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보검도 맞았다…자궁경부암 예방주사, 호주·캐나다 등 11개국선 남자아이도 접종 [박상익의 건강노트]

HPV백신 남자도 맞는 시대

여성암 사망률 2위…5년새 15%↑
성생활하는 남녀, HPV에 노출
제약사들도 남자 모델 기용

韓, 만 12세 女청소년 접종 지원
1차 접종 후 1년내 2차 접종 필요
tvN 드라마 ‘청춘기록’의 한 장면.
최근 배우 박보검 씨와 자궁경부암이 인터넷에서 화제의 단어로 떠올랐습니다. 한 케이블TV 드라마에서 그가 자궁경부암 예방주사를 맞는 장면이 방영됐기 때문입니다.

자궁경부암은 자궁 입구인 자궁경부에 발생하는 악성 종양을 뜻합니다. 인유두종바이러스(HPV) 감염이 주된 원인입니다. 자궁경부암은 세계 여성암 사망률 2위를 차지할 정도로 악명이 높습니다.국내 환자도 2015년 5만4603명에서 지난해 5만3051명으로 5년 사이 15% 늘었습니다. 연령별로 따져보면 40대 환자가 전체의 25%로 가장 많습니다. 20~30대 환자도 5년 새 32% 증가해 여성 건강 관리의 주요 사안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HPV에 감염돼도 대부분 바이러스가 자연적으로 사라집니다. 하지만 일부는 자궁경부암, 항문암, 생식기 사마귀 등 질환이 생깁니다. 남성도 마찬가지입니다. 자궁경부암을 제외한 다른 질병이 생길 위험이 커집니다. HPV 감염은 성생활을 하는 성인 10명 중 7명에게 생길 정도로 흔한 데다 치료법이 없어 예방이 가장 중요합니다.

정부에서는 국가예방접종사업 중 하나로 HPV 예방백신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만 12세 여성 청소년을 대상으로 두 가지 유형의 HPV 바이러스를 막는 2가(서바릭스) 백신이나 네 가지 바이러스를 막는 4가(가다실 4가) 백신 접종 비용을 지원합니다. 2007년생 여성 청소년은 올해가 지나기 전에 1차 접종을 받아야 합니다. 1차 접종을 하고 나선 늦어도 24개월 안에 2차 접종을 해야 접종비를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의료계에서는 1차 접종 후 6~12개월 뒤에 2차 접종을 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설명합니다. 2차 접종을 하지 않으면 항체가 생기지 않기 때문에 접종 일정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국가예방접종사업 대상이 아니어도 유료로 백신을 접종할 수 있습니다. MSD의 HPV 백신 가다실은 만 9~14세 남녀가 2회 접종해야 합니다. 만 15~26세 남성과 만 15~45세 여성은 3회 접종하게 됩니다. 가격은 4가인지 9가인지에 따라 다르지만 회당 10만원 초반에서 후반 사이입니다.

호주 캐나다는 20년 안에 세계 처음으로 자궁경부암 퇴치국가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남자 어린이까지 백신 접종 지원 대상에 포함한 것이 주요한 이유로 꼽힙니다. 호주는 2007년 세계 처음 HPV 4가 백신을 국가예방접종사업에 포함했습니다. 2013년부터 남자 어린이로 접종 대상을 확대했습니다. 이런 사업의 영향으로 호주에서는 2034년께 자궁경부암으로 인한 사망자가 10만 명당 1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질병관리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호주를 비롯해 미국 영국 덴마크 등 11개 나라가 남자 어린이의 HPV 백신 접종을 지원하고 있습니다.이런 변화에 제약사들도 반응하고 있습니다. MSD는 최근 연예인 유병재 조세호 씨를 모델로 한 가다실 광고를 방영했습니다. 남성이 먼저 HPV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면 자연스럽게 여성도 보호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최 의원은 “백신 접종 대상 여자아이 3명 중 1명이 접종 일정을 놓치거나 근육통 등의 이유로 HPV 백신 접종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다”며 “남성도 국가예방접종사업 대상에 포함해 국가가 HPV로부터 국민을 폭넓게 보호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