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촹반의 보석' 앤트그룹 IPO에 투자하려면 "직구하라" [이고운의 머니백]

역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를 예고하고 있는 중국 핀테크기업 앤트그룹,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있을까요. SK바이오팜과 카카오게임즈, 그리고 최근 빅히트엔터테인먼트 공모주 청약에 뛰어든 투자자라면 상당히 관심이 있는 사안입니다. 전문가들에게 문의한 결과 “상장한 다음 직구하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있는지는 아직까지 모르겠지만 잡음은 많은 듯합니다. 다음달 대선을 앞두고 중국과의 전쟁을 이어가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에는 앤트그룹을 겨냥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습니다.

앤트그룹 공모주 투자 가능할지 살펴보니

앤트그룹은 이달 말 중국판 나스닥으로 불리는 본토 커촹반과 홍콩증시에 이중상장할 예정입니다. 지금까지 역사상 최대 규모 IPO였던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람코(공모금액 294억달러)가 세운 기록을 앤트그룹이 갈아치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앤트그룹의 예상 공모금액으로는 350억달러 정도가 거론되고 있습니다. 상장 즉시 커촹반 시가총액 1위 대장주에 등극할 예정입니다.

그렇다면 한국 개인투자자들이 앤트그룹 IPO에 투자할 방법이 있을지 궁금했습니다. 이론적으로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앤트그룹이 상장한 다음 홍콩증시에서 주식을 거래하는 방법을 주로 권했습니다. 커촹반에는 외국인 개인의 접근이 불가합니다.

일단 우리나라 개인투자자들이 앤트그룹에 공모가로 투자하는 방법은 마땅치 않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홍콩증시는 우리나라처럼 개인 투자자들도 공모주 청약에 참여할 길을 열어두기는 했습니다. 그런데 홍콩 공모주 청약시장의 과열 정도는 우리나라보다 더합니다. 지난달 말 홍콩증시에 데뷔한 온라인 마케팅회사 조이스프레더는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모으며 1600대 1 수준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했습니다. 그런데도 상장 첫날 하락 마감하며 투자자들에게 충격을 주었습니다. 청약경쟁률이 1000대 1 이상에 공모금액이 1억달러를 넘긴 IPO가 상장 첫날 하락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합니다. 일단 홍콩이 외국인에게도 공모주 청약 자격을 주는지 여부부터 확인하고 현지 증권사에 계좌를 연 다음 청약까지 이르는 지난한 과정을 감수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 의문일 정도로 치열한 전쟁터입니다.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 전 회장
펀드 등 간접투자 방식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앤트그룹 상장을 앞두고 우리나라에서도 중국 본토증시 및 홍콩증시 공모주 투자를 표방하는 펀드들이 등장하거나 기존 펀드의 리뉴얼이 예상됩니다. 그런데 이들 펀드가 공모주를 공모가에 받을 자격이 있는지, 상장 후 새내기주를 매매하는 전략을 취하는지는 주의깊게 봐야 합니다. 한 전문가는 “중국 본토증시나 홍콩증시 공모주 투자펀드가 생각보다 적은 이유는 현지 당국이 요구하는 까다로운 자격 요건과 적은 물량 배정에 있다”고 전했습니다. 중국은 싫지만 중국에서 돈은 벌고 싶은 미국 개인투자자들도 앤트그룹 IPO에 관심이 지대한데요. 이들을 위한 미 현지 언론들의 조언도 “중국 공모주에 상장 후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활용하라” 정도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앤트그룹 규제에 나설까

앤트그룹이 상장한 다음 홍콩증시에서 주식을 사기로 결정했다면 ‘앤트그룹의 적정 주가는 얼마일까’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아마 다음주 쯤 앤트그룹의 공모가가 공개되면 전세계 증권사에서 목표주가를 제시하기 시작할 것입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달 말 증권업계 관계자들을 비실명으로 인용, 앤트그룹의 적정 기업가치로 2300억~3000억달러가 거론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달 블룸버그는 씨티그룹 시가총액의 2배인 2500억달러를 예상 기업가치로 제시했습니다. 앤트그룹 상장까지 한달도 남지 않았는데 주가에 영향을 줄 여러 일이 일어나기에는 충분한 시간인 듯합니다. 블룸버그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앤트그룹 규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7일(현지시간) 보도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텐센트홀딩스와 함께 앤트그룹까지 사정권에 넣은 이유는 일단 중국의 디지털결제 플랫폼이 전세계 패권을 쥐는 것이 못마땅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알리페이 등을 통해 미국인들의 개인정보가 중국 정부로 유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하기도 하고요.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달 말 백악관에서 앤트그룹 제재와 관련한 회의가 열렸다고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리는 바람에 별 진척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실제로 앤트그룹 제재에 들어가더라도 실제로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앤트그룹의 매출은 중국에 집중돼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 증시의 보석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앤트그룹이 공모와 상장 과정에서도 그만큼 가치를 인정받을지 궁금해집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