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증시 급락에 놀라…부양책 협상 복귀" [주용석의 워싱턴인사이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일(현지시간) 추가 부양책 협상 중단을 선언한뒤 증시가 급락하자 깜짝 놀라 다시 협상을 재개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 중단' 트윗을 올린지 하루만인 7일 케빈 메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주식시장 반응을 우려하며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빅딜"을 원한다고 말했다고 두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8일 보도했다. 이후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7일 저녁 펠로시 의장에게 전화를 걸어 협상 재개 의사를 알렸다고 악시오스는 전했다.

6일 다우지수는 장중 200포인트 가량 오르다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중단' 방침이 알려지면서 급전직하해 375포인트(-1.3%) 하락마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예상밖 협상 중단에 공화당 의원들도 당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중단' 트윗을 올린지 7시간쯤 지난 한 밤 중 또 다른 트윗을 올려 항공업계 지원과 중소기업 급여보호 프로그램(PPP)을 의회가 승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미국인 1인당 최대 1200달러를 지원하는 단독 법안을 통과시키면 어떻겠느냐고 펠로시 의장에게 제안하기도 했다.

민주당이 요구하는 주·지방정부 지원 등을 모두 포함하는 '포괄적 부양책' 대신 항공업계 지원, PPP, 재난지원금을 중심으로 한 '제한적 부양책'을 제안한 것이다.

하지만 악시오스 보도대로라면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날 입장을 바꿔 '포괄적 부양책'을 추진하는걸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8일 '폭스 비즈니스 네트워크'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협상이 재개됐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틀 전에는 대화가 잘 풀리지 않아 중단했지만 "(이제)우리는 매우 생산적인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며 "우리에게 뭔가를 할 수 있는 정말 좋은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부양책의 범위와 관련해서도 항공사 지원을 포함해 미국인 1인당 최대 1200달러 지급과 다른 것들에 관해서도 얘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펠로시와 므누신은 8일 40분간 전화통화로 포괄적 부양책을 논의했다고 펠로시 의장의 대변인이 8일 트윗을 통해 밝혔다. 므누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포괄적 부양책 타결 방안을 찾는데 관심이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대변인은 설명했다.

앞서 알리사 파라 백악관 홍보국장은 기자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소상공인 지원, 항공사 지원을 원하며 대규모 부양책은 원하지 않는다고 말해 혼선을 빚었다. 하지만 펠로시는 므누신 장관의 말이 트럼프 대통령의 뜻이라고 받아들이고 협상을 재개한다고 펠로시측 대변인은 전했다.

펠로시 의장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항공업계만을 위한 부양책에는 반대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8일 증시도 부양책 소식에 하루 종일 출렁거렸다. 다우지수는 장초반 협상 재개 기대로 150포인트 가량 오르다 펠로시의 기자회견 때 하락세로 전환했다. 이후 다시 협상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122포인트 상승마감했다.

부양책 협상이 재개된건 미국 경제 상황이 그만큼 불안하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는 코로나 충격으로 2분기에 급락했다가 3분기에 가파르게 회복하는듯했지만 이후 주춤한 모습이다. 코로나 여파가 계속되면서 일자리 증가도 부진하다.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은 지난 6일 한 강연에서 추가 부양책이 없으면 경기가 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오락가락 끝에 협상에 복귀했지만, 대선(11월3일) 전 부양책 타결 가능성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공화당이 장악한 상원이 대규모 부양책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추가 부양책이 필요하다는데 초당적 공감대 있다"면서도 "(민주당이 요구하는)부양책 규모는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공화당 상원의원들 상당수는 최근까지 3000억~5000억달러 가량의 미니 부양책을 지지했다. 반면 민주당은 2조2000억달러, 트럼프 행정부는 1조6000억달러를 제안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