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불복으로 증시 '트럼패닉' 올까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입력
수정
지면A18
2000년 당시 부시 vs 고어 경합최근 미국 증시의 핵심적 악재라면 올 11월 3일 치러지는 미국 대통령 선거에 따른 불확실성이 꼽힙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우편투표의 부정 선거 가능성을 지적하면서 불복을 시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재검표 놓고 대법 판결까지 37일
S&P 4% 하락…금 12% 상승
그러다 보니 문제도 발생합니다. 이번에 뉴욕시에선 투표할 사람의 정보가 잘못 인쇄된 부재자 투표용지가 약 10만 장 발송돼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런 탓에 우편투표가 전체 투표의 10%대에 못 미쳤던 1990년대까지는 후보자 간 표 차이가 크지 않으면 늦게 도착하는 우편투표를 세지 않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최근 사정이 달라졌습니다. 우편투표율은 2016년 대선 때 30%대 중반까지 올랐습니다.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약 40%에 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약 8000만 명이 참여할 것이란 얘기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현직 대통령이 우편투표 결과에 승복하지 않겠다고 하고 있는 겁니다. 이는 우편투표를 하는 유권자의 상당수가 민주당원이기 때문이란 지적입니다. 펜실베이니아주는 우편투표자의 66%가 민주당원, 24%가 공화당원으로 조사되고 있습니다. 도시 지역에 사는 젊고 사회 활동이 왕성한 층에서 민주당원이 많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결과에 불복할 경우 어떤 일이 발생할까요? 2000년 대선 사례를 보면 짐작할 수 있습니다.
당시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후보와 민주당의 앨 고어 후보가 붙어 선거 당일 부시 271명, 고어 267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했습니다. 하지만 경합주 플로리다에서 드러난 표 차이는 537표에 불과했습니다. 고어 후보 측은 우편투표까지 포함해 제대로 검표가 되지 않았다며 법원에 재검표를 요구했습니다. 반면 부시 후보는 재검표가 필요하지 않다고 맞섰죠. 플로리다 주법원은 재검표를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연방 대법원은 5 대 4 의견으로 재검표 중지를 명령해 결국 37일 만에 부시 후보가 당선을 확정지었습니다.
논란이 지속되던 37일간 뉴욕 금융시장은 어떤 움직임을 보였을까요? S&P500지수는 4% 넘게 떨어졌습니다. 대신 안전자산인 10년물 국채에서 매수세가 몰리며 금리가 52bp(1bp=0.01%포인트) 하락했으며 금은 12% 올랐습니다.
realist@hankyung.com