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간 소득세 0" vs "수백만달러 냈다"…트럼프 납세 논란

트럼프, 2000~2017년 소득세로 9500만달러 낸 뒤
2010년 이후 7290만달러 환급 받아
미국 대선을 30여일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납세 실적이 새 변수로 떠올랐다. 뉴욕타임스(NYT)가 27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18년치(2000~2017년) 납세 실적을 폭로하면서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한 2016년과 취임 첫 해인 2017년에 750달러씩의 연방 소득세(이하 소득세)를 냈지만 11년간 소득세를 한 푼도 안 냈다으며 이는 손실이 수입보다 크다고 신고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가짜 뉴스'라고 반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납세 실적은 29일 열리는 민주당 대선후보 조 바이든과의 1차 대선후보 TV 토론의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트럼프, '절세의 기술'?

NY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분석기간인 18년간 총 9500만달러(약 1100억원)의 소득세를 냈다. 하지만 2010년 이후 이자까지 합쳐서 환급받은 금액이 7290만달러에 달한다. 낸 세금의 77%를 돌려받은 것이다.

이에 따라 18년간 트럼프 대통령이 실질적으로 낸 소득세는 연평균 140만달러다. 이는 미국 최상위 0.001% 부자들의 연평균 소득세 납부액(2500만달러)의 5.6%에 그친다. NYT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매년 10만달러 이상의 세금을 정기적으로 냈다고 지적했다.
대통령 임기 첫 해 연방소득세 납세액. 워싱턴포스트 캡처 트럼프 대통령이 돌려받은 세금 중엔 논란의 소지도 있다. 예컨대 트럼프 대통령은 세금 환급 사유로 애틀랜틱시티 카지노들의 엄청난 적자를 들면서 이들 카지노 지분을 포기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분 포기 시점에 새로 세운 카지노회사의 지분 5%를 취득한 것으로 보인다고 NYT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개인과 가족의 지출을 상당부분 회사 사업 비용으로 처리했다. '어프렌티스' 출연 기간 자신의 헤어스타일 비용 7만달러, 딸 이방카의 헤어·메이크업 비용 10만달러 등을 회사 비용으로 분류했고, 결과적으로 세금을 줄이는데 도움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1996년 매입한 뉴욕주 웨스트체스터의 대저택 '세븐 스프링스'를 '투자용 부동산'으로 분류해 2014년 이후 220만달러의 재산세를 감면받았다. 하지만 세븐 스프링스는 회사 홈페이지 등에 트럼프 가족 저택으로 소개됐다고 NYT는 지적했다. 회사 지출을 늘린 각종 컨설팅비도 도마에 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의 회사들은 거의 모든 사업에서 약 20%의 컨설팅비를 지출했지만 이 비용에 관한 설명이 부족하다. 2010년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컨설팅비로 지급한 액수는 2600만달러에 달한다.

컨설팅비가 트럼프 가족에게 다시 흘러들어온 정황도 포착됐다. 회사 측은 하와이와 밴쿠버의 호텔 개발사업으로 이름이 적시되지 않은 한 컨설턴트에게 74만7622달러를 지급했다. 그런데 이방카 트럼프가 2017년 백악관에 입성할 때 제출한 자료를 보면 자신이 공동 소유한 컨설팅회사로부터 이와 똑같은 금액을 받았다고 NYT는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본업인 부동산 사업 등에선 손해를 보면서도 정작 자신은 '성공한 사업가'의 이미지와 브랜드로 커다란 수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핵심 사업인 골프장 영업에선 2000년 이후 3억1500만달러 이상의 손실을 냈다. 2016년 문을 연 워싱턴DC 호텔도 짧은 기간에 5500만달러 이상 적자를 봤다. 반면 2004∼2018년 트럼프 대통령이 '어프렌티스'와 각종 라이센싱, 홍보 계약 등으로 번 돈은 총 4억2740만달러로 집계됐다. 또 두 채의 건물에 투자해 1억7650만달러의 수익을 냈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막대한 세금을 환급받은데 대해 NYT는 2008년과 2009년 트럼프 대통령 소유 기업에서 총 14억달러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신고한 것이 근거였을 것으로 추정했다.

만약 세무당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세금환급을 인정하지 않을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환급받은 돈으로 창출한 이익을 환납해야 할 뿐만 아니라 1억달러 이상의 벌금을 물어야 할 수도 있다고 NYT는 전했다.

2012년 트럼프타워를 담보로 빌린 1억달러의 대출 상환 시한이 다가오는 등 재무적 문제가 커질 것이란 우려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2년 만기도래하는 이 대출의 원금을 아직까지 한 푼도 갚지 않았다.


트럼프, "가짜뉴스", 펠로시 "국가안보 문제"

트럼프 대통령은 27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NYT 보도를 "가짜뉴스"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세금을 냈다"며 관련 정보를 공개하겠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 가족기업인 '트럼프 그룹'측도 NYT에 보도와 관련 "전부는 아닐지라도 대부분의 사실이 부정확해 보인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여년간 연방정부에 개인세금 수천만달러를 납부했다"고 밝혔다. NYT는 트럼프 그룹 측이 '개인세금'이라는 용어를 쓴 점에 주목하며 "개인세금에는 소득세와 함께 사회보장연금·건강보험금 등(급여세)이 포함된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8일엔 트윗을 통해 "나는 수백만달러의 세금을 냈지만 다른 모든 사람과 마찬가지로 감가상각과 세액공제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NYT 보도를 "불법적으로 취득한 정보"라고 공격했다. NYT는 앞서 합법적 경로로 취득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가짜 뉴스에는 없는 자신의 특별한 자산을 살펴보면 차입금을 이용한 투자가 극도로 낮다고 했다. 또 이 정보의 많은 부분은 이미 기록으로 보관돼 있다며 "나는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것이라고 발표했을 때부터 모든 자산과 부채를 보여주는 재무제표를 공개할 수 있다고 오랫동안 말해왔다"고 했다. 또 "(재무제표는)내가 기록상 연간 40만 달러와 대통령 봉급을 포기한 유일한 대통령이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했다.

민주당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28일 MSNBC 방송과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부채와 관련, "이것은 국가 안보 문제"라고 공격했다. 대통령이 누구에게 빚을 졌는지, 대통령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다른 나라들과 관련이 있는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