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규제의 역설…더 불안해진 '청년 주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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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56주년 - 2030세대 희망 모빌리티중견기업 2년차 직장인 조모씨(30)는 서울 명륜동 원룸에 살고 있다. 그는 월급 230만원 중 60만원을 월세로 낸다. 조씨는 “월세 부담이 커 전세를 알아봤더니 전용면적 33㎡ 반지하 빌라 보증금이 1억8000만원인 걸 알고 깜짝 놀랐다”며 “지난 7월 말 임대차보호법 시행 후 괜찮은 전세 매물은 아예 자취를 감췄다는 중개업소 말을 듣고 그만 알아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사다리를 다시 세우자
10년 前엔 월급 5년치 모아서
전셋집 마련…지금은 8년 걸려
청년들의 주거 사다리가 흔들리고 있다. 집값에 이어 전·월세 가격마저 뛰자 월세→전세→내 집 마련으로 이어지는 사다리의 간격이 벌어지고 있다.부동산값이 뛰는 것은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위해 돈을 대거 푼 영향이 크다. 하지만 정부의 잘못된 정책 탓이라고 분석하는 전문가도 많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 등 정부가 주거 안정을 명분으로 내놓은 대책들이 오히려 전세 공급을 줄이면서 청년들의 주거 안정이 위협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청년들의 내 집 마련 꿈은 시간이 흐를수록 이루기 힘들어지고 있다. 국민은행의 주택가격동향 통계에 따르면 서울 주택전세가격을 가구소득으로 나눈 소득분위별 J-PIR(3분위 기준)은 2010년 4.8배에서 지난해 7.9배로 상승했다. 10년 전에는 5년 치 소득을 모으면 서울에서 전세를 얻을 수 있었지만 이젠 8년 가까이 걸린다는 얘기다.
게다가 최근 전셋값 상승세는 더 가팔라졌다. 서울의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8월 5억원을 넘어선 뒤 지난달엔 5억1707만원까지 올랐다. 국민은행의 서울 아파트 월세지수도 계속 치솟고 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이젠 전셋집 구하기가 과거 내 집 마련만큼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