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CFO Insight] 코로나 시대 최대 과제는 '인력관리'

KPMG 2020 글로벌 CEO 설문조사 결과는?
2020년 상반기 '인력관리'(1%·12위)
2020년 하반기 '인력관리'(21%·1위)

글로벌 종합 회계·컨설팅 기업인 KPMG가 올해 전세계 주요 기업 CEO(최고경영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기업 성장의 최대 리스크'로 꼽힌 요인이다. '인력관리' 항목은 연초만 해도 가장 낮은 순위에 머물렀지만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하반기들어 제일 중요한 요소로 급부상했다. KPMG가 최근 발간한 'KPMG CEO 아웃룩'이 분석한 내용이다.올해로 발간 6회째를 맞은 'KPMG CEO 아웃룩'은 글로벌 리더의 설문 결과와 CEO 대상의 인터뷰 내용을 리포트에 담아 분석한다. CEO 앞에 놓인 도전 과제와 기회에 대해 고찰하며 글로벌 기업의 전략 방향성을 읽기 위해서다. 올해 보고서는 코로나19 특별판으로 발간되었으며 코로나19에 따른 글로벌 CEO의 경영 의제 변화와 전략 재정립을 집중 조명했다.

올해에는 특별히 두 차례에 걸쳐 CEO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올해 1~2월 전 세계 CEO 1300명을 대상으로 1차 설문조사를 한 뒤, 코로나19 확산 이후인 7~8월 2차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CEO와의 인터뷰를 통해 기업이 실질적 어젠다 변화 또한 담고 있는 가운데 올해에는 스위스 취리히보험의 CEO와 미국 통신사 버라이즌 커뮤니케이션, 그리스 정유회사 헬레닉 페트롤리움, 일본 부품·소재기업 교세라의 CEO와 인터뷰했다. 이를 통해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CEO의 우선순위 변화를 분석했다.

◆기업 성장의 최대 리스크 ··· 1위 ‘인력관리’ · 2위 ‘공급망 관리’올해 7월 조사에서 CEO들은 기업 성장의 최대 리스크로 ‘인력관리(21%)’를 꼽았다. 리스크 2위로는 ‘공급망 관리(18%)’를 선정했다. 반면 지난 1월 조사에서는 환경·기후 변화(22%)로 답한 CEO가 가장 많았으며, 인력관리를 최대 리스크로 답한 응답자는 1%에 불과했다. 즉 코로나19로 글로벌 CEO는 경영 전략을 재정립하며 불확실성 관리와 함께 기업의 혁신 역량을 집결시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에 따른 락다운(이동제한)과 근무형태 변화 등으로 글로벌 CEO의 ‘사람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임직원의 건강과 안전에 주안점을 두는 동시에 인재를 육성하려는 CEO들의 의중을 읽을 수 있다. 마리오 그레코 취리히보험 CEO는 "위기 속에서 리더가 책임감을 갖고 해결하고자 하는 도전 과제는 건강·안전 이슈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전 세계 리더들은 ‘코로나19 시대 속 어떻게 해야 인적 역량을 유지하고 더 나아가 강화해야 할지’에 대해 고심하는 모습이다.

코로나19로 글로벌 밸류체인(GVC, Global Value Chain) 재편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진 상황 속에서 CEO들이 기업 성장의 최대 리스크 2위로 ‘공급망 관리’를 꼽았다. 이는 공급망 전략의 새로운 국면이 도래할 것을 예고한다. 코로나19로 인해 공급망의 약한 고리가 급작스럽게 무너지는 사례가 여러 산업에서 나타났다. 수요처의 발주가 지연되고, 완제품을 공급해야 할 기일 준수에 어려움을 겪는 등 전 세계 기업들은 공급망에 대한 원천적 어려움을 코로나19를 계기로 극심히 겪었다. 이번 조사에서 CEO 67%는 자사 공급망에 대한 전략을 재검토할 계획이라고 응답했다. CEO가 공급망 재편을 고려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변화하는 고객 니즈에 대응하기 위한 공급망 민첩성 확보(32%)’로 나타났다. 공급망 전반에 대한 가시성 및 투명성 제고, 자동화 및 첨단기술에 대한 투자, 공급망 내 네트워크의 민첩성 강화 등 공급망 재설계 전략이 CEO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로 부상했다.
◆전 세계 리더 10명 중 8명 ··· 코로나19 발발 이후 ‘디지털 전환 가속화’

아울러 글로벌 CEO들은 새로운 환경 속에서 기업을 변신시키는 방안에 대해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 CEO들은 코로나19 발발 이후 디지털 전환에 주안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글로벌 CEO 80%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비즈니스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응답했다. 또한 CEO 67%는 기술에 더 많은 투자를 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빌 토마스 KPMG 회장은 “지난 6개월간 전 세계 CEO의 우선순위가 크게 바뀐 것은 기업들이 코로나19 대유행에 대응하고 불확실성을 관리하기 위해 변화하고 있다는 의미”라며 “코로나19로 인한 위기는 기업의 디지털화와 사회적 책임에 대한 전략 수립 및 실행을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글로벌 CEO 63% ···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중 S(사회) 더욱 중시

또한 전 세계 CEO는 사회가 직면한 이슈를 해결하는 데 기업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여기고 있다. 일본 교세라의 야마구치 고로 회장처럼 ‘함께 살기’ ‘공존’을 키워드로 내세운 CEO가 여러 명 있었다. 글로벌 CEO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핵심 아젠다로 여기며, 63%는 S(사회) 관련 이슈를 더욱 중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CEO 3명 중 2명은 기후변화 관련 리스크가 기업 경영에 직접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인식했다.
빌 토마스 KPMG 회장은 “코로나19 위기는 좋은 기업의 리더십이 어떤 것인지 재정의하고 있으며, 환경적인 부분도 여전히 중요하지만 사회적인 영향은 더욱 중요한 의제가 됐다”며 “기업의 리더는 기업의 목적 정립과 비즈니스 의사 결정을 하는 데 이러한 의제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대미문의 코로나19로 전 세계 많은 기업이 역경을 겪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19가 남기는 교훈 중 하나를 ‘자리이타(自利利他)’으로 보는 CEO가 적지 않다. 타인과 다른 주체를 이롭게 하면서 자기자신도 이롭게 한다는 자리이타의 철학처럼, 글로벌 CEO들은 사람과 사회, 자연과 환경을 존중하고 공존하는 시대의 서막을 열고 있다.
*설문조사 개요: 올해 KPMG CEO 아웃룩 조사는 2020년 1~2월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중국, 일본, 인도 등 11개국의 CEO 1300명을 대상으로 1차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후 7~8월 CEO 315명을 대상으로 2차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은행, 자동차, 에너지, 인프라, 테크놀로지, 통신, 소비재·유통, 생명과학, 제조, 보험, 자산관리 등 11개 주요 산업의 CEO를 대상으로 조사를 수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