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석유화학그룹, 전기차 타이어·의료용 소재…신시장 공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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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56주년] 다시 뛰는 국가대표 기업들금호석유화학그룹은 합성고무·합성수지 등 안정적인 사업 기반을 토대로 2000년 4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79분기 연속 흑자를 달성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꾸준한 연구개발(R&D)로 고기능성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해 경쟁우위를 이어가겠다는 전략이다.
금호석유화학은 지난 2분기 1201억원(연결 기준)의 흑자를 내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거뒀다. 개인 위생용품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금호석유화학이 생산하는 라텍스 소재 수요가 급증한 영향이다. 이 회사는 의료용 라텍스 장갑 소재로 사용되는 ‘NB라텍스’ 부문에서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다. 라텍스 장갑은 착용했을 때 가벼운 느낌이 들면서도 세밀한 작업이 가능해야 한다. 이를 위해 금호석유화학은 라텍스 장갑의 경량화 및 화학적 안정성을 높여주는 소재를 개발했다. 오래 작업하더라도 찢어지거나 흐물거리지 않는 장갑을 만들기 위해 내구성도 향상시켰다.
금호석유화학의 주력 제품인 자동차 타이어용 합성고무는 자동차·타이어 산업의 침체로 수요가 줄었지만,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이 크다. 특히 금호석유화학은 전기자동차 시대를 맞아 전기차 전용 타이어 개발에 나서며 새로운 시장 공략을 준비하고 있다. 배터리가 포함돼 기존보다 더 무거워진 차체 하중을 견디는 동시에 마모는 덜한 고기능성 합성고무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합성수지 부문에서는 고효율 단열 제품을 내세울 계획이다. 금호석유화학은 최근 단열 성능을 기존보다 강화한 ‘블랙 EPS(에너포르)’ 제품 연구를 마치고 올해부터 상용화에 나설 예정이다. 또 자동차 내장재와 가전제품 등에 들어가는 소재를 더 가볍고, 더 안전하게 만들기 위한 연구도 지속하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는 산업용 플라스틱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금호석유화학은 주력 사업과 연계해 새로운 먹거리도 발굴하고 있다. 탄소나노튜브(CNT) 연구가 대표적이다. CNT는 무게가 가벼우면서도 강도가 높아 금속 등을 대체할 수 있는 차세대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이 같은 특성이 타이어용 고무 복합소재·방열 및 전자파 차단 수지 복합소재 등 금호석유화학의 기존 주력 제품과 결합하면 소재 활용 범위를 크게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계열사들도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금호피앤비화학은 올해부터 김포학운단지에서 진행되는 고부가 에폭시 제품 연구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페놀·아세톤 등 기초원재료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사용 범위를 넓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금호미쓰이화학은 폴리우레탄의 소재가 되는 ‘MDI(우레탄폼)’의 친환경 특성을 강화했다. 금호폴리켐은 자동차 웨더스트립(차체와 문 사이에 있는 고무 실링)과 케이블 피복의 소재로 사용되는 합성고무에 중합 기술을 적용해 품질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