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실 맺는 이마트의 상생실험…전통시장 "노브랜드 주말도 열게 해달라"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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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과 공존나선 이마트인천 남동공단 인근 만수동에 있는 장승백이 시장은 한때 ‘잘나가던’ 장터였다. 1990년 초 문을 열 당시만 해도 2~4층짜리 건물 7개에 공용 주차장까지 갖춘 현대식 ‘골목 시장’으로 주목받았다. 시장 내 180여 개 상점은 주변에 들어선 수만 가구 아파트 단지의 단골 상점이었다.
젊은 쇼핑객 끌어들여 시장 활력
"노브랜드가 시장 살린다" 입소문
전통시장 20곳 입점 요청 쇄도
그러나 호시절은 오래가지 못했다. 2012년 시장에서 약 350m 떨어진 곳에 체인형 식자재마트가 들어서면서 내방객이 감소하기 시작했다. 상인들이 하나둘 떠나자 20여 곳의 점포가 수년째 공실로 방치됐다. 이마트의 상생스토어인 노브랜드가 지난해 11월 인천 장승백이에 입점했을 때 시장은 생사의 문턱 직전까지 간 상황이었다.
전통시장 구명줄 된 ‘노브랜드’
11일 만난 허만복 전 장승백이 시장상인회 회장은 “이마트가 아니었으면 시장은 벌써 문닫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초입에서 소머리국밥집을 운영하는 그는 상인들을 설득해 노브랜드를 유치한 주인공이다.그는 전통시장 상인회장들이 모인 정부 주최 모임에 갔다가 노브랜드 얘기를 듣고는 이마트에 직접 입점을 요청했다. 허 전 회장은 “그나마 노브랜드가 들어오면서 젊은 직장인들이 퇴근길에 시장에 들러 찬거리를 사간다”며 “노브랜드가 둘째·넷째 일요일에 의무적으로 쉬는 날이면 시장은 쥐 죽은 듯이 조용하다”고 아쉬워했다.상생스토어는 이마트가 전통시장과의 공존을 목적으로 시작한 사회공헌활동이다. 이마트의 자체상표(PB) 상품을 모아 놓은 노브랜드를 시장 내 공실 점포에 입점시킴으로써 젊은 고객들을 시장으로 끌어들이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이마트 관계자는 “점포 임대 계약 기간 중에 손익분기점(BEP)을 맞추는 선에서 운영하는 것이 목표”라며 “취급하는 상품은 상인들과 협의해 결정하고, 시장 내에 어린이도서관이나 고객 쉼터 등 지역 주민들이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도 마련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의무 휴업일 변경하는 지자체들
올해 4년째를 맞은 상생스토어는 당진어시장 1호점을 시작으로 구미, 안성, 여주, 서울 동대문, 대구, 안동, 제천, 동해, 삼척, 대전, 인천, 문경, 주문진, 세종시 등 벌써 15개 점이 전국 전통시장에 둥지를 틀었다.점포마다 일일이 찾아다니며 수개월을 설득한 끝에 2017년 노브랜드를 입점시킨 구미 선산시장의 김수연 청년상인 대표는 “10여 년째 공실이던 시장 상가 2층에 노브랜드가 들어오면서 청년몰도 덩달아 활성화되고 있다”며 “다른 시장에선 폐업 소식이 들리는데 우리 시장 상인들은 꿋꿋하게 잘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보름여 전엔 정부 지원으로 상가에 엘리베이터도 설치했다. 작년 5월 노브랜드를 유치한 제천 중앙시장도 작년 수준의 매출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노브랜드가 시장을 살린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최근엔 전국 전통시장 20여 곳에서 이마트에 ‘SOS’를 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언택트’ 소비 확산으로 고사 직전에 몰린 곳들이다.
‘상생스토어 효과’가 입증되면서 지방자치단체들이 의무 휴업일을 변경하는 등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당진시는 어시장 내 노브랜드 휴업일을 일요일에서 수요일로 바꿔줬다. 제천과 동해는 관내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이 둘째·넷째주 일요일이라는 점을 감안해 상생스토어 휴업일을 첫째·셋째주 일요일로 변경했다.
하지만 서울, 인천 등 광역시에선 이 같은 유연한 대응이 어려운 상황이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휴업일 변경은 지자체장 자율이지만, 광역시의 경우 시장이 결정하면 구청장들이 따로 움직이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인천=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