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 치렀다"…트럼프 코로나19 확진 조롱한 中매체

외교부는 '쾌유' 바래…中 전문가 "트럼프 재선에 불리"
일부에선 "중국 때리기 명분될 것" 우려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데 대해 중국 언론들이 일제히 비판하고 나섰다. 중국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확진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중국 때리기가 심화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의 후시진 총편집인은 3일 트윗을 통해 "코로나19를 얕본 도박의 대가를 치른 것"이라며 비판하면서 "미국 코로나19 상황의 심각성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감염은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의 이미지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그는 웨이보(중국판 트위터) 계정을 통해선 "트럼프 대통령이 오랫동안 마스크 착용을 거부했고 방호 조치가 부족했다"면서 "어찌됐든 트럼프 대통령이 이 난관을 무사히 지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날 웨이보에선 '트럼프 대통령 부부 코로나19 확진' 해시태그가 달린 게시물의 조회 수가 17억회, 댓글이 40만개를 훌쩍 넘길 정도로 관심을 모았다. 관련 기사 댓글 중에는 "코로나19가 트럼프 대통령을 이기기 바란다", "(중국 명절인) 국경절(10월1일) 선물이다" 등 조롱성 내용이 많은 공감을 받았다.

반면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트윗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 부부가 양성 판정을 받았다니 슬프다"면서 "신속히 회복하고 괜찮기를 바란다"고 밝혔다.중국 매체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확진 소식을 신속히 전하면서 미국 대선에 끼칠 영향에 주목했다. 관영 중국신문망은 "미국 대선을 겨우 33일 남겨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에 확진됐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운동에 큰 변수가 생겼다고 평가했다. 관찰자망은 1차 TV토론 후 여론조사 결과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낙관적이지 않다면서 "가장 큰 문제는 (대선까지) 시간이 많지 않다는 점"이라고 전했다. 환구시보는 트럼프 대통령 주치의 성명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상태가 양호하며 업무수행이 가능할 전망이라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고령에 비만인 만큼 낙관할 수 없다는 CNN 보도를 소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확진을 계기로 대(對)중 강경노선을 강화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중국의 전문가들은 이번 일이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공격할 명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류웨이둥 중국 사회과학원 미국 담당 연구원은 "트럼프에겐 희소식이자 악재가 될 수 있다"면서 "그러나 어느 쪽이든 감염은 트럼프에게 가혹한 중국 때리기 전술을 시작할 명분을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팡중잉 중국 해양대 교수는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10월의 기습적인 사건'"이라고 평가하면서 "이 소식이 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불확실하지만 적어도 한 가지는 확실하다. 중국에는 확실히 나쁜 소식"이라고 했다. 팡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일을 계기로 중국에 대한 공격을 늘릴 기회를 잡을 가능성이 매우 높고, 그 결과 중국에 대한 압박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우려된다"고 말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