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망기업] 압타머사이언스, 세계 2위 규모 압타머 아카이브 확보

압타머사이언스가 지난달 16일 코스닥에 입성했다. 세계 최초로 압타머 기반 진단키트를 선보인 데 이어 당뇨와 항암제 분야에서도 혁신신약을 출시하겠다는 포부다.
한동일 압타머사이언스 대표. 사진=김기남 기자
압타머사이언스는 압타머를 활용한 진단과 신약개발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 진단 부문에서는 췌장암, 간암, 임신중독증,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을 대상으로 진단키트를 개발 중이다. 폐암 조기진단 키트는 이미 판매 허가를 받고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매출을 낼 전망이다.당뇨와 간암 등의 신약도 개발한다. 당뇨 치료제는 전임상 단계임에도 글로벌 제약사와 물질이전계약(MTA) 및 비밀유지계약(CDA)을 체결했다. 개발속도가 가장 빠른 인슐린 대체제는 내년 임상 1상에 진입할 계획이다.

2세대 SELEX와 최적화 기술

압타머사이언스는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압타머를 자체 발 굴 하 는 기술인 ‘셀렉스(SELEX)’를 갖고 있다. 셀렉스는 화합물 집합체(라이브러리)에 표적하는 단백질 분자를 넣어 이와 결합하는 기능성 핵산(압타머)을 얻는 기술이다. 셀렉스를 통해 1페타(PETA·1000조)개의 핵산으로 이뤄진 라이브러리에서 100개 미만의 압타머가 추출된다.

압타머사이언스는 설립 초기인 2000년대 중반 미국 소마로직과 전략적 제휴를 통해 1세대 셀렉스를 확보했다. 한동일 대표는 “원하는 표적에만 압타머가 강하게 결합하게 하는 것이 관건”이라며 “2010년 소마로직의 창업자 래리 골드 박사의 기술 특허가 만료됐고, 2세대 압타머 기술 연구가 활발해졌다”고 말했다.압타머사이언스도 2세대 셀렉스를 바탕으로 항체 의약품과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압타머사이언스는 2세대셀렉스 기술인 ‘변형 핵산 셀렉스’와 ‘바이로셀렉스(ViroSELEX)’를 보유하고 있다.

변형핵산은 천연 핵산의 염기서열에 결합력을 높일 수 있는 아미노산 소수성기를 붙인 것이다. 천연 핵산에 비해 표적 단백질에 결합할 성공 가능성이 높고 결합력도 10배 이상 우수하다는 설명이다. 바이로 셀렉스로는 바이러스와 결합하는 압타머를 찾는다. 표적 세포막 단백질을 대리 바이러스의 표면에 발현시키고, 이에 결합하는 압타머를 찾는 기술이다. 변종 바이러스에까지 압타머의 응용성을 증대할 수도 있다.

압타머사이언스는 압타머 길이와 선도물질 최적화, 수용체에 붙는 물질인 리간드 기능 선별, 압타머 쌍 발굴 등 응용제품 개발 기술도 갖고 있다. 이 기술들을 바탕으로 자체 압타머 아카이브(저장고)를 구축했다. 한 대표는 “250여 종의 단백질을 표적할 수 있는 1500여 종의 압타머 염기서열 정보를 확보했다”며 “현재 보유한 압타머 아카이브는 세계 2위 규모”라고 말했다.

세계 최초 압타머 기반 폐암 진단키트

압타머사이언스의 ‘AptoDetect-Lung’은 세계 최초의 압타머 기술 기반 진단키트다. 비소세포폐암의 조기진단에 사용된다. AptoDetect-Lung은 압타머 기반 다지표 진단기술인 ‘앱토미아(AptoMIA)’를 활용해 소량(5㎕)의 혈액으로 폐암과 관련한 7종의 바이오마커를 동시에 측정한다. 이를 분석해 폐암 위험도 정보도 제공한다. 임상시험에서 경쟁제품에 비해 우수한 민감도(양성 판별률 75%)와 특이도(음성 판별률 92%)를 나타내며 성능을 입증했다. 2017년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체외진단용 의료기기 3등급 허가와 2018년 유럽 CE인증을 받았다. 이원의료재단과 협약을 맺고 지난 8월부터 폐암 진단키트를 공급하고 있다.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중국 및 동남아시아 시장에도 진출한다. 중국 바이오 기업 BGT와 독점 계약을 맺고 인허가와 판매를 준비하고 있다. 2022년부터 중국 판매를 예상하고 있다. 앱토미아를 활용한 간암 조기진단 제품도 2022년 상용화를 목표로 임상을 진행 중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스파이크에 반응하는 고특이도 단백질 압타머를 발굴, ‘앱토POC(AptoPOC)’ 기술에 적용해 코로나19 신속진단키트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앱토POC를
이용하면 높은 민감도와 특이도로 15분 내에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판별할 수 있다. 변종 검출도 가능하다. 발굴한 압타머를 치료제로도 활용할 수 있다.

당뇨 간암 교모세포종 혁신신약 개발

압타머 기술을 적용하면 3년 내에 신약 후보물질을 개발할 수 있다는 게 한 대표의 설명이다. 통상적으로 전임상에 들어갈 수 있는신약 후보물질을 확보하는 데 5~8년이 소요된다. 압타머사이언스는 압타머 발굴 및 최적화 기술을 이용해 신약 후보물질 확보에 2~3년이 걸렸다.

인슐린 대체제 후보물질 ‘AST-101’은 인슐린 수용체에 선택적으로 결합하는 압타머 ‘A48ms’를 활용한다. 인슐린은 당 흡수 효능은 우수하지만 성장 호르몬 수용체도 활성화해 비만과 저혈당 등의 부작용을 유발한다. A48ms는 인슐린 수용체에 결합해 당 흡수 효능을 가지면서도, 세포 성장을 유도하지 않는 변형된 신호전달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인슐린 민감제 ‘AST-102’는 노보노디스크와 물질이전계약을 완료했다. 인슐린 수용체를 표적으로 하는 최초의 인슐린 민감제가 될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한다.

간암 치료제 ‘AST-201’도 내년 임상 1상을 계획하고 있다. 압타머에 화학항암제 젬시타빈을 결합해 BiFAp계 물질로 최적화를 마쳤다. 압타머-젬시타빈 복합체는 간암세포 표면에 있는 단백질 글라이피칸3(GPC3)을 표적으로 한다. 또 젬시타빈이 간에서 대사가 되어 구조가 변하는 프로드러그(prodrug)가 일어나지 않도록 보호한다.

교모세포종 치료제 ‘AST-203’은 국립암센터와 공동개발 협약을 맺고 선도물질 최적화를 진행하고 있다. 혈뇌장벽(BBB) 투과 압타머를 항체 및 약물과 결합한 원발성 중추신경계 림프종(PCNSL) 치료제는 설치류 동물시험에서 뇌 전달 효능을 확인했다.

한 대표는 “임상에서 가능성을 입증해야 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라며 “압타머로 새로운 시장을 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압타머란?
압타머는 항체의 대안으로 떠오르는 바이오 소재다. DNA와 RNA로 구성된 단일 가닥의 핵산 물질이다. 표적 단백질의 3차원적 형체를 인식해 이를 감싸듯이 결합한다. 다양한 표적에 높은 특이도와 결합력을 갖는다.

체내에서 면역 거부 반응이나 부작용을 일으킬 위험도 항체보다 낮다. 화학적 합성으로 제조할 수 있어 저렴한 비용으로 단기간에 생산 및 개발이 가능하며 운반과 보관, 화학적 변형도 쉽다.

압타머는 분자 크기가 작아 투과도가 높지만 체내에서 효소에 의해 분해되거나 신장에서 배설된다는 한계도 있다. 또 항체에 비해 작용시간이 짧아 상용화까지는 이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김예나 기자 yena@hankyung.com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0년 10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