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of the week] 코로나 백신, 누구에게 먼저 접종해야 하나

토머스 필립슨 시카고대 교수·전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

코로나 감염 사망자 중 85%
65세 이상 노년층에 몰려있어
백신 나오면 전체 접종률 낮아도
노인 등 고위험군에 집중해야
일러스트=추덕영 기자 choo@hankyung.com
미국 정부는 이달 안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보급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미 의학계의 많은 사람은 이에 대해 회의적이다. 좀 더 느리더라도 통제된 백신 개발과 보급을 주장한다. 미국 과학·공학·의학한림원(NASEM)은 초기 백신 공급에 정부의 엄격한 통제를 권고하기도 했다. 한 과학잡지는 미국 인구의 절반만이 백신을 원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집단 면역력을 얻기엔 너무 낮은 수준이다. 일부 언론과 의학계에서는 경제활동에 대한 지속적인 제약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백신에 대해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 코로나19와 같은 질병을 다루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백신 접종률이 얼마나 높은지가 아니라 누구에게 먼저 백신을 접종할 것인가다. 사망자의 85%가 65세 이상 인구에서 발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체 백신 접종률이 낮더라도 노인 등 고위험군에 우선 접종하면 사망률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다.일반적으로 어떤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것은 낮은 가격과 우수한 품질 때문이다. 백신도 다르지 않다. 공공·민간 보험 프로그램은 백신에 대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백신 가격이 광범위한 접종을 막는 주된 장벽은 아니다. 백신 수요는 코로나19 감염 예방에 얼마나 효과적인지, 안전성을 얼마나 보장하는지에 따라 늘어날 것이다. 백신의 효과가 클수록, 부작용 위험도가 낮을수록 접종률은 높아진다. 코로나19뿐만 아니라 각종 합병증 예방 등을 위해서도 백신 수요가 증가할 수 있다.

일부에서는 백신 수요가 없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부작용 등을 우려하는 백신 반대론자들이다. 소아마비의 경우도 비슷하다. 소아마비 유병률이 낮기 때문에 백신 부작용에 대한 두려움이 더 크다.

백신으로 예방 가능한 질병들이 왜 종종 주기적으로 확산되고 가라앉는지도 비슷하게 설명할 수 있다. 예방 접종률은 질병이 퍼지기 시작하면 치솟았다가 질병이 눈에 보이지 않고 잠복해 있을 때는 떨어진다. 코로나19 역시 비슷한 주기가 발생했다. 신규 환자가 줄면서 민간과 공공의 예방 조치가 완화되고 질병이 다시 확산됐다.이런 패턴은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수요가 다음 두 그룹에서 가장 높을 것임을 시사한다. 첫째는 의료계 근로자들인데, 그들의 직업은 감염 위험에 쉽게 빠질 수 있게 한다. 둘째는 노인 등 질병에 취약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코로나19 감염에 치명적인 것으로 판명됐다. 만약 이 두 집단만이라도 백신을 접종한다면 전체 접종률이 낮더라도 사망자는 엄청나게 줄어들 것이다.

게다가 이런 고위험군은 비록 백신이 아직 완전하지 않더라도 미 식품의약국(FDA)이 빠르게 백신을 승인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만약 위험에 빠진 사람들에게 백신을 접종하지 않는 것과 효과성이 낮은 백신을 접종하는 것 중 선택하라고 한다면 백신 접종을 택할 것이다.

젊고 건강한 성인에 대한 코로나19의 치사율은 계절성 독감과 비슷한 수준이다. 미국 질병관리센터(CDC)에 따르면 성인의 약 절반만이 매년 독감 예방 접종을 받는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원하는 사람도 비슷한 수준이다. 사망 위험이 낮은 사람들이 백신을 접종하지 않기로 결정할 경우 집단 면역력을 갖기는 힘들 것이다.미 정부의 백신 유통 계획은 FDA가 처음 백신을 승인할 때 1억 개, 내년 3월 말까지 7억 개 정도로 예상된다. 이 정도 분량은 고위험군 수요를 빠르게 충족시키기에 충분할 것이다. 전체 예방 접종률은 낮더라도 고위험군에 집중하면 코로나19 사망자는 크게 감소할 수 있다.

올 3월 말 나는 미국 정부에 코로나19 사망률을 억제하면서 경제활동을 재개할 수 있는 전략이 두 가지 있다고 조언했다. 첫째는 은퇴한 뒤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경향이 있는 고위험 노인 인구를 보호하는 데 투자하라는 것이다. 둘째는 위험이 낮은 청년들을 다시 일터로 복귀시키고 경제에 기여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처럼 사망률을 낮추면서 성장을 추구하는 전략은 미국과 다른 나라들의 정책을 융합한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질병과 경제적 타격을 최소화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사망률을 줄이고 경제 성장을 이루는 전략이 성공하려면 노인과 다른 고위험군의 백신 수요를 자극하는 데 초점을 맞춘 정책을 펴야 할 것이다. 이런 노력은 세대에 걸쳐 질병이 확산되는 것을 방지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를 통해 코로나19를 통제하고 사회가 다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원제=No Need to Sweat Covid Vaccination Rates
정리=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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