍콩 싱가포르 호주 룩셈부르크 사우디아라비아 등 12개국이 해당한다. 이들 국가 거주민은 한국 증시에 투자하더라도 종목당 지분율이 25% 이상인 경우만 대주주로 지정돼 양도세를 낸다.
투자자들은 이런 차이는 내국인 투자자에 대한 명백한 역차별이라고 보고 있다. 정부도 내·외국인간 과세 형평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2017년 외국인 대주주 지분율 요건을 5%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했다. 하지만 이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반발로 철회됐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