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민심 '아전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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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훈아 '소신발언' 놓고 대립각추석 연휴 동안 지역구에서 민심을 들여다본 여야 정치권이 정치 현안에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연휴 뒤 곧바로 시작되는 국정감사 및 국회 입법 현장에서도 이런 입장차가 부각될 전망이다.
野 "하도 답답해 대통령 비판"
與 "반성 않고 떠들기 바빠"
野 "北 만행에 분노 들끓어"
與 "정쟁 말고 일해라 촉구"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4일 국회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추석 당일인 지난 2일 긴급 화상 의원총회를 열고 민심을 확인해 보니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 휴가 미복귀 의혹, 북한의 해양수산부 공무원 총살 및 시신 훼손 사건 등에 대한 국민의 들끓는 분노를 확인할 수 있었다”며 “도대체 야당은 무엇을 하고 있냐는 질책도 쏟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추 장관 아들 의혹에 대해 “추 장관이 나오는 TV를 산산조각 내겠다는 울분까지 토해내더라”며 “이번 의혹은 특별검사를 통해 파헤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해서는 “유해 송환과 사건 진실 규명을 위해 (국회) 청문회 등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이번 사고가 발생한 연평도를 지역구로 둔 배준영 의원도 “주민들이 굉장히 불안해하고 있다”며 “이해하기 힘든 일이 벌어졌다는 분위기”라고 민심을 전했다.여당은 지나친 정치 공세라고 혹평했다. 인천 남동을이 지역구인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거리에 행인들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 등 확실히 예년과는 다른 추석 명절 분위기를 실감했다”면서도 “민생 챙기기보다 개혁을 흔들기 위해 정쟁을 일삼는 국민의힘에 대해 비판하는 분도 많았다”고 지적했다. 광주 북구을의 이형석 민주당 의원은 “호남 민심은 추 장관 가짜 뉴스에 대한 걱정이 많았고 개혁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고 전했다.
여당 의원들은 공통으로 경제 위기 극복에 대한 의견을 내놨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간담회에서 “추석 연휴 기간 내내 국민이 이구동성으로 정치권에 한 말은 ‘일해라’였다”며 “앞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민생 정치에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부산 사하갑의 최인호 민주당 의원도 “(추석 전 여야가 합의한) 재난지원금에 대한 만족도가 상당히 높았다”고 평가했다.
지난달 30일 가수 나훈아가 추석 특집 공연에서 한 ‘소신 발언’을 두고도 여야는 대립각을 세웠다. 그는 공연에서 “국민 때문에 목숨 걸었다는 왕이나 대통령을 본 적이 없다”며 현 정부를 비판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이에 대해 “올 추석은 가히 ‘나훈아 추석’”이라며 “‘언론이나 권력자는 주인인 국민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 공연의 키워드”라고 평가했다. 같은 당 김병욱 의원도 “오죽 답답했으면 국민 앞에서 저 말을 했을까”라고 했다. 반면 정청래 민주당 의원도 “나훈아의 발언에 부끄러워해야 할 사람들이 고개를 쳐들고 이런 말 저런 말로 마치 남 얘기하는 걸 보니 이분들은 아직도 제정신이 아닌 모양”이라고 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