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대 유전자가위' 원천기술 개발…女 과학자 2명, 노벨화학상 품었다

佛 샤르팡티에·美 다우드나 공동수상

질병 일으키는 특정부위 절단
"암·유전질환 치료에 큰 기여"
올해 노벨화학상은 3세대 유전자 가위 ‘크리스퍼(CRISPR)-카스9’ 원천 기술을 개발한 2명의 여성 과학자가 수상했다.

스웨덴 왕립과학아카데미는 2020년 노벨화학상 수상자로 에마뉘엘 샤르팡티에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병원균과학팀 소장(사진 왼쪽), 제니퍼 다우드나 미국 UC버클리 교수를 선정했다고 7일 발표했다.왕립과학아카데미는 “이들은 크리스퍼-카스9을 개발해 기초과학에 혁명을 일으켰을 뿐 아니라 의학 치료에 새 장을 열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또 “크리스퍼-카스9의 등장으로 유전질환을 치유하는 인류의 꿈이 막 이뤄지려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전자 가위는 질병을 유발하는 DNA(데옥시리보핵산) 특정 부위를 자를 수 있는 ‘유전자 편집’ 기술이다. DNA는 A·G·C·T 등 네 가지 염기가 두 개씩 30억여 개 쌍(bp)을 이뤄 꼬인 이중나선 구조로 돼 있는데, 유전자 가위는 이 30억 쌍 가운데 몇 개의 쌍을 절단해 형질을 바꾼다.

크리스퍼-카스9은 가위 역할을 하는 단백질 ‘카스9’에 자를 부위를 안내해 주는 ‘가이드 RNA(리보핵산)’를 붙인 것이다. 크리스퍼는 ‘앞뒤 서열이 같은 유전물질 군집체(clustered regularly interspaced short palindromic repeats)’의 줄임말이다.샤르팡티에 교수는 인체에 해로운 박테리아 중 하나인 ‘화농연쇄상구균’을 연구하면서 크리스퍼-카스9 원천 기술을 개발했다. 그는 이 박테리아의 면역체계를 분석하다 이전에 알려지지 않았던 ‘tracrRNA’를 발견했다. 이를 토대로 제작한 크리스퍼-카스9이 박테리아 DNA를 절단하면서 면역체계를 무력화시킨다는 사실을 최초로 밝혔다. RNA 전문가인 다우드나 교수는 크리스퍼-카스9을 사용하기 쉽게 합성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이들은 함께 개발한 크리스퍼-카스9 원천 기술 성과를 2012년 학술지 사이언스에 실었다.

크리스퍼-카스9이 등장한 후 곰팡이나 해충, 가뭄 등으로부터 저항성을 갖는 식물 개발이 실제로 가능해졌다. 새로운 암 치료법도 개척되고 있다. 김학중 고려대 화학과 교수는 “유전자 자체도 화학적 물질이고, 크리스퍼-카스9이 DNA 특정 위치를 절단하는 메커니즘도 결국 화학 반응으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노벨화학상 수상은 이전부터 예견됐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의 수상으로 역대 여성 노벨과학상 수상자는 23명이 됐다.

크리스퍼-카스9과 관련한 국내 전문가인 김진수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교정연구단 수석연구위원(전 서울대 화학과 교수)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세대 유전자 가위인 ‘ZFN’부터 연구를 진행해온 김 연구위원은 크리스퍼-카스9이 실제로 사람과 동식물 등에 적용될 수 있게 응용 범위를 확장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