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와 글로벌 웹툰 1위 다투는 '태피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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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호주·마카오 구글플레이서글로벌 웹툰 시장에서 네이버와 1위 자리를 놓고 겨루는 스타트업이 있다. 글로벌 웹툰 플랫폼 ‘태피툰’을 운영하는 콘텐츠퍼스트다. 현지 콘텐츠 위주인 다른 플랫폼들과 다르게 태피툰은 100% 한국 웹툰 콘텐츠로만 구성돼 있다. 태피툰의 성공이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웹툰산업의 위상을 확인시켜줬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네이버 웹툰 제치고 매출 1위
美·佛·英 등 90여개국에선 2위
영어·독어·불어로 유럽 집중공략
국내 만화 제작사와 유통 계약
100% 한국 콘텐츠로만 승부
‘프리미엄 번역’으로 생동감 높여
5일 인터넷업계에 따르면 태피툰은 지난 8월 독일 구글플레이 만화 부문에서 매출 1위에 올랐다. 수년째 1위 자리를 지켰던 네이버의 글로벌 웹툰 플랫폼 ‘웹툰’을 누른 것이다. 태피툰은 호주, 마카오에서도 1위 자리를 굳히고 있다. 프랑스에선 네이버와 1위 싸움이 치열하다. 지난 7월부터 태피툰과 네이버웹툰이 월 매출 1위를 번갈아 차지할 정도다. 미국 등 90여 개국에선 태피툰이 2위를 기록하며 1위인 네이버웹툰을 바짝 뒤쫓고 있다.태피툰은 2016년 출시된 이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매출은 매달 10%씩 늘고 있다. 회원은 350만 명,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120만~150만 명에 달한다. ‘빛과 그림자(누적 조회 수 840만)’ ‘황제의 외동딸(750만)’ ‘나 혼자만 레벨업(260만)’ 등 흥행작을 배출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스타트업이 네이버, 라인 등 강력한 플랫폼을 보유한 네이버웹툰과 맞붙을 수 있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특히 태피툰이 한국 콘텐츠만으로 이런 성과를 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더 크다. 태피툰은 키다리스튜디오, 학산문화사, DNC미디어 등 한국 웹툰 프로덕션과 계약을 맺고 한국 웹툰만 플랫폼에 싣고 있다. 현지 작가들의 웹툰이 주요 콘텐츠인 네이버와는 다른 전략이다. 방선영 콘텐츠퍼스트 대표는 “2010년대 초부터 한국 웹툰의 불법 번역본들이 해외에서 유통되는 등 한국 콘텐츠에 대한 수요는 충분히 있었다”며 “올바른 방식으로 한국 웹툰을 잘 공급하면 사업이 성공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콘텐츠퍼스트는 한국 웹툰을 단순히 전달하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프리미엄 번역’을 표방하며 현지 언어로 생동감 있게 표현하는 데 집중했다. 콘텐츠퍼스트의 직원 25%가 콘텐츠팀으로 번역 검수를 담당한다. 인물들의 대사는 물론 의성어·의태어를 따로 번역하는 직원도 뽑았다. 또한 전체의 약 90%는 한국 프로덕션들과 수출 독점계약을 맺은 작품으로 구성됐다. 작품의 희소성을 확보해 콘텐츠 가치를 더하기 위해서다.
“돈 되는 시장에 집중”
태피툰이 집중 공략하는 시장은 유럽이다. 영어 서비스만 제공하다 지난 7월부터 독일어, 프랑스어 서비스를 시작했다. 최근 독일, 프랑스에서 호실적을 거둔 것도 서비스 언어를 늘린 덕분이다. 내년엔 스페인어 버전도 내놓을 예정이다. 유럽을 공략하는 이유는 돈을 내고 콘텐츠를 소비하는 문화가 정착된 곳이라는 점 때문이다.시장 규모도 상당하다. 글로벌 만화산업 분석 플랫폼 ICv2에 따르면 2018년 기준 독일 만화 시장 규모는 6억2000만달러, 프랑스는 5억1900만달러, 스페인은 1억3100만달러에 이른다. 방 대표는 “당장의 MAU를 늘리기 위해 동남아시아, 중동 등의 시장을 공략할 수도 있지만 롱런하기 위해선 돈이 되는 곳에서 승부를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웹툰 시장에서 경쟁자가 잇따라 등장하고 있는 점은 태피툰이 극복해야 할 과제다. 2000년대 초부터 노하우를 쌓아온 한국 웹툰 플랫폼들이 글로벌 시장을 호령하고 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디지털 만화 시장이 급성장하자 미국의 마블 DC코믹스, 일본의 슈에이샤 등 기존 종이 만화책 사업자들도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방 대표는 “한국 웹툰 플랫폼의 노하우와 강점을 살려 격차를 벌릴 것”이라고 말했다.
구민기 기자 k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