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나라=기업이 많은 나라'…7가지 조건에 달렸다

기업 흥망성쇠의 비밀

① 변화를 수용하는 문화
② 미래에 투자하는 마인드
③ 위험을 감수하는 정신
④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파괴
⑤ 안정적인 법과 제도
⑥ 경쟁을 권장하는 환경
⑦ 자유와 재산권의 보호
사진=연합뉴스
고대 그리스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는 “만물은 변한다”고 말했다. 그가 오늘날의 기업을 두고 이렇게 말하진 않았을 테지만 기업도 희로애락, 흥망성쇠의 과정을 밟으며 변한다. 100년 전, 50년 전, 20년 전, 10년 전에 있었던 기업들이 변하고, 그때 없던 기업들이 출현해 맨 앞줄에서 쏜살같이 달린다.

기업이 왜 변할까? 그것은 아마도 기업을 만들고 운영하는 사람들의 성향과 기질, 특기가 다양하기 때문일 것이다. 재화와 서비스를 만들고 사는 사람들이 균질해서 한 종류라면 배달의민족, 삼성, 애플, 카카오톡, 넷플릭스, 나이키, SM, JYP 이런 것들은 나타나지 않는다. 기업이 나타났다가 사라지고 진화하고 그 사이 경제 전체가 진보한다. 경제도 생태계처럼 환경이 좋아야 역동적으로 움직인다. 7가지 요소를 꼽아보자.
(1) 개방성은 꼭 필요한 환경이다. 변화를 적대시하지 않고 수용하는 문화다. 새로운 재화와 서비스는 언제나 기존 재화, 서비스와 충돌한다. 공유경제인 ‘우버’가 미국 시장에선 용인되고 한국 시장에선 배제되는 이유는 개방성 차이에 있다. ‘타다’가 기존 택시업계에 막힌 사례는 대표적이다. 프랜차이즈 파리바게뜨가 동네 빵집을 위협한다는 이유로 적대시되는 사례도 우리는 목격했다.

(2) 미래를 중시하는 문화도 필요하다. 미국 스탠퍼드대학이 실험했던 ‘마시멜로 이야기’처럼 지금 당장 마시멜로를 다 먹는 것보다 저축해서 미래 자본으로 투자하는 마인드가 중요하다. 이런 마음가짐이 강한 개인과 나라일수록 자본 축적을 통해 성과를 이룬다. 기업도 그렇다. 즉 당장을 중시하는 ‘시간선호(time preference)’가 높은 문화일수록 자본이 축적되지 않는다.

(3) ‘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이 풍성하게 발휘되는 환경이어야 한다. 기업가 정신은 기업가 자신도 성공할지 실패할지 모르는 상태에서 새로운 가치 창출에 도전하는 정신이다. 이것을 위험감수(risk-taking)라고 한다. 반도체 시장에 뛰어든 삼성(이병철 회장), 노키아를 한 방에 없애버린 애플(스티브 잡스), 블록버스터를 깨뜨린 넷플릭스(리드 헤이스팅스), 금융업으로 진화하는 카카오톡(김범수 의장)은 모두 기업가 정신 스토리다.(4) 기업가 정신이 낳는 것이 바로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다.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1883~1951)는 ‘창조적 파괴’ 때문에 기업과 시장이 진보한다고 봤다. 기존 시장을 근본적으로 깨뜨려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파괴다. 스마트폰은 기존 피처폰 시장을 없애버리고 새로운 시장을 창출했다. 파리바게뜨가 동네 빵집들을 흔들었고, 월마트가 물류혁명으로 유통시장을 뿌리째 바꿨다. 하지만 월마트는 다시 모바일과 온라인 쇼핑에 밀리는 중이다. 이런 점에서, 자본과 노동을 많이 투입해 단순히 산출량을 늘리는 것[Q=f(K, L)]은 창조적 파괴가 아니다. ‘창조적 파괴’는 시장 자체를 흔들기 때문에 갈등과 고통을 수반하고 종종 정치적 이슈가 되기도 한다.

(5) 법과 제도의 높은 안정성도 간과해선 안 된다. 기업들은 법과 제도가 예측 가능한 상태에서 시행되기를 바란다. 경쟁력이 없는 ‘좀비 기업’을 보호하고, 스타트업들을 차별하는 법과 제도의 규제가 갑자기 생기면, 기업가들은 미래를 보고 투자하기 어렵다. 법인세가 갑자기 징벌적으로 인상되는데 누가 모든 것을 사업에 걸 용기를 내겠는가.

(6) 경쟁을 권장하는 환경 역시 기업과 경제적 진보에 큰 영향을 미친다. 경쟁은 소비자의 이익을 높인다. 기업들은 소비자를 차지하려는 경쟁을 통해서 재화와 서비스의 가격을 낮추고 질을 높이려 애쓴다. 많은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기업엔 이윤이, 반대인 기업엔 손실이 찾아간다. 기업들이 시장에서 경쟁하지 않고 정치적 ‘빽’을 쓰게 하면, 경쟁력이 없는 기업만 살아남고, 희소한 자원이 낭비된다. 경쟁은 기업을 강하게 만들고 소비자 이익을 높인다.(7) 자유와 재산권을 철저하게 보호하는 것도 중요하다. 정부의 강압(coercion) 아래 휘둘리면 기업과 시장이 번창하기 어렵다. 미국 헤리티지재단이 발표하는 ‘세계 경제자유도’를 보면 잘사는 나라일수록 경제 자유도(1위 싱가포르)가 높다. 노동과 자본의 이동에 제한이 적다. 자유가 넘쳐야 곳곳에 존재하는 많은 지식이 서로 결합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다. 정부는 ‘이것을 함으로써 저것을 잃는다’는 기회비용 개념에 무디다. 공무원은 규제를 늘려야 하는 이해관계(공공선택론) 속에 있다. 정부의 시장개입이 좋지 않은 결과를 낳는 이유다.

기업들이 없으면 어떻게 될까? 부자 나라에 좋은 기업들(좋은 일자리와 높은 임금)이 많고, 가난한 나라에 기업들이 적다는 말로 대답을 대신하자. 좋은 기업들이 많은 부자 나라의 소득, 평균수명, 도덕성, 환경 등의 문명 수준이 높다. ‘좋은’ 기업들이 많이 나올 수 있도록 ‘좋은’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고기완 한경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

NIE 포인트

① 조지프 슘페터와 ‘창조적 파괴’에 대해 알아보자.
② 경제적 자유도가 높은 나라들은 어떤 나라들인지 알아보자.
③ 시장 경쟁이 왜 소비자에게 이익을 가져다주는지 알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