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비통, 티파니 인수 취소 놓고 맞소송…"내탓 아냐"

LVMH "티파니, 코로나 이후 경영 방만해 가치 떨어져"
"프랑스 외무부가 연기 요청도…인수 취소 근거 충분"
일각에선 '인수가 재협상 위한 어깃장' 해석도
프랑스 명품 패션그룹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가 미국 보석업체 티파니 인수를 추진하다 중단한 일을 두고 양사간 맞소송전이 벌어졌다. LVMH는 지난 9일 티파니 인수계약 취소를 발표했다.

2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LVMH는 이날 미국 델라웨어법원에 티파니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다. 티파니 인수 계획이 중단된 것은 LVMH 탓이 아니라는게 골자다. LVMH는 소장에서 “티파니의 사업이 코로나19 이후 크게 망가졌으며, 이는 인수 중단의 적절한 근거가 된다”고 주장했다. LVMH는 “티파니가 코로나19 사태 와중에도 주주들에게 고액 배당을 지급하는 등 사업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고, 이때문에 상반기 실적과 올해 전망이 모두 악화됐다”며 “현재 티파니는 LVMH 산하 동급 브랜드에 비해 매우 나쁜 상태”라고 소장에 썼다.

LVMH는 티파니 인수 계획 중단의 또다른 이유로 프랑스 정부를 들었다. 프랑스 외무부가 LVMH에 서한을 보내 티파니 인수를 내년 1월6일 이후로 연기해달라고 했다는 설명이다.

내년 1월6일은 미국이 프랑스가 디지털세를 도입할 경우 프랑스산 제품에 고율 보복 관세를 매기겠다고 엄포를 놓은 시점이다. 장 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외무장관은 서한에서 “미국이 프랑스산 제품에 고율관세를 부과할 경우 프랑스 상품에 미치는 영향 등을 평가해야 한다”며 “인수를 연기하길 바란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외신들은 프랑스 외무부의 인수 연기 요청은 LVMH가 티파니 인수 계획을 깨기로 한 ’표면상의 이유’에 불과하다고 보고 있다. 프랑스 외무부의 서신이 기업간 계약을 중단시킬만한 법적 구속력을 가진 것은 아니고, LVMH가 인수 연기 대신 인수 취소를 택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버나드 아르노 LVMH 최고경영자(CEO)가 티파니 인수 계약을 중단하고자 프랑스 정부에 지원을 요청했고, 이후 프랑스 외무부가 LVMH에 서한을 보낸 것”이라고 보도했다.

프랑스 외무부 서신을 놓고 논란 커지자 르 드리앙 외무장관은 지난 27일 “프랑스의 이익을 보호하는게 내 의무”라며 “미국과 프랑스간 무역 갈등은 이미 알려져 있고, 이에 대해 외무장관이 본 정치적인 판단을 알렸을 뿐”이라고 말했다. 티파니 측은 LVMH가 인수가액을 낮춰 좀더 싼 값에 티파니를 인수하기 위해 인수 계약에 어깃장을 놨다고 보고 있다. 티파니는 지난 9일 미국 델라웨어법원에 LVMH가 인수를 예정대로 진행하거나, 아니라면 티파니에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티파니는 제출한 소장에서 “LVMH의 진짜 목표는 작년 11월 합의한 인수가액을 재협상하는 것”이라며 “이는 매우 부적절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당초 LVMH는 오는 11월24일까지 티파니를 인수할 계획이었다. LVMH는 작년 11월 티파니를 162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했다. 티파니 주식을 주당 135달러로 친 금액이다. 작년 10월 LVMH는 주당 120달러를 책정해 인수 의사를 제시했으나 티파니가 가격이 너무 낮다며 거절해 인수가를 12.5% 올렸다. 162억달러는 LVMH 창사 이래 기업 인수액으로 가장 높은 액수다. 양사간 기존 계약서에 따르면 티파니가 일방적으로 인수 계약을 파기할 경우엔 5억7500만달러를 위약금으로 지급해야한다. 그러나 LVMH엔 위약금 지급 의무 조항을 따로 두지 않았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