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 "트럼프, 중국에 졌다" vs 펜스 "바이든은 中 치어리더"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의 부통령 후보가 7일(현지시간) TV토론에서 격돌했다. 민주당의 카멀라 해리스가 "트럼프는 중국과의 무역전쟁에서 졌다"고 공격하자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바이든은 중국의 치어리더"라고 받아쳤다. 펜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재선을 노린다. 해리스는 조 바이든 후보의 러닝메이트로 현재 캘리포니아주 상원의원이다.

펜스와 해리스는 미 동부시간 밤 9시부터 90분간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린 처음이자 마지막 부통령 TV토론회에 마주 앉았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악수나 팔꿈치 인사도 없었고 두 후보자 앞엔 투명 차단막이 설치됐다. 해리스는 트럼프 행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을 "역대 행정부 중 가장 큰 실패"라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백신 개발을 서두르는걸 지적하며 "전문가들이 백신을 맞으라고 하면 맞겠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맞으라고 하면 맞지 않겠다"고 불신을 드러냈다.

펜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발병 초기 중국발 입국제한을 한 덕분에 미국이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며 "그 때 바이든은 중국발 입국제한을 반대했다"고 맞섰다.

이날 최대 관심사는 '대통령 유고시 승계 능력'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에 걸렸고 바이든은 77세의 고령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펜스는 해리스의 백신 관련 발언을 "정치적 발언"이라고 공격했고 해리스는 자신이 주요 정당의 첫 흑인·아시아계 여성이란 점을 부각시켰다. 두 후보 모두 '동문서답'을 한 것이다. '증세냐, 감세냐'도 논란였다. 해리스는 트럼프의 감세를 상위 1%를 위한 감세라고 비난하며 "바이든은 대통령 임기 첫날 그 법(트럼프 감세)를 철폐하겠다"고 공언했다. 펜스는 바이든이 집권하면 증세를 할 것이라고 공격했다.

중국 문제에선 긴장감이 고조됐다. 해리스가 "트럼프가 중국과의 무역전쟁에서 졌기 때문에 미국은 제조업 일자리30만개를 잃었다"고 말문을 열자 펜스는 "무역전쟁에서 졌다고?"라며 발끈했다. 이어 "바이든은 중국 공산당과 전혀 싸우지 않았다"며 바이든을 중국의 치어리더라고 비유했다.

펜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한 에이미 코니 배럿 후보 인준과 관련해 '민주당이 집권하면 연방 대법원을 재편할 것이냐'고 수차례 물었지만 해리스는 즉답을 피했다. 미국 대법원은 9명의 종신직 대법관으로 구성되는데 현재 '보수 5 대 진보 3' 구도다. 배럿 지명자가 인준을 받으면 '보수 6 대 진보 3'으로 바뀐다. 이날 토론은 잦은 '말 끼어들기'와 험한 말로 "사상 최악의 대선토론"이란 혹평을 받은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의 9월29일 1차 TV토론보다는 나았다는게 미 언론들의 평가다. 펜스와 해리스도 끼어들기를 하고 주어진 발언시간 초과로 사회자의 제재를 받긴 했지만 대선 후보들보다 상대를 배려하는 분위기였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토론회 직후 트윗을 통해 "마이크 펜스가 대승을 거뒀다'고 밝혔다. 바이든은 트윗에서 "해리스, 당신은 오늘밤 우리를 자랑스럽게 만들었다"고 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