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코로나 확진 숨긴 채 유세했나…진단 시점 의혹 부상

주치의, 3일 "진단 받은지 72시간 됐다" 발표
"48시간 전 실험용 치료제도 투여받아" 발언도
이후 "기자 회견에서 말 실수했다" 주장
트럼프는 2일 자정 확진 알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입원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뒤에도 한동안 감염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선거 유세를 벌였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주치의 등 의료진이 기자회견에서 밝힌 진단 시점이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보다 하루 이상 앞섰기 때문이다.

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션 콘리 백악관 주치의는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감염 진단을 받은지 72시간째"라고 밝혔다. 콘리 주치의는 트럼프 대통령이 입원 중인 월터 리드 군 병원 의료진 등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치료를 도맡고 있는 인물이다. 콘리 주치의의 발언 이후 현지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감염 사실을 알고도 숨긴채 선거 유세를 벌인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잇달아 제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확진 사실을 밝힌 시점이 미국시간 기준 2일 자정께다. 기존엔 트럼프 대통령의 진단 시점이 1일 저녁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콘리 주치의가 기자회견을 연 때는 트럼프 대통령이 트윗을 올린 후 약 34시간이 지난 시점이다.NBC방송은 "주치의의 말대로라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에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실이라면 트럼프 대통령이 양성 판정을 받은 수시간 후가 아니라 수십시간 후 이를 알렸다는 얘기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의료진도 진단 시점이 기존 알려진 것보다 앞섰다고 유추할 만한 발언을 내놨다. 의료진 중 한 명인 브라이언 가리발디 존스홉킨스대병원 교수가 "트럼프 대통령은 약 48시간 전 아직 실험 단계에 있는 코로나19 치료제를 투여받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1일 오후 중 치료제를 접종했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감염 진단을 받은 시점은 백악관이 당초 밝힌 1일 밤보다 앞당겨진다. 의혹이 이어지자 콘리 주치의 등 의료진은 별도 성명을 통해 "브리핑 도중 실수를 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진단받은 지 3일차가 됐다고 하려던 것을 진단 후 72시간이 지났다고 잘못 말했다"고 수습에 나섰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목요일(1일) 밤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콘리 주치의의 '말 실수' 해명은 설득력이 약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기자회견은 미국 대통령의 건강 상태를 알리는 만큼 사전 준비를 철저히 거쳐 자료를 준비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날 콘리 주치의는 미리 써놓은 기자회견문을 읽었다. 콘치 주치의와 가리발디 교수가 각각 말실수를 했을 가능성도 높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의료진은 "이날 기자회견문에 리네제론(Regeneron)을 리제론(Regeron)이라고 잘못 표기하는 등의 실수도 있었다"며 기자회견문에 다른 오기도 있었던 만큼 브리핑 도중 실수가 나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진단 시점이 기존 백악관 입장과 다른 것으로 밝혀질 경우엔 대선 표심에도 역풍이 불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진단결과 발표 직전날까지 활발한 대외활동을 벌였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 뉴저지주 베드민스터 트럼프 골프클럽에서 열린 선거자금 모금 행사에 참석했다. 백악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밤 중 두 차례 코로나19 검사에서 모두 양성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주치의 등 의료진의 당초 발언이 사실일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감염 사실을 알고 있는 채로 선거자금 모금을 위해 행사에 참여한게 된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