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 달 새 1.7조원 빠진 배당주펀드…배당 시즌 특수 없다

배당 시즌이 가까워지는 9~10월이면 배당주 펀드에도 자금이 유입되곤 하지만 올해는 큰 폭으로 돈이 빠져나가고 있다. 코로나19로 상장사들의 실적 악화가 지속되면서 배당에 대한 기대가 줄었기 때문이다. 성장주가 주도하는 장세가 펼쳐지면서 배당주의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저조했던 것도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는 이유로 꼽힌다.

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배당주 펀드 267개의 총 설정액은 10조2226억원으로 집계됐다. 최근 한 달간 3792억원이 빠져나갔고, 3개월 동안엔 1조6637억원이 순유출됐다. 연초와 비교하면 배당주 펀드의 규모는 2조7775억원 감소했다. 배당주 펀드는 보통 4분기가 되면 연말 배당을 노리는 투자자들이 유입되면서 자금도 늘어나곤 했지만 올해는 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국내 주식형 공모펀드 자체에 대한 관심이 크게 줄어든 데다, 금융·산업재·소재·에너지 등 배당주에 속하는 경기민감 업종의 실적이 악화되면서 배당 기대도 높지 않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 중간배당을 한 상장사는 46곳으로 지난해(49곳)보다 줄었다.

대표적인 배당주로 꼽히는 S오일, 현대차, 현대모비스, SK이노베이션, 코웨이, 두산 등이 경영악화와 불확실성 확대 등을 이유로 중간배당을 하지 않았다. 하나투어도 코로나19로 여행 수요가 급감하면서 15년 만에 배당을 중단했다. 이 때문에 상반기 배당액은 2조920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3% 줄었다.

올해 현금 배당액 시장 전망치도 연초 31조5800억원 수준에서 28조2400억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기업 이익 감소로 2018년보다 배당액이 2.9% 줄었던 지난해(29조5000억원)보다도 올해는 4% 이상 더 감소할 것이란 예상이다. 고배당주로 꼽히는 은행, 증권, 정유, 화학 종목 등이 'BBIG'(바이오, 배터리, 인터넷, 게임) 성장주에 가려 주가가 오르지 못한 것도 배당주 펀드에 악영향을 줬다. 배당주 펀드의 최근 한 달 수익률은 0.9%, 3개월은 7.25% 수준이다. 9월 중순부터 경기민감주 매수세가 늘면서 마이너스였던 수익률이 그나마 소폭 회복됐다. 그러나 국내 주식형 펀드(액티브·인덱스 포함)의 3개월 수익률이 12%를 웃도는 것에 비하면 아직 저조하다.

다만 다음달 미국 대선 등으로 시장 변동성이 커진 만큼 경기민감주나 배당주로 연말 수익률 관리에 나서는 것은 여전히 유효한 투자전략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김재은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를 봐도 지수 조정 시기나 시장 변동성이 커지는 때에 배당의 하락 방어 효과가 나타났다"며 "대내외 시장 불확실성이 커진다면 연말 배당 수익을 겨냥한 고배당주가 양호한 주가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