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난 전기차, 부족한 충전기…"기초 전력설비 의무화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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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100대당 충전기 수 감소세"전기차가 빠르게 보급되고 있지만, 충전 인프라 확충은 제자리 걸음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6일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전기차 100대당 개인·공용 충전기 수는 2018년부터 지속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전기차 100대당 충전기 수는 2015년 35.2기에서 2016년 44.5기, 2017년 59.7기로 증가했지만, 2018년 55.6기, 2019년 51.2기로 줄었다.
특히 전기차 100대당 공용 충전기 수는 2016년 8.4기에서 2018년 28.5기까지 대폭 증가했지만, 지난해는 26.0대로 감소세를 보였다. 지난 8월 기준으로는 26.9기다.
주요 국가들의 전기차 100대당 충전기 수는 한국의 3배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자동차연구원이 국제에너지기구(IEA) 보고서를 분석한 내용에 따르면 전기차 100대당 충전기 수는 미국 185.3기, 영국 318.5기, 독일 230.4기, 일본 153.1기 등으로 집계됐다.
부족한 충전 시설은 운전자 간 마찰도 유발하고 있다.
서울시에 접수된 전기차 충전 방해와 관련된 민원은 작년 상반기 월 평균 153건에서 올해 상반기 228건으로 49.0% 증가했다.자동차연구원은 전기차 충전기 설치를 의무화하기보다 수요에 맞춰 충전기를 신속하게 보급할 수 있는 준비 작업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무작정 충전기 설비를 늘리면 아파트 등 공용주택 내 주차 공간이 부족해지고 전기차 충전 수요가 앞으로 계속해서 높아질지도 불확실하다는 이유에서다.
우리나라는 '친환경자동차법'에 따라 500세대 이상 아파트에 주차면 200개당 1기의 전기차 충전소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그러나 주요 국가들은 충전기 수를 규정하는 대신 언제든 충전기를 설치할 수 있도록 기초 설비 구축을 의무화하는 추세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1∼2 가구용 주택에 1개 이상의 배선관(전기차 충전기용 전선이 지나가는 길) 설치를 의무화하고, 다가구 주택의 경우 주차면의 10% 이상에 충전기 설치가 가능한 공간을 마련하고 있다.
유럽연합(EU) 국가는 10면 이상의 주차장에 충전 케이블용 배선관 인프라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이호 자동차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충전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초적인 전력 설비 구축부터 의무화한 뒤 주민 간 합의와 보급 상황에 따라 충전기 수를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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