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고보조사업 90% 부실…이런데도 매년 초슈퍼 예산

복지·고용 지원 등을 위해 국가 재정을 투입하는 국고보조사업이 부실덩어리로 전락했다. 정부 보고서에 따르면 총 241개 국고보조사업 중 무려 90%(217개)가 부실 운영됐거나 조정(예산 감축, 방식 변경)이 필요한 것으로 평가됐다. 국고보조금은 2018년 약 67조원에서 올해 약 87조원으로 급증했는데, ‘정상’ 평가를 받은 사업은 같은 기간 39.2%에서 10.0%로 쪼그라들었다. 문재인 정부 들어 각종 복지사업 예산을 크게 늘리면서도 관리·감독엔 소홀했다는 얘기밖에 안 된다.

부실의 양태도 워낙 다양해 국고보조사업을 돈만 퍼붓고 아예 방치했다는 느낌마저 든다. 예산 집행률이 18%(2019년)에 불과한 노인요양시설 확충사업의 경우 예산 규모만 최근 3년 새 다섯 배 이상 늘었다. 산업현장 일·학습병행 지원사업에는 올해 900억원이 투입됐지만, 중소기업 근로자의 임금과 취업 유지율이 개선됐는지 점검도 하지 않았다.이런 국고보조금이 ‘눈먼 돈’ 취급받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지난해 국고보조사업 부정수급 적발 건수는 20만6000여 건으로 전년보다 5배 이상 폭증했다. 오죽하면 정부가 부정수급 신고포상금의 상한(2억원)을 없애고 환수액의 30%를 포상금으로 주는 보조금관리법 시행령을 올초에 개정했을까 싶다.

국고보조사업의 부실은 해마다 전문가들의 평가와 지적이 있었지만 개선될 기미가 안 보인다. 지방자치단체 예산이 함께 투입되는 공동사업이어서 중앙정부 단독으로 세출 구조조정이 쉽지 않은 요인도 있을 것이다. 기존 사업의 수혜자들이 기득권층을 형성해 개혁의 장애물이 된 측면도 있다.

하지만 날로 커지는 부실 국고보조사업은 더 이상 방치할 문제가 아니다. 더군다나 올해는 코로나 재난지원금까지 더하면 국고보조금이 100조원을 훌쩍 넘길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지자체들도 급증하는 국고보조사업으로 인해 지방재정 부담을 호소하는 판국이다. 부실 평가를 받은 사업을 이름만 바꿔달고 다시 예산 신청을 하는 행태가 되풀이돼선 안 된다. ‘밑 빠진 독’이 돼버린 국고보조사업은 그대로 두면서 해마다 중독에 걸린 듯 추경을 요구하는 행태는 이제 사라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