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다리 정상 올라간 '개룡남녀' 국회의원이 말한다

창간 56주년 - 2030세대 희망 모빌리티
사다리를 다시 세우자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의원
실업계高 씨 마르고 대학은 실업자 양성소
'사내대학' 학위 인정 맞춤인재 키우게 해야

서일준 국민의힘 의원
기업이 좋은 일자리 만들게 정부가 지원해줘야
정규직 전환 혜택 주듯 극소수 위한 방식은 안돼
여상 출신으로 삼성 임원 올랐던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서일준 국민의힘 의원은 공통점이 많다. 21대 국회 초선의원에다 기획재정위원회 소속이다. 무엇보다 ‘고졸 흙수저 출신’으로 국회의원에 오른 ‘개룡인(개천에서 난 용)’이다. 양 의원은 광주여상을 졸업해 삼성전자 임원을 지냈다. 서 의원은 고졸 9급 면서기 출신으로 거제시 부시장을 지냈다. 서로 다른 정당에 속했지만 청년을 위한 희망 사다리를 재건해야 한다는 데 두 의원은 공감했다. 두 의원은 청년에게 가는 기회를 늘리기 위해 기업이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정치권이 힘을 보태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한국경제신문 특별취재팀이 두 의원을 따로, 또 같이 만났다.

▷사회=계층 이동을 위한 사다리가 약해지고 있습니다.
고졸 9급 면서기서 거제시 부시장 지낸 서일준 국민의힘 의원 /사진=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서일준 의원=좋은 일자리가 자꾸 줄어드니 ‘아빠 찬스, 엄마 찬스’를 쓰지 않으면 기회를 잡을 수 없다는 인식이 커졌습니다.

▷양향자 의원=청년들이 경쟁을 뚫고 사회에 나왔는데 누구는 ‘아빠 찬스다, 엄마 찬스다’ 하니 분노를 느끼는 겁니다. 청년들 분노에 공감합니다.

▷사회=좋은 일자리는 왜 사라졌다고 봅니까.▷서 의원=기술 발전의 결과이긴 하지만 양질의 일자리는 기업이 창출하는 겁니다. 점점 기업을 경영하기 어려운 환경이 되고 있습니다.

▷사회=청년에게 기회를 확대하는 데 교육이 어느 정도 중요할까요.

▷양 의원=상고를 졸업하고 연구원 보조로 삼성전자에 입사한 뒤 연구직으로 임원까지 오를 수 있었던 건 교육 때문이었습니다. 삼성은 사내대학을 세워 인재를 육성했어요. 사내대학에서 일반 대학보다 수준 높은 반도체 기술 교육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사회=기업의 사내 교육이 잘돼 있으면 굳이 대학졸업장이 필요하지 않았을 텐데요.(양 의원은 이후 한국디지털대에서 학사 학위를 받았다.)

▷양 의원=대학원에서 깊이있는 공부를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대학졸업장이 없으면 대학원에 갈 수 없었죠. 당시 삼성은 사내대학에 대해 교육부 인가를 받으려고 했지만 잘 안 됐어요. 일반 대학보다 수준 높은 교육을 받았는데도 대학원 진학을 할 수 없어 답답했죠.

▷사회=교육제도는 당시와 많이 변한 게 없어 보입니다.▷양 의원=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교육제도의 유연화가 필요합니다. 실업계 고등학교는 씨가 마르다시피 하고, 대학교는 실업자 양성소가 됐습니다. 산업과 연계된 교육이 기회의 사다리가 될 수 있다는 게 제 경험입니다.

▷사회=요즘 청년들은 공무원 시험에 매달립니다.

▷서 의원=과거에는 공무원 시험이 저처럼 대학을 나오지 못한 사람에게도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제도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소위 명문대를 나와도 9급 시험을 보겠다고 합니다. 국가적으로 손실입니다.

▷사회=공무원 시험이 공정하다는 인식도 있습니다.

▷서 의원=공무원 되는 데 ‘올인’해야 하는 게 문제입니다. 지방에서는 9급으로 시작하면 5급이 되기까지 30년 걸립니다. 현 제도가 결코 공정하다고 볼 수 없죠. 사회 변화에 맞게 공무원 선발 제도를 통합해 뽑되 공공과 민간의 인사 교류가 활발히 이뤄지도록 해야 합니다.

▷사회=이제 ‘금수저’뿐만 아니라 ‘동수저’까지 대물림된다고 합니다.

▷양 의원=대물림 자체를 죄악시해서는 안 됩니다. 자식이 잘되길 바라는 마음은 인간의 본능입니다. 대물림을 받은 사람들이 사회 전체를 위해 가치를 실현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사회=계층 이동의 역동성을 높이기 위해 정부는 뭘 해야 할까요.

▷서 의원=기업이 좋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해야 합니다. 좋은 일자리가 줄어드니 사다리가 무너지는 것입니다. 정부의 비정규직 전환 정책처럼 극소수에 혜택을 주는 방식은 안 됩니다. 일자리를 창출하는 건 기업의 몫입니다.

▷사회=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서 의원=아무리 아빠 찬스, 엄마 찬스를 쓰더라도 나이가 마흔이 넘으면 자기가 노력한 만큼 인생을 살게 됩니다. 결국 인생은 자신의 몫입니다.▷양 의원=절대로 ‘빽’ 있고 돈 있는 사람만 성공하는 게 아닙니다. 작은 성공을 여러 번 하길 바랍니다. 어제보다는 조금 더 나은 내일이 있을 거란 희망을 잃지 말아야 합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