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 S90' 승차감 이 정도였어?…타이어 펑크 나도 몰랐다 [신차털기]

오세성 기자의 [신차털기] 71회
△ 볼보 S90 B5 인스크립션 시승기

▽ 완성된 디자인에 더 넓은 실내까지
▽ MHEV로 출력·소음·진동·연비 '만족'
▽ 이제 주문하면 언제 받나…기약없는 대기
볼보가 선보인 프리미엄 세단 S90 B5 인스퍼레이션.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괜찮으셨어요? 다치신 곳은 없구요?"
지난달 미디어 시승회에서 볼보가 선보인 세단 S90 B5 인스크립션을 타고 목적지로 돌아오자 볼보 관계자들이 사뭇 심각한 표정으로 달려왔다. 통상 미디어 시승회에서는 시승 소감을 물어보지만 관계자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달려오자 의아했다. 차에서 내리자 운전석 앞바퀴가 바람이 빠져 주저앉은 상태였다. 바람이 빠진 타이어도 주행자가 모를 만큼의 승차감을 S90 B5 인스크립션이 자랑한 결과다.

볼보 S90 B5 인스크립션은 볼보가 4년 만에 선보인 플래그십 세단 S90의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이다. 플래그십 모델치고 작다는 지적을 의식한 듯 전장을 전작 대비 125mm 늘려 5090mm까지 확대했다. 전장이 5m에 미치지 못하는 동급 독일3사 경쟁차량보다 우위에 섰다. 축간거리도 120mm 늘어난 3060mm에 달해 여유로운 실내 공간을 마련했다. 전폭은 1880mm, 전고는 1450mm로 이전 모델과 비슷하다.
볼보 S90 B5 인스크립션 후면부 모습.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완성된 디자인에 디테일 더했다

차량이 다소 길어졌다는 점을 제외하면 내외관 디자인은 일부 디테일만 추가하면서 큰 변화 없이 유지됐다. 전면부 그릴 형태는 바뀌지 않았고 '토르의 망치'로 불리는 LED 해드램프도 그대로다. 그릴 가운데 카메라를 통합한 3D 형태의 아이언마크가 자리잡았고, 하단에 크롬 라인이 더해졌다는 정도가 차이점이다.

후면부 역시 테일램프 형태가 유지된 가운데, 턴 시그널 방식이 적용되고 하단에 크롬 라인이 추가됐다. 다만 시승 과정에서 후면부 크롬 라인은 빛을 반사하는 탓에 뒷차 운전자 시야를 다소 방해하는 것으로 느껴졌다. 추후 보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볼보 S90 B5 실내 인테리어. 사진=볼보자동차코리아
실내 인테리어도 기존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달라진 점은 오레포스의 천연 크리스탈 기어 노브, 센터콘솔에 추가된 스마트폰 무선 충전 기능 정도다. 천연 나무와 고급 가죽을 사용한 기존의 인테리어 구성은 그대로 유지됐다. 완성도 높은 디자인이 큰 변화 없이 유지되기에 이후 신형 모델이 나오더라도 신차 느낌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은 큰 매력이다.

뒷좌석은 겉으로 보기에도 확연히 여유로운 공간을 자랑했다. 통상 승용차 뒷좌석 무릎공간은 주먹 몇 개가 들어가느냐로 따지지만, 신형 S90은 그렇게 따지는 것 조차 무의미했다. 거만하게 다리를 꼬아 뒤로 기대도 걸리적대는 것 없이 편안했다. 이전까지의 S90은 뒷좌석 공간이 넓지 않았다. 때문에 차주가 직접 운전하는 오너드리븐 성향의 패밀리카로 평가 받았지만, 이제는 기사가 운전하고 차주는 뒷좌석에 앉는 쇼퍼드리븐 성향의 차로도 손색이 없다.
볼보 S90는 여유로운 뒷좌석 공간을 제공한다.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전기 모터로 진동·소음 잡고 출력은 높이고

시동을 걸고 주행에 나서자 덩치를 한껏 키운 S90는 부드럽게 속도를 높였다. S90 B5 인스크립션에는 48V 가솔린 마일드 하이브리드(MHEV) B5 엔진이 탑재됐다. 14마력의 전기 모터가 엔진을 보조하는 조합을 통해 시스템 최고출력 264마력, 최대 토크 35.7kg·m를 제공한다.

전기모터가 보조해준 덕분에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를 타는 듯 조용하고 진동도 없는 출발이 가능하다. 속도를 더해도 엔진 소음은 일반 내연기관 자동차와 차별화될 정도로 조용하게 유지됐다. 스포츠세단과 같은 폭발적인 추진력은 없지만, 부족하지 않게 넉넉한 힘이 가속을 받쳐준다.
볼보 S90 B5 인스크립션은 E세그먼트에서 가장 긴 5090mm의 전장과 3060mm의 축간거리를 갖췄다.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스티어링 휠에서 버튼을 몇 번 눌러 반자율주행 기술인 '파일럿 어시스트 II'를 작동시켰다. 이 기능을 켜면 차량이 140km/h 속도까지 차로를 스스로 유지하며 전방 차량과 거리를 유지해 달린다. 운전자가 세세한 스티어링 휠 각도를 맞춰 조향하지 않아도 되기에 운전 피로가 크게 줄어든다. 전방에 차량이 끼어들어 급하게 속도를 줄이는 경우에도 쏠림이 크지 않아 쾌적한 승차감을 유지했다.볼보의 자랑인 바워스&윌킨스(B&W) 오디오 시스템도 더 강력해졌다. 볼보는 이미 카오디오 수준을 뛰어넘었다고 평가를 받는 B&W 오디오의 케블라 콘을 컨티뉴엄 콘으로 바꿔 더욱 세밀한 중음역 사운드를 구현했다. 재즈클럽 모드와 노이즈 캔슬레이션 기능도 더해졌다. 최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소비자들의 니즈에 대응하고자 실내 미세먼지 농도를 감지하고 초미세먼지까지 정화하는 어드밴스드 공기 청정(AAC)시스템도 추가됐다.
볼보 S90 B5 인스크립션 후면부 크롬 장식은 뒷 차량 운전자에게 강한 빛을 반사시켰다.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볼보가 내연기관을 MHEV 엔진으로 대체하면서 차량 최고속도는 180km/h로 제한됐다. 가속페달을 아무리 밟아도 182km/h를 넘기지 못한다. 타인에게 차를 빌려줄 때 최고속도를 50~180km/h 사이로 설정할 수 있는 '케어 키'도 새롭게 추가됐다. 다만 파이거나 깨진 도로를 지날 때에도 차량이 충격을 흡수해 쾌적한 승차감을 유지했다. '달리는 차' 보다는 승차감이 중요한 패밀리카나 법인용 차량에 초점을 맞췄다는 느낌이다. 시승 연비는 12.7km/L로 측정됐다.

한바탕 질주했는데…알고보니 타이어에 펑크

볼보의 반자율주행 기능인 파일럿 어시스트를 작동시키면 계기반에 파란 스티어링 휠 아이콘이 노출된다. 내비게이션 우측 상단에 공기압 경고등도 켜져있다.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시승 코스 반환점을 찍고 돌아오며 계기반에 공기압 경고등이 들어왔다. 미디어 시승회에서는 제조사 관계자들이 매번 공기압을 조정하는데, 많은 수의 차량이 동원되는 만큼 다소의 오차도 발생하곤 한다. 때문에 공기압을 약간 부족하게 채웠기 때문일 것으로 생각하고 목적지에 도착하면 이를 알려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이후로도 급가속과 급감속을 반복하며 차량의 성능을 최대한 이끌어냈다.

시승을 마치고 돌아오자 볼보 관계자들이 달려나왔다. 차에서 내리니 운전석 앞바퀴에서 바람이 빠져 주저앉은 상태였다. 주행 중 펑크가 났고, 이 때문에 공기압 경고등이 들어왔던 것이다. 타이어 펑크가 나면 차량의 조향이 불가능해지거나 펑크난 방향으로 무게중심이 쏠려 주행이 급격하게 불안해진다. 공기압 경고등이 들어온 시점을 감안하면 타이어에 바람이 빠진 상태에서 차량 성능을 극한까지 냈던 것이다.

볼보 S90 B5 인스크립션은 바람이 빠진 타이어를 달고도 주행 중 조향이 불안하다거나 진동이 발생하는 등의 승차감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과격한 주행에도 타이어 이탈은 발생하지 않았고, 휠도 상처없이 깔끔했다. 타이어 펑크 상태에서 운전을 계속했지만 차축도 틀어지지 않았다. 주행 중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가족의 안전을 지켜줄 것으로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와 관련해 볼보코리아는 "해당 차량을 점검한 결과 타이어 펑크 외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고객의 안전을 생각해 초고성능 타이어를 기본 장착한 덕분일 것"이라고 공을 돌렸다. 볼보코리아에 따르면 신형 S90에는 모멘텀과 인스크립션 모두 기본 타이어로 이탈리아 피렐리의 피제로가 장착된다. 이 타이어를 소비자가 별도로 구입해 네 바퀴에 단다면 장착비를 포함해 약 250만원을 들여야 한다. 해당 타이어가 벤틀리 등 억 단위를 호가하는 프리미엄 브랜드에 장착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고성능 타이어를 기본 제공하는 것도 볼보의 매력으로 볼 수 있다.
공기압이 약간 낮다고 생각했지만, 도착하고 보니 바람이 아예 빠진 상태였다.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볼보 S90 B5 가격은 모멘텀 6030만원, 인스크립션 6690만원으로 책정됐다. 전장이 늘어나고 여러 옵션이 더해졌지만 이전 모델과 가격 차이는 100만원에 불과하다. 5년 또는 10만km 무상보증이 지원되며, 한 번 교체한 부품은 평생보증이 제공된다. 볼보코리아는 "이전 모델보다 수익성이 악화됐다"면서도 "많은 차량을 팔면 수익이 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박리다매 전략을 세웠음을 밝혔다.

이러한 장점 때문에 이미 많은 주문이 몰렸다는 점은 S90의 단점이 된다. 3500대 넘는 주문이 밀린 탓에 이제 주문하더라도 내년 중순에나 차를 받아볼 수 있다. 볼보코리아는 올해 1000대를 공급하고 내년 3000대를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내년 도입 물량도 이미 바닥을 보이는 셈이다.이에 대해 볼보코리아는 "본사와 국내 도입 물량을 다시 논의하고 있다"며 불편을 끼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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