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유례없는 '심야 열병식'…새 ICBM 공개하며 억제력 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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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억제력 강화"라면서도 미 언급 안 하며 수위조절…남측엔 "손 맞잡길 기원"
연설 중 울먹이며 "미안하고 감사"…'삼중고'로 흔들리는 민심 다독여
북한이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을 맞아 전례 없는 심야 열병식을 열었다. 열병식을 통해 북한은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공개하면서도 미국은 일절 언급하지 않았고, 동시에 남측에는 유화적인 손짓을 하며 대외 메시지를 던졌다.
또 김정은 위원장이 울먹이며 연설하고 주민들에게 "미안하다", "고맙다"는 표현을 거듭 사용하면서 '삼중고' 속에서 민심이 동요하지 않도록 다잡는 모습도 보였다. 조선중앙TV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자정에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당창건 75주년 열병식을 열고 신형 ICBM과 '북극성-4호' SLBM을 비롯한 최첨단 전략무기를 공개했다. 600㎜ 초대형 방사포와 대구경 조종 방사포, '북한판 이스칸데르'인 KN-23 등도 실물을 공개했다.
이들 전술 무기는 종전에는 발사 사실이나 사진으로만 공개된 것으로, 영상으로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열병식 맨 마지막에 등장한 신형 ICBM은 11축 22륜 이동식미사일발사대(TEL)에 실려 눈길을 끌었다. 종전 '화성-15형'이 9축 18륜 TEL에 실리는 21m 길이였던 것을 고려하면 총 길이가 23∼24m로 추정된다.
직경도 확대돼 사거리가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의 ICBM은 미국이 가장 큰 위협으로 느끼는 전략 무기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을 밤늦게 발행하며 신형 ICBM 사진만 10장 발행하고, 8∼9면에도 열병식에 등장한 전략·전술 무기 사진을 빼곡히 채웠다.
이처럼 신형 ICBM을 비롯한 무기를 공개한 북한은 전쟁 억제력을 계속 강화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연설을 통해 "자위적 정당 방위수단으로서의 전쟁억제력을 계속 강화해 나갈 것"이라며 "만약 그 어떤 세력이든 우리 국가의 안전을 다쳐놓는다면 우리를 겨냥해 군사력을 사용하려 든다면 나는 우리의 가장 강력한 공격적인 힘을 선제적으로 총동원하여 응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그 누구를 겨냥해서 우리 전쟁억제력 키우는 게 아니다"라며 "우리의 전쟁억제력이 결코 남용되거나 절대로 선제적으로 쓰이지는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또 미국을 직접 언급하지 않으면서 이번 열병식이 대미 무력시위로 비칠 가능성을 희석했다.
남한을 향해서는 "사랑하는 남녘의 동포"라고 지칭하며 "하루빨리 (코로나19) 보건 위기가 극복되고 북과 남이 다시 두손을 마주 잡는 날이 찾아오기를 기원한다"고 유화 메시지를 발신했다. 이날 열병식 연설에서는 북한 내부 민심을 다독이고자 하는 모습도 두드러졌다.
김 위원장은 올해 북한이 겪은 어려움을 인정하고 "가혹하고 장기적인 제재 때문에 모든 것이 부족한 속에서도 비상 방역도 해야 하고 자연재해도 복구해야 하는 난관"이 있었다며 "연초부터 하루하루 한 걸음 한 걸음이 예상치 않았던 엄청난 도전과 장애로 참으로 힘겨웠다"고 회고했다.
수해 복구 등에 동원된 인민군 장병과 수도당원사병, 전체 인민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도 드러냈다.
그는 "올해 들어와 얼마나 많은 분이 혹독한 환경을 인내하며 분투해왔느냐"며 "예상치 않게 맞닥뜨린 방역 전선과 자연재해 복구 전선에서 우리 인민군 장병이 발휘한 애국적 헌신은 감사의 눈물 없이 대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연설 중간에 울먹이며 "너무도 미안하고 영광의 밤에 그들(장병)과 함께 있지 못한 것이 마음 아프다"고 덧붙였다.
이날 김 위원장은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을 연상케 하는 회색 정장 차림에 회색 넥타이를 맨 모습으로 등장했으며, 연설 도중 울먹이거나 눈물을 훔치는 모습도 보였다.
또 극존칭으로 연설하고 "미안하다"거나 "고맙다", "감사"와 같은 단어를 연거푸 사용하면서 애민 지도자로서의 면모를 강조했다.
북한이 올해 대북제재 장기화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수해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민심이 이반할 가능성을 고려해 민심을 다독일 수 있는 연설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열병식에는 최룡해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 군 원수들인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과 박정천 군 총참모장, 김덕훈 내각총리,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김재룡·리일환·최희·박태덕·김영철 등 당 간부들도 주석단에 자리했다.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당 제1부부장과 현송월 선전선동부 부부장의 모습도 눈에 띄었지만, 부인인 리설주 여사는 영상에 포착되지 않았다.
특히 흰 군복을 입은 리병철 부위원장과 국방색 군복의 박정천 총참모장은 이날 열병식에서 무개차를 탄 채로 군 부대를 점검했다.
통상 오전 10시를 전후해 열렸던 열병식이 이번에는 자정에 개최된 배경은 여전히 불분명하다
다만 김 위원장이 지난 8월 주재한 정치국 회의에서 "특색있게 준비"할 것을 주문한 바 있으며, 심야에 환한 조명을 활용해 김일성광장을 밝히고 군부대가 도열하는 모습이 이색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북한 관영매체는 열병식 후 19시간이 지난 늦은 저녁에야 열병식 소식을 전했다.
조선중앙TV가 이날 오후 7시에 가장 먼저 열병식 녹화영상 중계를 시작했고, 조선중앙통신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도 오후 9시께 열병식을 보도했다. 노동신문은 이날 아예 발행되지 않았다가 열병식 중계가 끝난 뒤에 배포됐다.
/연합뉴스
연설 중 울먹이며 "미안하고 감사"…'삼중고'로 흔들리는 민심 다독여
북한이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을 맞아 전례 없는 심야 열병식을 열었다. 열병식을 통해 북한은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공개하면서도 미국은 일절 언급하지 않았고, 동시에 남측에는 유화적인 손짓을 하며 대외 메시지를 던졌다.
또 김정은 위원장이 울먹이며 연설하고 주민들에게 "미안하다", "고맙다"는 표현을 거듭 사용하면서 '삼중고' 속에서 민심이 동요하지 않도록 다잡는 모습도 보였다. 조선중앙TV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자정에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당창건 75주년 열병식을 열고 신형 ICBM과 '북극성-4호' SLBM을 비롯한 최첨단 전략무기를 공개했다. 600㎜ 초대형 방사포와 대구경 조종 방사포, '북한판 이스칸데르'인 KN-23 등도 실물을 공개했다.
이들 전술 무기는 종전에는 발사 사실이나 사진으로만 공개된 것으로, 영상으로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열병식 맨 마지막에 등장한 신형 ICBM은 11축 22륜 이동식미사일발사대(TEL)에 실려 눈길을 끌었다. 종전 '화성-15형'이 9축 18륜 TEL에 실리는 21m 길이였던 것을 고려하면 총 길이가 23∼24m로 추정된다.
직경도 확대돼 사거리가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의 ICBM은 미국이 가장 큰 위협으로 느끼는 전략 무기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을 밤늦게 발행하며 신형 ICBM 사진만 10장 발행하고, 8∼9면에도 열병식에 등장한 전략·전술 무기 사진을 빼곡히 채웠다.
이처럼 신형 ICBM을 비롯한 무기를 공개한 북한은 전쟁 억제력을 계속 강화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연설을 통해 "자위적 정당 방위수단으로서의 전쟁억제력을 계속 강화해 나갈 것"이라며 "만약 그 어떤 세력이든 우리 국가의 안전을 다쳐놓는다면 우리를 겨냥해 군사력을 사용하려 든다면 나는 우리의 가장 강력한 공격적인 힘을 선제적으로 총동원하여 응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그 누구를 겨냥해서 우리 전쟁억제력 키우는 게 아니다"라며 "우리의 전쟁억제력이 결코 남용되거나 절대로 선제적으로 쓰이지는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또 미국을 직접 언급하지 않으면서 이번 열병식이 대미 무력시위로 비칠 가능성을 희석했다.
남한을 향해서는 "사랑하는 남녘의 동포"라고 지칭하며 "하루빨리 (코로나19) 보건 위기가 극복되고 북과 남이 다시 두손을 마주 잡는 날이 찾아오기를 기원한다"고 유화 메시지를 발신했다. 이날 열병식 연설에서는 북한 내부 민심을 다독이고자 하는 모습도 두드러졌다.
김 위원장은 올해 북한이 겪은 어려움을 인정하고 "가혹하고 장기적인 제재 때문에 모든 것이 부족한 속에서도 비상 방역도 해야 하고 자연재해도 복구해야 하는 난관"이 있었다며 "연초부터 하루하루 한 걸음 한 걸음이 예상치 않았던 엄청난 도전과 장애로 참으로 힘겨웠다"고 회고했다.
수해 복구 등에 동원된 인민군 장병과 수도당원사병, 전체 인민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도 드러냈다.
그는 "올해 들어와 얼마나 많은 분이 혹독한 환경을 인내하며 분투해왔느냐"며 "예상치 않게 맞닥뜨린 방역 전선과 자연재해 복구 전선에서 우리 인민군 장병이 발휘한 애국적 헌신은 감사의 눈물 없이 대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연설 중간에 울먹이며 "너무도 미안하고 영광의 밤에 그들(장병)과 함께 있지 못한 것이 마음 아프다"고 덧붙였다.
이날 김 위원장은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을 연상케 하는 회색 정장 차림에 회색 넥타이를 맨 모습으로 등장했으며, 연설 도중 울먹이거나 눈물을 훔치는 모습도 보였다.
또 극존칭으로 연설하고 "미안하다"거나 "고맙다", "감사"와 같은 단어를 연거푸 사용하면서 애민 지도자로서의 면모를 강조했다.
북한이 올해 대북제재 장기화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수해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민심이 이반할 가능성을 고려해 민심을 다독일 수 있는 연설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열병식에는 최룡해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 군 원수들인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과 박정천 군 총참모장, 김덕훈 내각총리,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김재룡·리일환·최희·박태덕·김영철 등 당 간부들도 주석단에 자리했다.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당 제1부부장과 현송월 선전선동부 부부장의 모습도 눈에 띄었지만, 부인인 리설주 여사는 영상에 포착되지 않았다.
특히 흰 군복을 입은 리병철 부위원장과 국방색 군복의 박정천 총참모장은 이날 열병식에서 무개차를 탄 채로 군 부대를 점검했다.
통상 오전 10시를 전후해 열렸던 열병식이 이번에는 자정에 개최된 배경은 여전히 불분명하다
다만 김 위원장이 지난 8월 주재한 정치국 회의에서 "특색있게 준비"할 것을 주문한 바 있으며, 심야에 환한 조명을 활용해 김일성광장을 밝히고 군부대가 도열하는 모습이 이색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북한 관영매체는 열병식 후 19시간이 지난 늦은 저녁에야 열병식 소식을 전했다.
조선중앙TV가 이날 오후 7시에 가장 먼저 열병식 녹화영상 중계를 시작했고, 조선중앙통신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도 오후 9시께 열병식을 보도했다. 노동신문은 이날 아예 발행되지 않았다가 열병식 중계가 끝난 뒤에 배포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