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코로나 뚫고 약진하는 현대·기아차, 미래차로 질주해야

글로벌 완성차 업체 대부분이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는 가운데 현대·기아자동차가 지난달 동시 판매 증가를 기록하는 반등에 성공했다. 두 회사의 동시 판매 증가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7개월 만이다. 디자인과 사용자경험(UX)을 강조한 전략이 현대·기아차의 약진을 이끌었다는 평가다.

한국 자동차업계도 모처럼 활력을 되찾는 분위기다. 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한국 브랜드의 미국 시장 점유율이 미국 내 공장 재가동 후 3개월간(6~8월) 8.9%로 크게 상승했다. 한국차의 전성기였던 2011년의 8.9% 수준에 다시 도달한 것이다. 자동차산업이 기여하는 생산, 고용, 수출, 연관산업 파급 효과 등을 고려하면 우리 경제 전반에도 활력소가 될 전망이다.하지만 여기서 멈출 수는 없다. 코로나19로 더 빨라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자동차산업의 주도권을 쥐려면 미래차 경쟁력 확보가 발등의 불이다. 전체 수출량 중 전기차 등 친환경차 비중이 꾸준히 늘어 올 8월 15%를 차지했지만, 갈 길이 멀다. 현대·기아차가 올 들어 7월까지 전기차 판매량에서 세계 4위를 기록한 것도 그렇다. 앞으로 중국 업체를 얼마나 따돌릴 수 있을지가 변수다. 1위 수소전기차도 생태계와 시장 확장이 과제다.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이 모두 미래차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점에서 본격 경쟁은 이제부터다. 합종연횡과 인수합병이 몰아칠 게 분명하다. 미·중 충돌도 경쟁 판도를 흔들 요인이다. 이 난관을 돌파하려면 경쟁력을 높이는 것 말곤 다른 방도가 없다.

공격적 연구개발 투자와 모빌리티산업으로 가기 위한 제조·서비스 융합은 기본이다. 여기에 고질적 취약점으로 꼽히는 노사관계 혁신이 더해져야 한다. 미래차 주도권을 노리는 미국과 유럽 자동차 회사들은 뼈를 깎는 구조조정으로 운신의 폭을 넓히고 있다. 일본 도요타자동차는 정보기술(IT)업계가 채택하는 성과평가제를 도입했다. 노조는 이를 수용하는 대신 일자리를 유지하고 일하는 방식을 개선하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미래차 부상으로 자동차업계가 기로에 섰다는 위기감의 발로다.

노사가 기본급 동결에 합의한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려면 임단협 자체의 불확실성을 없애는 새로운 노사협력 모델이 요구된다. 한국차가 미국 시장에서 9년 만에 최대 점유율을 기록한 지금이 미래차로 도약할 절호의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