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국가예방접종 지원사업 12일 재개…"품질이상 없다"(종합)

'상온노출 의심' 백신 접종자 3천45명…12명은 '이상반응' 신고

유통 과정에서 상온에 노출된 것으로 의심되는 국가 인플루엔자(독감) 예방접종 사업용 백신의 품질에 이상이 없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예방접종전문위원회 심의를 거쳐 오는 12일께 무료 접종 사업을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 효력 저하 우려 백신 금주 내 수거·이외 물량으로 접종 재개
질병관리청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6일 이런 내용의 '백신 품질 및 적정성 판단 결과'를 발표했다.

질병청과 식약처에 따르면 올해 생산된 독감 백신의 경우 상온(25도)에서 24시간 동안 노출되더라도 품질 변화는 없는데, 이번에 문제가 생긴 백신은 모두 25도에 노출된 시간이 24시간 이내였다. 유통 기준 온도(2∼8도)를 초과해 배송된 백신 일부를 검사한 결과에서도 모두 품질에 이상이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

다만 식약처는 효력이 떨어져 '맹물 백신'이 될 것으로 우려되는 물량 48만 도즈에 대해서는 수거하기로 했다.

수거는 이 물량을 배송했던 신성약품이 맡는다. 수거 대상은 호남 지역에서 일정 시간 바닥에 적재됐던 물량과 배송온도를 모니터링할 수 없는 물량 등이다.

질병청은 금주 내 수거를 마치고 12일께부터 중단됐던 인플루엔자 국가예방접종 지원사업을 다시 시작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질병청은 오는 8월 예방접종전문위원회를 열어 구체적인 일정과 접종 대상 등을 담은 계획을 수립한 뒤 오는 만 13세∼18세, 65세 이상 어르신 등을 대상으로 한 국가 독감예방접종사업을 재개한다는 방침이다. 유통 중 상온 노출이 의심되는 백신을 일선 의료기관에서 접종한 사람은 이날 오후 2시 기준 3천45명이다.

질병청은 전날 4일 기준 2천296명이라고 발표했는데 이틀 새 749명이 늘었다.

접종자가 나온 지역도 전체 17개 시도 중 16곳으로 4일(15곳)보다 1곳 더 늘었다.

◇ 유통 사고 신성약품엔 법적 조치 검토…콜드체인 강화 방안도 수립
앞서 질병청은 신성약품이 백신을 배송하는 과정에서 냉장차의 문을 열어놓거나 제품을 바닥에 내려놓는 등 '냉장유통'(콜드체인) 원칙을 지키지 않은 사실을 확인하고 지난달 21일 밤 사업 중단 방침을 발표했다.

또 이번 사고로 인해 국가사업에 쓰는 백신의 유통 관리와 접종 사업 전반이 부실하게 관리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대해 정은경 질병청장은 "앞으로 인플루엔자 국가예방접종사업을 더 안전하고 원활하게 추진할 수 있도록 개선하고 접종 기관에 대한 안전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백신 유통 및 품질조사를 통해 권역별 백신 배송과 배분 과정의 문제점, 예방접종 전까지의 콜드체인(저온유통)에 대한 유지방식 등 전반에 대해 문제점을 분석하고 개선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질병청은 국가 조달물량이 650만 도즈 남은 상황에서 이런 사고의 재발을 막기 위한 콜드체인 유지 및 모니터링 방안을 마련했다.

또 앞으로 추진할 중장기적인 개선책과 함께 모니터링 기술 도입 등 콜드체인을 강화할 방안도 보건복지부와 식약처 등이 꾸린 TF(태스크포스)에서 수립할 예정이다.

독감예방접종사업 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유발한 신성약품에 대해서는 약사법이나 조달 계약과 관련한 위반 사항이 있는지 확인하고 법령과 절차에 따라 처벌, 제재 등의 조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질병청은 이번 사고로 인해 올 가을·겨울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독감의 동시유행(트윈데믹) 관리에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정 청장은 "예방접종으로 인플루엔자를 예방하는 게 첫 번째 중요한 대책이었는데, 인플루엔자 유통과정의 문제가 접종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접종률을 최대한 관리하도록 열심히 설명하고 의료계와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동시 진단검사나 인플루엔자가 의심되는 경우 항바이러스제를 적극적으로 처방하는 부분도 의료계와 논의하고 있다. 위원회 심의를 거쳐 방침을 확정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