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업들 해외서 사력 다하는데 국내선 족쇄 채울 궁리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선전하는 한국 기업의 낭보가 잇따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3분기(7~9월) 영업이익이 12조3000억원으로 2년 만에 최대 성과를 낸 것으로 어제 잠정 집계했다. 10조원 초반대로 예상됐던 시장 전망치를 2조원가량 웃돈 것이다.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반도체와 스마트폰, 가전 등 주력 제품 판매가 호조를 보인 결과다. 국내 유전자 치료제 개발기업인 올릭스도 유럽 제약회사에 4564억원어치의 신약 후보물질 기술을 수출했다고 어제 발표했다. 올 들어 알테오젠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 등에 이어 올릭스까지 기술 수출에 성공해 K바이오 위상은 한층 높아졌다.

기업들이 악조건 속에서도 분투하고 있지만 정부·여당은 그런 기업을 돕지는 못할망정 더욱 옥죄는 ‘규제 3법’(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을 강행할 태세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그동안 논의를 할 만큼 했다”며 규제 3법에 반대하는 경제계의 호소에 귀를 닫았다. 여론을 수렴한다고 한국경영자총협회를 방문했던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규제 3법을 재고해달라는 요청에도 “법 개정을 미룰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반면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절실한 노동법 개정에 대해선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기업 얘기는 듣겠지만 우리 맘대로 하겠다’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세계 어떤 나라도 기업이 활기차게 뛰지 못하면 경제를 살릴 수 없다. 한국처럼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라면 더욱 그렇다. 재정 퍼붓기를 통한 경기부양이 일시 소비진작 효과를 낼지 몰라도 경제 회생에는 어림없다. 그런 점에서 정부·여당이 기업을 위기 극복의 파트너로 여기지 않고, 규제와 징벌 대상으로 삼는 모습은 안타깝다. 작년에 매출 상위 1%인 7874개 기업이 낸 법인세는 54조1542억원으로 전체 법인세수의 81%에 달했다. 역대 최고 비중이다. 큰 기업일수록 재정기여도가 막대하다는 걸 보여준다. 정부가 이런 기업을 업어줘도 모자랄 판에 옥죌 궁리만 하고 있으니 기업인의 사기는 땅에 떨어질 수밖에 없다.

코로나 경제위기를 극복할 최선의 방법은 기업 발목을 잡는 규제를 풀어 투자와 고용을 늘리도록 하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돈 안 드는 경기부양책이다. 정부·여당은 기업에 대한 편향된 시각부터 바꿔야 한다. 기업은 노동자를 착취하고 자기 배만 불린다는 구시대적 ‘자본가 프레임’에서 벗어나 고용을 창출하고 국부(國富)를 늘리는 국민경제의 주역으로 봐야 할 것이다. 기업을 적폐로 규정해선 위기 극복은 불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