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결에 들은 적 있다"…'팔순' 김종인 대망론 왜? [정치T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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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권 욕심 없다면 비대위원장 수락했겠나""바람결에 들은 적이 있다."
"광주 가서 무릎 꿇었을 때 대권도전 직감"
"대권 욕심내는 순간 당도, 본인도 망할 것"
"김종인 대망론? 여당의 야당 힘빼기 전략"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대권 도전설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이후 야권에선 '김종인 대망론'과 관련한 뒷말이 끊이지 않고 있다. 김종인 위원장은 1940년생으로 올해 만 80세다. 왜 팔순 노정객의 대망론이 불거지게 된 것일까?김종인 위원장은 최근 자강론을 내세우며 연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장외 신경전을 벌이는 모습을 연출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안철수 대표에게 '러브콜'을 보내는 흐름과 상반된다.
때문에 당내 일각에서는 안철수 대표와의 선 긋기가 '김종인 대망론'을 위한 포석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김종인 위원장이 안철수 대표에 대해서만 선을 긋고 있는 것이 아니다. 당내 대권주자들에 대한 평가가 전반적으로 야박하다"며 "대권주자들은 '당내 주자들을 키워줘야 할 당 대표가 오히려 깎아내리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한다. 그래서 (김종인) 본인이 대권 또는 최소 당권을 노리는 것 아니냐는 말이 흘러나온다"고 귀띔했다. 올해 80세인 김종인 위원장의 대권 도전이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느냐는 질문에는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조 바이든도 42년생이다, 불가능하진 않다"며 "꼭 대권이 아니더라도 내각제 개헌 후 총리직을 맡는 방법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김종인 위원장의 생각은 아무도 알 수 없다"면서도 "안철수 대표나 기존 우리 당 대권주자들에 대한 감정이 좋지는 않은 것 같다. 본인이 대권을 노리는 것이 아니라면 아예 새로운 판을 짜보고 싶은 것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김종인 위원장은 과거 언론 인터뷰에서 차기 대권주자와 관련해 "당 밖에서도 꿈틀거리는 사람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당에 오기 전에도 다음 대통령감이 어떤 사람일지 관심 있게 관찰하고, 가능성 있는 사람에게 권고도 해봤다"고 말한 바 있다. 당내에서 차기 주자를 찾기보단 새로운 인물을 발굴하겠다는 뜻이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김종인 대망론에 대해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평가했다.
황태순 평론가는 "사실 김종인 위원장이 광주 5·18 묘역에 가 무릎 꿇었을 때부터 대권 욕심이 있는 것 아닌가 생각했다"며 "홍준표 의원도 (복당을 안 시켜) 못 들어오게 하고, 다른 당내 주자들은 깎아내리고 있다. 결국 본인이 (대선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고 있는 것 아닌가 싶다"고 했다.
실제로 김종인 위원장은 파격 행보를 펼치고 있다. 광주 5·18 묘역에서의 무릎 사과를 비롯해 기본소득, 전일제 보육 등 기존 보수 정당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의제들을 선보였다. 하태경 의원은 김종인 위원장에 대해 "우리 당에서 생물학적 나이가 가장 많지만 생각은 가장 젊다"고 언급하기도 했다.정치평론가인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했을 때부터 당연히 대권 생각이 있다고 봤다"면서 "이미 비대위원장 등을 여러번 해봤고 국회의원 4선에 장관까지 두루 경험한 분이다. 대권 생각이 없다면 정치에 복귀할 이유가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진 원장은 김종인 대망론이 정치권에서 흘러나오는 배경에 대해 "가장 큰 이유는 현재 야권에 지지율 5%를 넘기는 후보가 한 명도 없기 때문"이라며 "국내 경제가 어려운데 김종인 위원장은 경제전문가라는 강점도 있다"고 부연했다.
다만 김종인 위원장이 안철수 대표에 대해 선을 긋고 있는 것은 대권을 위한 포석으로만 해석할 이유는 없다고 봤다.
최진 원장은 "의석 3개 미니 정당(국민의당)과 합쳐봐야 얼마나 큰 효과가 있겠느냐 하는 현실적 이유도 있을 것"이라며 "국민의당과 섣불리 합칠 경우 지분 문제도 복잡해진다. 현재 국민의힘은 표면적으로 계파갈등이 없는 상황인데 자칫 과거 (유승민계와 안철수계가 함께 만든) 바른미래당처럼 심각한 계파갈등을 겪을 수도 있다"고 짚었다.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현재 김종인 위원장 주변에서 대권 출마를 부추기는 세력이 있다는 소문이 돈다"며 "(김종인 측근들은) 내년 서울시장,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승리하고 비대위원장 임기를 무사히 마치면 대권 도전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나 김종인 위원장이 현명한 판단을 할 것으로 본다. 본인이 (대권에) 욕심내는 순간 당도 망하고 본인도 망한다"며 "김종인 위원장은 관리형 인물이다. 유력 대권주자를 잘 키워줄 수 있는 인물이지, 본인이 대권에 직접 나서면 안 된다"고 평했다.
김종인 위원장이 당 안팎 대권주자들에게 야박한 평가를 내리는 것을 두고는 "일부 주자들이 지금은 본인 지지율이 낮아도 현 정부 실정으로 반사효과를 볼 것이라고 안이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대권주자들을 단련시키는 과정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아예 김종인 대망론은 여당의 '야당 힘빼기 전략'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신율 교수는 "김종인 위원장이 직접 대선주자로 나설 가능성은 낮다"며 "김종인 대망론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주로 민주당 쪽 인사들이다. 야당 힘빼기 전략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TMI는 '너무 과한 정보(Too Much Information)'의 준말입니다. 꼭 알지 않아도 되는 정보지만 독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정치 뒷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