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 8.6조 몰렸지만…예상 밑돈 '빅히트 청약'

첫날 증거금, 카카오게임즈의 절반

의무보유확약 비율 낮고 증시 조정
"투자자들 경계심 커졌다" 분석

온라인·ARS 청약 급증으로
증권사 영업점은 비교적 한산
방탄소년단(BTS)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5일 공모주 청약 접수를 시작했다.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영업부에서 투자자들이 직원과 상담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3억7800만원을 증거금으로 집어넣었는데 몇 주나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5일 방탄소년단(BTS) 소속사로 유명한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이틀 일정으로 일반공모 청약을 시작했다. 이날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영업점에서 만난 최모씨(64·서울 상도동)는 기대 가득한 얼굴로 “첫날 상한가 정도는 기본일 거라 생각해 최대한 증거금을 많이 넣었다”고 말했다. 최씨처럼 공모주를 한 주라도 더 받으려는 투자자가 몰리면서 빅히트 청약 증거금은 첫날 8조원을 훌쩍 넘겼다. 다만 카카오게임즈 첫날 때와 비교하면 증거금은 절반에 그쳤다. 최근 증시 조정과 빅히트의 낮은 의무보유확약 비율로 투자자의 경계심이 다소 커졌다는 분석이다.

첫날 8조원 넘는 뭉칫돈 몰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이날 일반 투자자 대상으로 청약을 시작한 빅히트에 8조6243억원의 증거금이 접수됐다. 빅히트 공모주를 받길 원하는 투자자는 공모가의 절반에 해당하는 금액을 증거금으로 내야 한다. 빅히트 공모가(13만5000원)의 50%인 주당 6만7500원을 증거금으로 맡겨야 한다.

청약 업무를 맡은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키움증권 등 4개 증권사의 통합 청약 경쟁률은 90 대 1로 집계됐다. 일반 투자자에게 142만6000주(공모 주식의 20%)가 배정됐는데 첫날 청약 신청은 이보다 90배 많은 1억2777만 주에 달했다.
증권사별 경쟁률은 NH투자증권 70 대 1(3조528억원), 한국투자증권 115 대 1(4조3060억원), 미래에셋대우 88 대 1(1조999억원), 키움증권 66 대 1(1656억원)로 집계됐다. 일반 투자자 배정 물량은 NH투자증권이 64만8182주, 한국투자증권 55만5584주, 미래에셋대우 18만5195주, 키움증권이 3만7039주 순이다.

영업점은 붐비지 않았다. 한국투자증권 본사 영업점의 경우 이날 오전 청약 관련 방문객은 60여 명에 그쳤다. 대신 온라인과 전화로 청약이 집중됐다. 4개 증권사를 합쳐 청약 개시 한 시간 만에 증거금 2조원, 청약 경쟁률은 20 대 1을 넘었다.

마지막날 투자자 얼마나 몰릴지 관심

빅히트 첫날 증거금과 경쟁률은 SK바이오팜 첫날 청약 때(5조9413억원, 62 대 1)를 웃돌았지만 지난달 카카오게임즈(16조4122억원, 427 대 1)에는 못 미쳤다. 최근 뉴욕증시에서 기술주 급락과 미국 대선 불안에 증시가 조정을 받은 데다 빅히트의 의무보유확약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점이 원인으로 꼽힌다. ‘최대 6개월 동안 주식을 팔지 않겠다’는 기관투자가의 의무보유확약 비율은 43.9%로 SK바이오팜(81.2%)과 카카오게임즈(58.6%)보다 낮다. 상장 직후 차익 실현 물량이 쏟아져 나오면서 주가 흐름이 부진할 수 있다. 이날 YG엔터(-9.48%), SM엔터(-5.31%), JYP엔터(-4.71%) 등 엔터주가 큰 폭으로 내린 것도 영향을 미쳤다.

다만 청약이 보통 둘째날에 몰리는 만큼 공모주 광풍이 한풀 꺾였는지는 더 두고 봐야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SK바이오팜은 첫날 62 대 1에서 둘째날 323 대 1로 경쟁률이 껑충 뛰었다. 카카오게임즈도 427 대 1에서 1525 대 1로 높아졌다.

빅히트는 6일 일반 청약을 마무리 짓고 15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다.

임근호/전예진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