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택환 교수 "수상 못 했지만 노벨상급 반열 올라 자부심"

"강의 전 BTS의 'Not Today' 틀어줘…난치병 연구에 열중할 것"
"올해는 수상이 어려울 거라고 예상했습니다. 오늘 강의를 시작하기 전에 학생들에게 방탄소년단(BTS)의 'Not Today'를 틀어줬습니다(웃음)"
올해 노벨화학상의 유력 후보로 꼽혔으나 안타깝게 수상하지 못한 현택환(56) 서울대 석좌교수 겸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입자 연구단 단장은 7일 서울대에서 취재진과 만나 담담히 소회를 밝혔다.

현 교수는 "노벨상 후보로 거론된 것 자체가 우리나라 과학자가 노벨상급 반열에 들어갔다는 좋은 지표라고 생각한다"며 "우리나라 과학기술이 그만큼 수준이 올라갔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정보분석업체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Clarivate Analytics)'는 국내 과학자 가운데 유일하게 현 교수를 노벨화학상 수상 유력 후보로 점찍었다. 하지만 노벨화학상은 프랑스의 에마뉘엘 샤르팡티에와 미국의 제니퍼 A. 다우드나에게 돌아갔다.

현 교수는 "대한민국에서 저를 포함해 노벨상에 근접한 과학자들이 많이 생겼다"며 "해외 주요 연구기관들이 설립된 지 100년이 더 넘은 점을 고려하면 우리나라 기초과학 연구지원 역사 30년 만에 위상이 올라간 점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연구 인생에서 자신이 '꽃길'을 걸을 수 있었다"며 정부에 감사하다는 뜻도 전했다. 현 교수는 "23년간 서울대 교수, 8년간 IBS 단장으로 일하면서 정부의 적극적인 연구비 지원을 받지 못했더라면 지금의 저는 없었다"며 "여러 지원 덕에 나노입자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반열에 들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과학자의 창의성은 자유로운 연구 기회에서 나온다"며 젊은 과학자들을 조기에 발굴하고 이들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수상하지는 못했지만 미래의 노벨화학상 후보로 꼽히고 있는 현 교수는 포부도 밝혔다. 그는 "올해로 연구 23년째인데 이번에 노벨상 후보로 선정된 2개 논문은 나노입자 디자인·합성 등을 다룬 초창기 논문"이라며 "향후 10년 동안은 나노기술을 활용해 난치병을 치료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게 제가 가진 큰 꿈"이라고 했다.

현 교수는 서울대 제자들에게 '뼈있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그는 "요즘 강조하는 게 인간성"이라며 "서울대인이라는 것 자체가 특권을 가졌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늘 겸손하게 타인을 배려하고 최선을 다한다면 다른 분야에서도 존경받으며 일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