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지훈 "'악의꽃' 눈빛, 무서웠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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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악의꽃' 백희성 역 배우 김지훈완벽한 변신이었다.
김지훈, 광기어린 연쇄살인마 역할
번뜩이는 눈빛, 김지훈 연기 변신 성공
호평 속에 막을 내린 tvN '악의 꽃'이 많은 것을 남겼지만, 그 중에 가장 큰 발견은 김지훈이 아닐까. 배우 김지훈은 2002년 KBS 2TV '러빙유'로 데뷔했다. 아이돌 일색이었던 SM엔터테인먼트 출신 꽃미남 배우였던 김지훈은 '악의 꽃'을 통해 광기어린 눈빛을 선보이며 섬뜩한 매력을 선보였다. 김지훈은 "정말 무서웠다"는 주변의 반응에도 "이렇게 무서워할 줄 몰랐다"면서 주변의 반응에 놀랐다고 전했다.
'악의 꽃'을 위해 체중을 감량하고 목소리까지 바꾸는 노력을 했던 김지훈은 "오랫동안 고정된 이미지 안에 갇혀있던 저를 바깥으로 꺼내준 고마운 친구"라며 '악의 꽃'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다음은 김지훈과 일문일답
▲ '악의꽃'에서 미친 연기력을 보여줬다. '보리보리 장보리'를 완벽하게 지웠다는 평인데, 본인은 어떻게 봤나.글쎄요. 방송으로 모니터 할 때 마다 더 아쉬움만 남던 걸요. 이 장면에선 더 표정을 이렇게 할 걸, 이장면에서 이 대사는 이런 톤으로 할 걸, 하는 아쉬움들이요. 솔직히 혼자 본방사수 하면서 '아…생각보다 별로 안 무서운데, 임팩트가 좀 부족한데'라고 생각할 때가 많았어요. 그런데 방송 후에 댓글을 보면서 사람들의 반응에 제가 더 놀랐어요. 제가 촬영한걸 제가 보는 거라 그런건지, 원래 공포영화 같은 걸 안 무서워해서 그런건지 전 그냥 무덤덤하게 봤던거 같아요. 그리고 생각해보니까 연기할 때는 강한 신들을 오히려 즐기면서 했던 것 같아요. 강한 씬들이니까 더 대본도 많이보고 준비도 더 열심히 해서 그런지 더 집중해서 연기할 수 있었던 것 같고요.
본인의 연기에 점수를 매기는 것만큼 어려운 일도 없을 거 같아요. 굳이 점수를 매긴다면 75점 정도 주고 싶네요. 늘 열심히 준비하고 집중해서 연기해도 막상 모니터를 해보면 아쉬운 점 투성이일 때가 많으니까요. 그나마 예전엔 50점 미만 이었는데 거만해 졌는지 많이 올랐네요 점수가.▲ '악의 꽃'을 위해 체지방을 10kg이나 감량하고, 오래 기다렸다고 들었다.
저도 10kg 정도 뺐다고 하는 내용을 종종 본적이 있는데 실제보다 좀 와전된 거 같아요. 이번 역할 준비하면서 딱 4~5kg로 정도 감량했어요. 다만 근손실 거의 없이 체지방으로만 그 정도를 뺐더니 사람들이 봤을 때 10kg로 정도 뺀듯한 느낌이 나나봐요. 그리고 다이어트 관련해서는 간헐적단식을 꾸준히 하고 있어요. 원래는 화보를 준비하면서 체지방을 좀 걷어내기 위해 간헐적 단식을 시작 했었는데, 다른 다이어트에 비해서 건강하게, 먹고싶은 거 어느정도 먹으면서도 체지방을 7~8% 미만으로 유지할 수 있다는 게 놀라웠어요. 상당히 긴 내용이기 때문에 궁금하시면 저의 SNS를 보시면 됩니다.
▲ '악의 꽃'은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처음 대본을 봤을 땐 굉장히 참신하면서 짜임새 있는 구성과 설득력 있는 인물들에 반했어요. 기존 드라마에서 본 적 없는 흐름과 인물들이었죠.
저는 시놉시스와 8회까지 대본을 읽고 결정했는데, 사실 시놉에도 인물설명은 간략했고 대본 상에도 8회까지는 계속 누워있는 상태라 이렇다할 판단을 내리기 쉽지 않았어요. 백희성이 후반부에 이정도까지 존재감을 보일 수 있을 거라 확신 가질 만한 근거가 없었거든요. 그렇지만 이미 시놉시스와 8부 까지의 대본만 가지고도 이후에 그려질 백희성이 충분히 매력적일수 있겠다는 기대감은 들었죠. 개인적으로는 큰 모험이었지만, 감독님과 제작진 분들께서도 후반부에는 백희성이 중요한 축으로 이야기를 풀어가야 한다고 힘을 실어 주셔서, 처음 가졌던 걱정보다는 큰 망설임 없이 결정할 수 있었어요.▲ 백희성을 연기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들을 했는지 궁금하다.
처음엔 오랜 기간 식물인간 상태에서 깨어났을 때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목소리에 힘이 잘 안 들어가는 설정으로 생각을 했었어요. 성대도 근육이니까 근육이 다 풀려버린 거죠. 그런데 대사 연습을 하다보니까, 원래 목소리 톤 보다 약간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게 백희성의 유약하고 광기어린 모습을 더 살릴 수 있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그쪽으로 톤을 바꿔 잡았죠. 특히 과거 앞마당에 도현수를 암매장하려는 장면에서 그 느낌이 잘 살았던 거 같아요. 사실 과거 사고이전 장면이라 원래 목소리 톤으로 연기해도 되는 장면이었는데, 연기를 하다보니까 그 목소리 톤이 훨씬 더 잘어울리고 특유의 분위기도 잘 살리는 거 같더라고요.
목소리 톤은 배우 존 말코비치에게서 영감을 얻었어요. 전형적인 남자답고 굵은 톤의 목소리가 아니라, 굉장히 고상하고 섬세하고 유약한듯, 여성스러운 느낌도 있는 톤의 목소리인데, 굉장히 독특한 질감에서 묘한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목소리에요.
어리고 유약한듯 광기어린 희성이의 모습을 조금 더 부각시켜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참고했는데 백희성 특유의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데 큰 도움이 되었던것 같아요.
▲ '악의꽃' 중반부터 등장해 매 장면마다 반전을 안겼다. 주변의 반응도 궁금하다.
오랫동안 제 이미지를 깨 줄 작품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사람들이 '신인인 줄 알았는데 찾아보고 김지훈이라 깜짝 놀랐다' ;이 사람이 장보리에서 '보리보리' 찾던 사람 맞냐' 이런 얘기를 할 땐 무척이나 기분이 좋았죠. 기분 좋은 댓글이나 반응들이 너무 많은데 처음엔 무섭다 섬뜩하다 이런 류의 반응이 너무 좋고 신기했어요.
저 역시도 전혀 무섭게 생기지 않은 제 얼굴로 사람들에게 무서움을 줄 수 있을까 확신이 없었거든요. '무서워서 오줌 쌀 뻔했다'는 댓글이 많았는데 ,지저분하긴 하지만 기분은 참 좋더라구요. 제가 사람들에게 무서움을 느끼게 했다는 것 자체가 꽤 짜릿했어요.
인상 깊었던 반응으로는 '내마음속 악역 중 역대1위' 이 멘트가 기억에 남더라구요. 누군가에겐 그의 인생에서 제가 가장 강렬한 악역이었다는 이야기잖아요? 그리고 '진짜 어딘가 저런 사람이 살고 있을 거 같아요' 라는 멘트도 정말 기분이 좋더라구요.
▲ '악의 꽃'에서 백희성은 모든 인물들과 대척한다. 촬영장에서 배우들과의 관계는 어땠나.
이준기 배우와의 호흡은 같이 연기하는 거 자체가 굉장히 즐거운 작업이었죠. 진심으로 연기하는 사람끼리는 말로 하지 않아도 통하는 게 있거든요. 워낙 성실하고 연기에 대한 열정과 집념이 넘치는 배우이기 때문에, 함께 연기하는 순간순간 너무나 즐거웠죠. 몸은 고되도 정신은 행복한 것, 진짜 좋아하는 일을 할 때 느낄 수 있는 거라 생각하는데, 같이 연기하는 동안에는 저도 준기배우도 같은 마음이었을 거라 생각해요. 더군다나 자기 연기만 챙기기도 쉽지 않을텐데, 주연배우로서 현장을 이끄는 분위기와 리더쉽을 보고 많은 걸 배울 수 있었어요. 그 긴 시간동안 최고의 자리에 있는 게 정말 쉽지 않은 일일텐데 가까이서 작업을 해보니 너무나 납득이 가더라구요. 누구보다 섬세하고 열정적이면서 한번 자기 이름을 걸고 작품을 맡으면 정말 모든걸 다 쏟아 부어요. 정말 배울 점이 많은 친구에요. 원래부터 친분은 있었지만, 함께 작업을 하고 나니, 진심으로 리스펙트 하게 되었습니다.
가장 자주 호흡을 맞춘 건 아무래도 아빠, 엄마인 손종학, 남기애 선배님이 아닐까 싶은데요. 두 분 다 연기할 때 엄청난 에너지를 가지고 몰입하시기 때문에 함께 연기하면서 기운을 많이 받을 수 있었죠.
특히 미자 선배님 같은 경우에는, 연기하다 보니 너무나 몰입을 하셔서 감독님이 '오케이'(OK)를 외친 이후에도 한참을 감정이 진정이 안 되시는 경우가 많았어요. 희성이를 찌르는 장면도 그랬고, 가정부를 죽이고 온 희성이를 보며 끔찍해하는 장면에서도 그랬고 드라마상 미자의 상황에 너무 실제처럼 몰입을 하시더라고요. 덕분에 제 연기도 에너지를 많이 받았죠. 어머니가 너무 실감나게 연기를 해주셔서 백희성이 더 무섭고 소름끼치게 보일 수 있었던 거 같아요.
그리고 만우 선배님과의 마지막 신은 정말 뭔가 굉장히 뭉클했는데, 그냥 아버지 얼굴만 보고 있는데도 너무 짠하고 시큰한 감정이 올라오더라구요. 덕분에 마지막에는 희성이도 좀더 인간적으로 보여질 수 있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지금 돌이켜 보니 한 분 한 분 너무 소중했고 행복한 촬영 현장이었네요.▲ 정치적인 성향이나 사회적인 문제에도 소신을 숨기지 않더라. 용기있는 배우라는 평인데, 연기자로서 싶지 않은 행보가 아닐까 싶은데 그럼에도 행동하는 이유가 있다면?
연기자는 사회적으로 크던 작던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잖아요. 어떠한 행위를 하거나 SNS에 어떤 글을 올렸을 때 기사화 될 수 있는 사람이니까. 그래서 더 조심스럽고 늘 생각을 많이 해야 하지만 적어도 누가봐도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쳐 세상을 조금이라도 나은 방향으로 변화 시킬 수 있다면 그 자체만으로 제가 연기를 하는 것 만큼이나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이건 정치적인 문제도 아니고 이념적인 문제도 아니에요. 제가 가끔 용기내어 소신을 밝히는 경우는 최소한의 양심과 상식을 벗어난 사회적 문제들에 대한 이야기 혹은 전 지구적 환경을 위한 이야기 들일 거에요. 그럼에도 끊임없이 자기들만의 잣대로 절 좌우프레임 안에 가두려 하는 사람들은 있겠지만, 제 스스로 어떠한 좌우논리가 아닌 진짜 옳은 일을 추구한다는 확신이 들 때에는, 앞으로도 소신은 숨기지 않을 생각이에요.
▲ 올해로 데뷔 18년이다. 김지훈에게 '악의 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오랫동안 고정된 이미지 안에 갇혀있던 저를 그 바깥으로 꺼내어준 고마운 친구. 그리고 사람들이 김지훈라는 배우에게 전혀 기대하지도 않고 예상하지도 않았던 모습을 발견하게 해준 고마운 친구 같아요.
▲ SM엔터테인먼트에서 시작한 첫 배우가 아닐까 싶다. 아이돌이 아닌 배우를 한 이유가 있다면?
간단해요. 노래를 못해서. 연습생들 사이에서 깨달았죠. 가수는 진짜 노래 잘하는 사람이 해야하는 거구나.
▲ 앞으로 어떤 배우로 기억되길 바라나.
스스로의 한계를 끊임없이 깨 나가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물론 한계를 깬다는 건 무척 힘든 일이겠지만, 그만큼 배우로서 만족하고 게을러지면 안된다는 얘기겠죠. 그래서 사람들이 늘 저의 다음 작품 다음 역할에 대해 궁금해 하게 하고 기대하게 하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 '악의 꽃'으로 파격적인 도전에 성공했다. 또 도전해보고 싶은 장르, 캐릭터가 있다면?
해보고 싶은 건 많아요. 진짜 절절한 멜로도 해보고 싶고, 로맨틱 코미디도 해보고 싶고, 완전 장르물로 '찐'한 형사나 또다른 악역을 해보고 싶기도 하고 남자냄새 물씬나는 느와르 장르도 해보고 싶고 저는 다 저만의 스타일로 잘해낼 자신 있거든요
▲ '악의 꽃' 종영 후 어떤 계획이 있나.일단은 다음 작품을 신중하게 잘 결정해야 하겠죠. 저 스스로도 즐겁게 연기할 수 있는 작품을 잘 선택해서 또 멋진 역할을 만들어 내고 싶어요. 배우로서 목표는, 사람들에게 기대감을 계속해서 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기대감 다음으로는 궁금증을 가지게 하는 배우가 되고 싶고요.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사람들에게 좋은 메세지와 가치관을 전달하는 선한 영향력을 지닌 배우가 되고 싶어요.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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