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처방받은 항체치료제, 연말이면 셀트리온도 생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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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 인베스트먼트 페스티벌 2020 개막“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용한 치료법을 연말이면 한국 국민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서정진 회장 "셀트리온의 코로나 치료제 개발 순항"
10월 6~7일한국, 코로나 방역뿐 아니라
치료제 개발도 세계 최고 수준
연내 1만 명분 생산, 국내 배포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사진)은 6일 ‘코리아 인베스트먼트 페스티벌(KIF) 2020’ 발표자로 나와 “한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방역뿐 아니라 치료·예방에서도 미국과 유럽에 뒤지지 않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셀트리온이 개발 중인 코로나19 치료제 ‘CT-P59’의 임상 2상은 이르면 다음달 말 끝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조기 사용승인을 받으면 연말께엔 환자 투약이 가능하다.
“세계 최고 코로나 치료 인프라”
서 회장은 코로나19를 조기 진단해 경증 환자에게 투약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감염 3~5일 후 본격 활동하는 바이러스를 초기에 잡아 폐 손상 등을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서 회장은 “미국만 해도 바이러스가 신체에 손상을 가한 뒤 뒤늦게 바이러스를 없애는 항체치료제가 투약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트럼프 대통령도 항체치료제를 1차로 맞았지만 이미 폐 손상이 일어나 스테로이드의 일종인 염증 치료제 덱사메타손 등을 추가로 맞았다.반면 한국의 의료 시스템은 조기 진단이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셀트리온의 코로나19 치료제가 연말 사용 승인을 받을 경우 한국 국민이 최우선적으로 치료제를 투약받을 수 있다는 게 서 회장 얘기다. 새로운 코로나19 치료 후보물질을 발굴해 임상에 들어간 회사는 미국 제약사 리제네론과 일라이릴리 정도다.
“우리 국민엔 원가 수준에 판매”
한국 국민에겐 저렴한 가격에 치료제를 공급하겠다고 서 회장은 밝혔다. 그는 “올해 안에 코로나19 항체 치료제 약 100만 명분을 생산해 이 중 1만 명분을 한국에 배포할 것”이라며 “공급가격은 원가 수준일 것”이라고 말했다. 렘데시비르는 한국에 한 병(바이알)당 390달러(약 46만원)에 공급되고 있다. 중환자의 경우 열 병 정도 투약해야 한다.서 회장은 “해외에서 경쟁 치료제보다 낮은 가격을 책정해도 충분히 이익을 낼 수 있다”고 했다. 셀트리온은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1500억~3000억원을 쓸 예정이다.치료제 개발 일정도 순항 중이다. 서 회장은 지난 3월 온라인 기자간담회 등에서 밝힌 코로나19 치료제 로드맵대로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당시 서 회장은 ‘상반기 동물 대상 임상’→‘7월 임상 1상 시작’→‘9월 임상 2상·상업 생산 시작’→‘12월 조기 승인’ 계획을 밝혔다.
“창업 후 아마존과 경쟁”
서 회장은 셀트리온그룹이 향후 10년간 연평균 70% 이상의 영업이익 증가율을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업이익은 이르면 내년 2조원, 2025년에 8조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했다.서 회장은 2030년엔 세계 1위 회사가 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그는 “세계 1위인 로슈의 영업이익이 연 10조원 정도인데 현재 성장 속도론 10년 내에 따라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주식시장에 불고 있는 바이오 기업 투자에 대해서는 우려도 나타냈다. 서 회장은 “바이오 기업 주가도 매출과 영업이익 등 숫자로 평가받아야 한다”며 “수년째 매출·영업이익이 없는 회사에 투자하는 건 투기와 같다”고 했다. 창업한 바이오기업 경영자들에게는 “회사의 희망을 사실인 것처럼 말해서는 안된다”며 “자칫 바이오업계 전체가 신뢰를 잃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유망한 후배 창업자는 아낌없이 지원하겠다고 했다. 셀트리온은 앞으로 총 2조원의 자금을 마련해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할 예정이다.
서 회장은 올해 말 셀트리온그룹을 떠나 창업할 회사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피 한 방울로 집에서 건강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목표다. 서 회장은 “매일 건강검진을 하고, 데이터가 병원으로 전송되면 필요한 약이 배송될 수 있는 새 플랫폼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 플랫폼 접속자가 늘면 다양한 사업이 가능할 것이란 얘기다. 서 회장은 “헬스케어 회사가 미국 아마존과 경쟁하는 날도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