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CFO Insight] 초격차 / 권오현 전 삼성전자 회장이 꼭 없애고 싶었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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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격차:리더의 질문
권오현 전 삼성전자 회장이 꼭 없애고 싶었던 것
여러 사업부의 부서장을 맡아 경영 훈련을 받던 시절, 권오현 전 삼성전자 회장의 가장 큰 불만은 ‘쓸데없는 회의가 너무 많다’는 것이었다. 새벽부터 회의가 잡히는 건 일상이고 때로는 밤 11시, 주말에도 회의가 소집됐다.
회사 경영을 책임지게 된 뒤 ‘회의를 너무 자주, 길게 하지 말자’는 원칙을 세우고 지켜나갔던 것도 이런 경험들 때문이었다. 클릭 몇 번이면 부서별 업무 현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요즘 같은 시대에 굳이 직원들을 불러들여 회의라는 명목으로 보고를 받는 건 경영자가 자기 편하려고 직원들의 시간을 낭비하는 행동이라고 꼬집는다. 부하 직원들과 꼭 논의해야 할 일이 있다면 회의 대신 간담회를 하라고 후배 경영자들에게 조언한다. 회의와 간담회를 구별하는 기준은 간단하다. 보고서든 파워포인트 슬라이드든 참석자가 미리 자료를 준비해서 들어오면 회의고, 아무런 자료도 책상 위에 놓여있지 않으면 간담회다.
간담회를 할 때는 참석자 수도 10명 이하로 제한하고 직사각형 테이블보다는 라운드 테이블에서 하는 게 좋다고 말한다. 누가 어느 자리에 앉을지부터가 이미 정해져 있는 직사각형 테이블에선 참석자들이 솔직한 의견을 내놓는 게 훨씬 더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이 같은 간담회는 경영자에게 부하 직원들의 진짜 실력을 평가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 역시 제공한다. 아무런 자료도 참고할 수 없기 때문에 회의 참석자들이 해당 주제에 대해 얼마나 깊고, 폭넓게 이해하고 있는지가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일종의 구두시험을 자연스럽게 보는 셈”이라는 게 그의 말이다. 그는 경영자가 정기적으로 주재해야 하는 회의는 회의를 개최한다는 사실 자체가 경영자의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수단이 되는 ‘상징적 회의’ 뿐이라고 말한다. 삼성전자 경영을 이끌었을 당시 ‘환경 안전 회의’ 만큼은 줄기차게 열었던 것은 환경과 안전 문제가 그만큼 중요한 이슈고, 이에 대한 조직 구성원들의 경각심을 최고조로 유지하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한다.
이런 회의에서도 다음 세 가지 원칙을 꼭 지켰다.
첫째, 지시는 많이 하지 않고 질문을 많이 한다.
둘째, 회의를 위한 회의는 절대 하지 않는다.
셋째, 회의를 정시에 시작하고 약속한 시간 내에 끝낸다. 권오현 전 삼성전자 회장이 2년 만에 <초격차: 리더의 질문>을 들고 돌아왔다. 2018년에 출간돼 20만 부 넘게 팔린 <초격차, 넘볼 수 없는 차이를 만드는 격>의 후속편이다. 첫 책 출간 이후 여러 현장에서 만났던 기업인들이 그에게 던졌던 32가지 질문에 답한다.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무엇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할까요?’, ‘좋은 인재인지 알아보는 방법은 무엇입니까?’, ‘시간 관리를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떻게 해야 혁신을 가능하게 하는 조직 문화가 유지될까요?’와 같은 구체적인 질문에 대한 권 전 회장의 답을 확인할 수 있다.
홍선표 기자 rick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