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보는 '텅 빈' 명절 푸드코트…고속도로 휴게소 가보니 [현장+]

사상 첫 고속도로 휴게소 좌석 운영 금지
음식 포장해 주차한 차량 안에서 식사하기도
방역 요원 곳곳 배치…휴게소 이용객들 협조적
덕평자연휴게소 식당가 출입구 모습. 이용객들의 통제를 위해 입구가 봉쇄돼 있다. [사진=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명절 연휴에 처음 보는 '텅 빈' 고속도로 휴게소 푸드코트.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가 빚어낸 이색 풍경이었다. 정부가 특별방역대책을 내놓으면서 추석 연휴 전날인 지난달 29일부터 고속도로 휴게소에서는 '포장 판매'만 허용했다.

기자는 고속도로 휴게소 실내 매장 좌석 운영 전면 금지 첫 날인 지난달 29일 연휴 때면 이용객들이 몰리는 휴게소를 찾아가봤다. 5년째 고속도로 휴게소 매출 1위를 기록 중인 영동고속도로 덕평자연휴게소와 서울 출발의 기점이 되는 경부고속도로 만남의광장 휴게소를 방문했다.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이달 4일까지 도로공사가 관리하는 모든 고속도로 휴게소에서는 포장(테이크아웃) 제품만 판매한다. 매장 내 감염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휴게소 입구에는 안내요원을 배치해 이용객 대상으로 발열 체크와 출입자 관리를 했다.
덕평자연휴게소 관계자들이 푸트코트의 식탁을 철거하는 모습 [사진=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스피커 통해 방역 협조 내용 수시로 방송

덕평자연휴게소에서는 방역에 심혈을 기울이는 모습이 곳곳에서 포착됐다. 휴게소 내 스피커를 통해 수시로 방역 협조를 안내하는 방송이 나왔다. 휴게소에 머무는 시간을 최소화하고 마스크를 착용하며 거리두기를 반드시 준수해달라는 내용 등이었다. 방역 요원 안내에 적극 협조하고, 사전에 먹거리를 준비해 휴게소 방문을 자제해달라고도 했다.강원도 삼척 고향집을 방문한다는 한 부부는 이날 휴게소에서 음식을 포장해 주차한 차량 안에서 식사 중이었다. 이들 부부는 "크게 불편한 부분은 없고 오히려 조용히 먹을 수 있어서 장점도 있다"고 귀띔했다.
덕평자연휴게소 푸드코트 주문대. 점원 앞으로 가림막이 설치돼 있다. [사진=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커피, 도시락 등을 포장해가던 오모 씨(50)도 "80대 어머니가 무릎이 안 좋고 연세도 많아 식당에서 먹는 것보다 한적하게 가족끼리 차에서 먹는 게 여러모로 낫다"고 말했다.

휴게소 내 편의점 직원은 "물, 캔커피 등 음료 역시 매장보다 밖에 나가서 드시길 조심스럽게 권하고 있다. 대체적으로 이용객들이 거부감 없이 협조했다"고 전했다.휴게소 내 공원에서 포장해온 떡볶이를 자녀들과 먹던 부부 역시 "시기가 시기인 만큼 정부 방침을 따라야 하지 않겠나. 아이들도 좋아하고 소풍 온 기분마저 든다"며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덕평자연휴게소 내 벤치. 사용 중단 안내문이 부탁된 모습. [사진=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푸드코트 출입구에서 이용객을 통제하던 방역 요원은 "건물에 드나들 때마다 온도 체크를 하면 이용객들이 불편해한다. 온도 체크를 마친 이용객에게는 스티커를 부착해 입구에서 번번이 수기를 작성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덜었다"고 귀띔했다.

휴게소에 들른 화물차 기사는 "우리 같은 기사들은 음식을 포장해 차에서 먹는 게 익숙하다"며 "왠지 덜 외로운 기분"이라고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가족 위해서라도 휴게소 오래 머물지 말아야"

경부고속도로 만남의광장 휴게소 입구 [사진=김기운 한경닷컴 기자]
이날 오전 서울 만남의광장 휴게소(부산 방향)에는 이른 시간부터 귀성객들이 속속 몰려들었다.

휴게소에서 음식물 섭취가 전면 금지되고 포장 판매만 가능하게 되면서 관계자들은 잔뜩 긴장한 모습이었다. 휴게소 관계자들은 마스크를 쓰지 않은 이용객들에게 마스크 착용을 독려하고 거리두기를 수시로 권하는 등 방역에 힘을 쓰는 모습이었다.

대구가 고향인 최모 씨(47)는 "평소엔 명절에 가족들과 KTX를 타고 갔는데 이번에는 혼자 자가용을 이용해 짧게 다녀오려 한다. 잠깐만 휴식을 취하고 되도록 쉬지 않고 대구까지 달릴 생각"이라고 말했다.
방역 통제 요원이 이용객들의 온도를 체크하고 스티커를 부착하는 모습. [사진=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연휴 기간 포장 판매만 허용하면서 휴게소 내 식탁들은 모두 구석으로 밀어놓았다. 이용객 출입관리 업무를 맡은 방역 요원 김모 씨(61)는 "무인 판매기로 음식을 구입하고 포장해가는 방식이기 때문에 예년보다 손님들이 많이 줄었다"며 "되도록 집에서 간편식을 준비해와 사람들과 접촉을 최소화하는 편이 좋을 것"이라고 했다.

광주로 향하는 귀성객 박모 씨(31)는 "고향에 있는 가족을 위해서라도 휴게소에 오래 머무르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며 "휴게소 매장 식사 금지 조치가 없었더라도 편의점에서 간단한 도시락 정도 사갈 생각이었다"고 덧붙였다.

만남의광장 휴게소 한식조리사 김기철 씨(50)는 "시민들도 정부의 방역 방침에 잘 협조해줄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귀성객들은 1m 이상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 가정에서 간편식 준비해 오기 등을 실천해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만남의 광장 푸드코트와 화장실 입구 모습. 식탁은 정리돼 있고 곳곳에 마스크 착용 안내문이 설치됐다. [사진=김기운 한경닷컴 기자]
정부는 이번 추석을 향후 코로나19 재확산 여부를 가를 분수령으로 보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코로나19 사태로 이번 추석 명절 고속도로 이동량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귀성객 대부분이 자가용을 이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안전에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도로공사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코로나19 감염을 예방하기 위한 것으로 명절 연휴에 휴게소를 이용하는 고객들께서는 마스크 착용과 거리두기를 꼭 지켜주기 바란다. 밀집·밀폐된 장소에 오래 머무르지 않도록 주의해달라"고 거듭 요청했다.

강경주/김기운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