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우승팀 맞히면 이자 더 준대서 두산·SK 찍었는데… [정소람의 뱅크앤뱅커]
입력
수정

예금의 경우 기본 이자율 연 1.3%에 구단이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면 1% 포인트의 이자를 얹어줍니다. 적금은 연 1.4%가 기본입니다. 선택 구단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하면 0.5%포인트,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면 0.8%포인트의 이자를 더 줍니다.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면 1%포인트의 보너스 이자까지 얹어줍니다. 조기 가입 우대 보너스 등을 감안하면 최대 연 2.8% 이자를 챙길 수 있습니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상당히 쏠쏠한 이자를 주는 상품인 셈이지요.

지난해 까지만 해도 수년간 두산·SK 양강 체제가 굳어지면서 가입자의 대부분이 두 팀을 찍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 때문에 이 상품의 적중률은 상당했다는 게 업계 이야기입니다. 2018년에도 정기예금은 SK 가입자가 연 2.3%로 가장 높은 금리를 챙겼습니다. 정기적금은 두산 가입자가 연 2.95%의 금리를 받아갔습니다.
올해도 시즌 초만 해도 비슷한 그림을 예상하는 금융 소비자들이 많았습니다. 한국경제신문이 지난 5월 분석한 신한은행 프로야구 예적금 판매 자료에 따르면 예금 상품에 가입한 사람 중 두산베어스를 선택한 예금 가입자가 72.4%로 가장 많았습니다. 10명 중 7명이 두산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베팅한 셈이지요. 이어 SK와이번스(9.9%), KIA타이거즈(4.9%), LG트윈스(3.6%)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적금도 순위 예측은 비슷했습니다. 응원 팀으로 두산베어스(55.4%)를 가장 많이 선택했고, 이어 SK와이번스(9.6%)와 LG트윈스(8.2%)를 꼽았습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올해는 그림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최근 수년간 상위권을 벗어나지 않았던 SK와이번스는 한화이글스와 '최하위 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두산도 현재 5위에 머무르는 등 늘 당연시되던 가을 야구 진출이 불안정한 상황입니다. 오히려 야구 예적금 기준으로는 가입자가 최하위권인 NC·KT·키움이 최상위권에서 경쟁을 펼치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 정규 시즌 마무리까지는 시간이 조금 남아 있습니다만, 야구 시즌 초기 야구예금 가입자들의 예측 결과와는 상당히 거리가 있습니다. 늘 그렇듯 '어우두'(어차피 우승은 두산) '어우슼'(어차피 우승은 에스케이)를 외치던 팬들은 우대금리를 받기 어려울 가능성도 커졌습니다.
만약에 이대로 가을 야구 진출이 정해진다면 승자는 누가 될까요? 어쩌면 평년 보다 보너스 이자 지급을 가장 아낄 수 있게 된 은행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