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지에 대출로 마련한 집 잃어"…울산 화재 보상길 '막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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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아파트 매매가 최대 5억원지난 8일 울산에서 33층짜리 주상복합 아파트 전체가 불길에 휩싸이는 큰 화재가 발생했다. 다행히 사망자나 중상자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주민들은 졸지에 집을 잃게 됐다.
주민들 피해 보상 대책 마련 호소
10일 울산시에 따르면 화재가 발생한 남구 달동 삼환아르누보 아파트 이재민 200여 명은 울산시가 제공한 임시숙소에 머물고 있다. 이들은 스타즈호텔, 롯데호텔, 신라스테이 등 호텔시설과 기타 숙박시설을 제공받았다.또 울산시는 재난지원물품을 확보해 주민들에게 전달하는 한편 식사비 등도 지원하기로 했다. 지원금액은 숙박비 2인 1실 기준 6만원, 식비 1인당 1식 기준 8000원이다.
이밖에 울산시는 철거비, 폐기물처리비 등 응급복구비 지원을 위해 재난안전특별교부세를 정부에 신청할 방침이다. 또한 피해자의료지원 등을 위해 '주민 지원 상황실'을 운영하기로 했다.
그러나 졸지에 대출을 받아 마련한 집을 잃게 된 일부 주민들에게는 턱없이 부족한 지원이다. 네이버 부동산 자료에 따르면 해당 아파트 매매가는 3억 7500만원에서 5억원 사이다. 보험사에 따르면 아파트 단체 화재보험은 피해액 중 일부만 손해배상이 된다. 개인화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세대는 제대로 된 손해배상을 받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최초 화재가 발생했던 세대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방법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지급능력이 있을지 의문이다. 또 최초 화재가 에어컨 실외기에서 발생했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사실이라면 화재 고의성이 없어 제대로 된 손해배상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아파트 주민들은 최근 송철호 울산시장을 만나 피해 보상 대책 마련을 호소했다. 송철호 시장은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답변했지만 시가 직접적으로 주민에게 보상을 할 방법은 없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주민들에게 세금으로 숙식제공을 한 것도 "과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이번에 불이 난 아파트는 지하 2층, 지상 33층 규모로 높이 113m인 주상복합아파트다. 해당 아파트에는 127가구가 입주해 있었다.
화재 신고는 12층에서 처음 접수됐다. 이 아파트 12층 입주민은 119에 "아파트 밖 에어컨 실외기 쪽에서 불길이 보인다"고 신고했다.이번 화재로 93명이 연기 흡입과 찰과상 등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울산경찰청은 9일 오후 경찰 과학수사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과 함께 현장 합동 감식을 진행했다. 경찰은 "화재 원인과 불길이 쉽게 잡히지 않았던 이유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