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CFO Insight]"비재무적 이슈에도 CFO 목소리 내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기업의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의 역할이 어느때보다 중요해 졌습니다. 재무적인 요소 뿐만 아니라 사회·환경을 비롯해 질병과 같은 비재무적인 리스크(위험)를 재무화해 판단하는 능력을 길러야 합니다."

박천웅 국제재무분석사(CFA) 한국협회장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온라인 화상 인터뷰에서 “실물 경제가 불확실한 지금은 기업들의 재무 안정성이 무엇보다 중요해진 시기”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박 회장은 "코로나19 사태로 매출에 직접 타격을 입은 기업들 간에도 정부 지원을 받는 기업과 소외된 기업으로 양극화가 나타나는 등 전반적인 어려움이 커졌다"고 덧붙였다.1195명의 회원을 보유한 CFA한국협회는 전 세계 178개국의 CFA자격 보유자 17만8000여명이 소속된 글로벌 CFA협회의 일원이다. 영국계 자산운용사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 대표인 박 회장은 2018년부터 CFA자격을 보유한 한국의 자산운용 및 재무관리 전문가들을 대표하는 CFA한국협회장을 맡고 있다.

박 회장은 "어려움 속에서도 기업들이 현재 상황에 매몰되지 말고 미래를 내다 봐야한다"고 했다. 최근 신용 시장이 안정을 되찾고 주식·채권발행이 활발해지는 등 전반적인 기업 자금조달 사정이 나아진 것 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조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 회장은 "당장 불안하다고 낮아진 금리를 활용해 현금을 많이 확보하고 부채비율을 높이는 것은 양날의 검과 같다"며 "재무구조가 일단 취약해지면 향후 한 순간에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업종에 따라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되진 않을 것이란 점도 지적했다. 그는 "과도기 현상이 미래에 일상으로 굳어질 수도 있는 반면 관광업과 같이 코로나19가 사라지면 되살아날 수 있는 분야도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투자해야 한다"면서도 "온라인 유통채널 성장과 같은 4차 산업혁명은 코로나19로 인해 가속됐을 뿐 미래에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회장은 "앞으로 코로나19와 같이 재무재표에 나타나지 않는 비재무적 요소가 CFO들에게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역시 리스크관리 차원에서 접근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엔 ESG가 선언적인 의미를 갖는 데 그쳤으나 지금은 다르다"며 "전세계가 인터넷으로 연결된 네트워크 사회에선 '평판 리스크'가 기업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의 사회적 역할과 같은 기존 비재무 이슈가 곧바로 중대한 재무적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얘기다. 가령 반사회적 행태를 반복하는 악덕 기업으로 찍히면 기업이 순식간에 몰락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박 회장은 "네트워크 경제 체제에서 기업에 대한 나쁜 뉴스는 이제 통제하기 어려워졌고 급속하게 확산된다"며 "세계적으로 ESG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환경문제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유엔책임투자원칙(UNPRI)에 서명한 기관투자가가 3000곳을 넘었고 한국 정부도 스튜어드십코드를 장려하는 등 각국 정부도 높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CFA한국협회는 ESG나 비지니스윤리 등 기업의 관련 요소를 지원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기업들이 ESG 요소를 적극적으로 경영에 반영하기 위해선 시스템 마련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박 회장은 "CFO를 포함한 ESG 위원회를 구성해 경영 전반을 조율하고 좋은 정책을 이사회에 제안하는 것 뿐만 아니라 정책이 잘 추진되는지 평가할 감사기능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ESG의 성과는 일어날 수도 있는 나쁜 일을 막는 것이라 사후에 재무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며 "그래서 더 평가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